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중국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귀국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해석할 게 많은 사건인데요.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를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무성합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 모란봉악단이 지난 12일 베이징 공연을 돌연 취소한 이유와 관련하여 정말로 추측이 무성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 중국 당과 정부에 공연을 하겠다고 해 놓고는 공연 당일 취소하였고 이런 일은 세상에 유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호영 한국 국회 정보위원장은 지난 14일 언론에 "국정원으로부터 유선상으로 보고받은 내용"이라며 "처음에 중국 측은 모란봉 악단 공연에 당 정치국원을 참석시킬 예정이었지만 막상 리허설(관통훈련)을 통해 공연 내용을 접한 뒤 참석 인사의 격(格), 즉 급을 낮췄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 과정을 공연 취소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봤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라디오 매체인 자유북한방송도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의 첫사랑으로 알려진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중국 측의 공연곡 교체 요구와 '최고 존엄'을 모욕하는 발언에 발끈해 철수 명령을 내렸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모란봉악단의 예비공연을 본 뒤에야 공연 내용을 파악한 중국 측 관계자들은 "예술에 사상을 섞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죽어도 혁명 신념 버리지 말자', '우리는 누구도 두렵지 않아' 등의 곡을 공연 프로그램에 넣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현송월을 비롯한 모란봉악단 핵심 관계자들이 반대하였고,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 등 대사관 관계자들도 여기에 합세하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합니다.
이 소식통은 "이런 사실이 평양까지 보고됐고, 보고를 받은 김정은은 지재룡에게 '현송월을 비롯한 악단 관계자들의 결심을 믿겠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와 선전부는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이 공연에 포함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고, 이런 내용이 포함되는 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자유북한방송은 전했습니다.
중국의 신화통신도 지난 12일 '업무상 소통 문제'로 공연이 무산됐다고만 밝혀 북한의 공연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모란봉악단 공연을 주선한 공산당 대외연락부도 지난 12일 쑹타오 부장이 북한 공연단장인 최휘 노동당 제1부부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북한 공연단 인솔자의 사진 삭제를 통해 공연 취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참고로 하나 말씀드리면, 공연장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나타날 예정이었지만 공연 내용 중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는 게 문제가 돼서 시 주석이 관람을 취소했고, 이에 북측이 불만을 품고 공연단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다고 한국의 일부 언론이 남측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위원님, 질문을 몇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좀 전에 현송월 단장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셨는데요. 현송월은 어떤 인물인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현재 세상에는 모란봉악단 단장인 현송월 대좌가 김정은의 첫사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보다 다섯 살 많은 현송월은 노동당 국제부장과 노동신문 책임주필을 지낸 현준극의 조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과 현송월이 서로 사랑을 하였는데, 연상의 여인인 성혜림과 연인 관계였던 아버지 김정일이 자신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었던지 둘 사이를 떼놓았다고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김정일 사망 후 김경희와 장성택은 은하수관현악단의 간판 성악가인 이설주를 김정은의 배필로 천거했고 둘은 결혼을 하였습니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김정은의 지시로 창단됐지만 부인 이설주가 악단 성원 선발에 깊이 개입했다고 하며, 그 중 현송월은 보천보전자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의 성악가수로 이름을 떨친 바 있습니다. 이설주가 남편과 현송월의 염문을 모르지는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송월이 세상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박성우: 좀 더 설명을 해 주시죠. 모란봉악단이 중국에서 하려고 했던 공연의 내용이 도대체 어땠길래 중국 측에서 문제를 삼았을까요?
고영환: 북한 모란봉악단이 중국 공연을 취소한 원인이 공연 내용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중국이 과연 어떤 노래를 놓고 악단과 충돌했는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모란봉악단이 중국에서 할 공연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지난 12월 11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예행연습을 했던 일부 곡명은 취재진에 알려졌습니다.
이 중에는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과 같이 제목부터 김정은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노래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노래는 가사 전체가 김정은 1인 숭배 일색입니다.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을 후렴구로 반복하면서 김정은에 대해 '천만 자식 꿈과 이상 모두 안아 꽃펴 주는 그의 품은 우리의 집 인민의 정든 요람' 등으로 표현하며 찬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모란봉악단이 공연을 준비 중이던 현악4중주 '10월입니다', 경음악 '단숨에', '달려가자 미래로', '타오르라 우등불아',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등도 김정은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중국 관계자는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 최근 중국 공산당은 이 같은 1인 숭배와 세습 왕조 체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특히 문화대혁명을 겪은 시진핑 주석의 경우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독재 체제에 대한 반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공연 내용은 김정은 찬양에 그치지 않고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를 비난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중국에는 모욕으로 들리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안보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도 "시진핑 주석이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에서 지도자를 그토록 심하게 우상화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런 심한 우상화와 김정은의 미숙한 지도력, 즉흥성 등이 이번 사건을 초래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 일이 앞으로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12일 중국 공연을 취소하고 돌연 귀국하면서 양국 관계에 세 가지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중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예상했습니다. 첫째는 중국의 대북 전략적 가치론에 대한 변화 가능성입니다. 중국은 북한을 소통이 안 되고, 중국의 말을 듣지 않으며,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국가로 의심해 왔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의 돌발성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나면서 중국은 앞으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보다 전략적 위험을 더 우려하게 됐습니다. 후난성 샹탄대학의 리카이성 교수는 "북한의 공연 취소는 국가 간 외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중국의 '3불관'에 대한 확신만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둘째로 당분간 북중관계 냉각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북중 관계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 해 12월 친중파 장성택의 처형으로 고위급 회담이 전면 중단된 이후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식에 참석해 양국 관계가 해빙 분위기로 돌아섰으나 이번 사건으로 다시 냉랭해졌습니다.
셋째로 시진핑 주석의 외교력이 손상됐다는 것입니다. 북한 대표단을 초청한 인사는 시 주석의 측근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입니다. 시 주석은 대북 관계를 혈맹 등 특수관계가 아닌 정상국가 관계로 조정하기 위해 쑹을 발탁했습니다. 모란봉악단 초청은 냉각됐던 대북관계 복원은 물론 양국의 정상적인 국가 관계 수립을 위한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연의 취소는 시 주석이 추구하는 미래 대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그의 외교력에도 타격이 예상됩니다.
박성우: 국제상식에 어긋나는 일일 뿐 아니라 김정은 체제의 즉흥적 성격을 보여준 사례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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