[시사진단 한반도] 북 미사일 개발로 인민은 굶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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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북한의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12월 12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였고 한미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12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12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탑재했다고 주장하는 위성의 무게가 100 킬로그램 정도라고 하면서 이 정도의 위성이 사진을 찍는다면 100 곱하기 100미터를 한 개의 점으로 인식하는 정도여서 관측 위성의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위성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적어도 무게가 500 킬로그램은 되어야 한다는 게 정설로 되어있습니다.

대신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부터 올해 4월 13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네 차례의 실패를 거친 후 이번에 처음으로 사거리가 1만 킬로미터 정도 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는 성공한 것이죠. 물론 북한이 실제적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려면 대기권 재진입시 발생하는 고열을 탄두가 견디는 보호 기술 등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 동안 보여준 고집과 투자로 보아 이는 시간이 해결하여 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12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핵폭탄 운반용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을 위한 기술의 축적, 북한 내부의 단결 유도, 김정일 사망 1주년 조포, 김정은 후계자 등극 축포, 외부 세계의 시선 끌기 등 다목적용인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성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 북한이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평양시 산음동 미사일 제작 공장에서 '서해 미사일 발사장'으로 미사일을 옮겨갈 때부터 국제사회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중국까지도 여러 차례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 것으로 종용하였지요.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북한의 내부 사정과 관련됐다고 생각합니다. 북측은 지난 1998년부터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이 되는 올해 북한을 강성대국의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4월 13일 발사한 광명성 3호가 공중 폭발하면서 실패했지요. 또한 김정은이 취임 후 첫 연설에서 인민들이 더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하였는데 올해 인민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여기에 간부들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북한군 간부들이 당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하고, 이 과정에서 이영호 총참모장, 우동측 보위부 제1부부장 등 고위 간부들이 숙청되고 인민무력부장 등 고위 장령들이 줄줄이 도태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민들은 술렁거리고 군대도 불안해지면서, 곳곳에서 사건 사고가 그치지 않고 연속되면서 북한 체제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북한 신지도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것들을 한방에 날려 보내고 체제를 안정시키며 김정일 사망 1주기에 맞추어 조포를 쏘고 김정은 최고사령관 부임 1주기에 앞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축포를 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 등에 대고 대륙간 미사일 발사 실험에도 성공하였으니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위협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도 위성 1기를 발사하는데 발사 비용만 수억 달러가 듭니다. 엄청난 돈이 들어 간다는 소리입니다. 북한의 경우, 그만큼 인민생활은 어려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가지고 있는 현대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탄두가 얼마나 많은데, 북한은 이거 한 발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을 위협할 수는 없습니다. 더 나아가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외국의 미사일이 아니라 내부의 민심입니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면 민심이 사나워지게 돼 있습니다.

박성우: 이번에 미사일을 쏘는 과정을 주도했던 집단이 군부인데요. 그래서 군부의 위상이 좀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김정일은 당을 '송장당' '노인당'으로 비하하면서 군대가 최고다, 이제부터는 군이 모든 것에 앞장선다는 이른바 '선군정치'를 내놓았습니다. 국가가 위태해지니 총대를 든 군대를 앞세워 나라를 통치한다는 의미였고, 결과적으로 군대는 비대해지고 당의 지도적 역할은 약화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사망하자 김정은은 아버지의 선군정치를 버리고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처럼 당을 강화하는 길로 나섰습니다. 당 정치국을 비롯한 당의 지도기구들을 정상화하고 군대는 약화시키는 길에 나선 것이죠. 이 과정에서 이영호 총참모장, 우동측 보위부 제1부부장 등이 숙청되고, 현영철 총참모장은 차수로 된지 2-3개월도 안돼 대장으로 강등되고,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강등되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전문 당 일꾼이고 군 생활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최룡해가 총정치국장, 차수가 되어 군을 흔들고 있습니다. 군대가 술렁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 미사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북한군의 사기가 올라가게 됐습니다. 일단 군대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분명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군이 다시 당 위에 올라서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장성택, 최룡해 같은 당일꾼들이, 그리고 김정은이 이를 용납할 것 같지 않습니다.

박성우: 세계 각국은 공통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의 반응이 눈에 띄었지요?

고영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번 발사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유럽연합, 러시아, 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이미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이나 입장들을 속속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북한의 형제 국가라는 중국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면, 천펑쥔 북경대 교수는 "북한이 도둑질하듯 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말했고, 신화통신은 12일 "반대의 목소리 속에서도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였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훙례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중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우려 속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교적 수사치고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18차 당대회를 열고 시진핑 총서기를 선출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고, 시진핑 총서기의 친서를 가지고 리젠궈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에 가서 김정은을 만난 것이 불과 십여 일 전인데, 이렇게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중국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열리게 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전보다 더 강력한 입장을 보일 것은 분명하고, 북한은 더욱더 깊은 국제적인 고립에 빠질 것 같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이번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에는 성공한 걸로 보인다는 게 한미 당국의 공통된 평가인데요.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 실장님께서는 이 소식 들으면서 무슨 생각이 드시던가요?

고영환: 탄도 미사일 기술은 북한이 한국보다 약 5-10년 정도 앞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물론 인공위성 기술은 한국이 앞서 있다고 다들 말하고 있지요. 저는 북한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장거리 미사일을 성공시키다니, 만일 그들이 한국에서 연구 사업을 한다면 얼마나 좋은 조건에서 더 훌륭한 위성을 만들고 미사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반면에 북한 지도부는 인민 전체가 수년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미사일 한 방으로 날려버렸는데, 저는 이 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미사일을 만들어 놓고 쓸 데가 없으면 그것은 고철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그런 미사일을 만드는 재능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들, 그리고 소요된 비용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분야에 투입한다면, 얼마나 인민들이 덜 춥고 덜 배고픈 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참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박성우: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의 절반만이라도 인민 생활의 향상을 위해 썼다면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