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일 사망 1주기 조용히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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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사망 1주기가 조용히 끝났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 사망 1주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용히 끝난 것 같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일 사망 1주기와 김일성 사망 1주기를 비교한다면, 북측은 김정일 사망 후 금수산기념궁전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김일성 사망 때는 김정일이 개관 기념 테이프를 끊었지만, 이번에는 군인, 노동자, 농민 대표 등이 붉은 천을 끊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김정일 사망 1주기 행사는 예전의 김일성 사망 1주기 때와 비교하면 그 규모가 작아졌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대성의 크기'의 차이와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일성 사망은 북한 주민에게 있어서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사건이었습니다. 오래 살 줄 알았거든요. 그만큼 북한 체제와 북한 주민에 준 충격이 대단하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부친 김일성에 비하여 인기가 많이 없었고 북한을 제대로 통치하지도 못한 지도자니까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사망 때와는 달리 담담하게 그의 사망을 받아들인 듯 합니다. 북한의 국가 재정 상태도 1994년과 비교할 때 2012년은 비할 바 없이 쪼그라든 점도 이유로 작용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첨부한다면, 김일성 사망을 겪은 후 아무리 섭생이 좋고 좋은 의사들이 지키고 있다 하여도 인간은 언젠가는 사망하게 되어있고 김일성 사망 때의 경험도 있기 때문에 지도자 사망 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일종의 매뉴얼, 그러니까 교과서를 가지고 그대로 행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축포'의 분위기가 김정은 1주기 '조포'의 분위기보다 더 큰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있습니다. 실장님도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저도 그 해석에 동의합니다. 북한이 12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여 성공하였을 때 북한은 이 사건을 '우리 민족 5천년 역사에 특기할 특대사변'이라고 방송에서 반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있었고 한국에 와서도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5천년 역사의 대사변'이라고 하는 말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특기할 특대사변'이라는 말은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였을 때도 '특대사변'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습니다.

이는 김일성 주석 때부터 김정일을 거쳐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3대 지도자인 김정은이 실현하였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즉 김정은이 나이가 젊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실현한 매우 뛰어난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선전선동의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거죠.

김정은 제1비서에게는 김일성, 김정일도 중요하고 김정일 사망 1주기 행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고, 바로 자기 자신이 나라를 통치하여야 한다는 사실일 겁니다. 그래서 김정일 사망 1주기 행사는 그럭저럭 치르고, 자신이 직접 명령했다는 미사일 발사는 성공했으니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며, 자신이 김일성, 김정일보다 더 훌륭한 지도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지요. 김정일 사망 1주기 행사 때 주석단 맨 앞줄에 처음 보는 인물이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그래서 궁금증이 증폭됐는데요. 실장님, 이 인물은 누구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김정일 사망 1주기 중앙추모대회 방영 장면에서 지금까지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최룡해 총정치국장 정도가 서는 아주 중요한 자리에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지요. 저도 처음 보는 사람이어서 많이 의아했는데요. 저는 이 사람이 북한이 쏘아 올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책임진 연구원이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제작한 국방 부문 연구소의 책임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부에는 새로 등장한 인물이 없는 상태입니다.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그런 중요한 위치에 선다는 것은 북한이 최근 가장 자랑하는 무엇과 이 인물이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최근 가장 자랑하는 것은 미사일이고, 따라서 김정은은 나는 이런 공로자를 우대하는 지도자라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측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은 했습니다만, 북측 지도부는 이걸 어디다 써먹을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미리부터 하고 있을 듯 하다는 해석이 있는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능력을 과시하였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해외에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 무기통제 전문가인 조슈아 폴락에 의하면, 1987년부터 2009년 사이에 발전도상국들이 구매한 탄도 미사일 총 1,200여개 중 북한산이 40퍼센트를 차지하며, 주요 고객은 중동 및 아프리카 나라입니다. 북한은 1980년대 중동 국가들에 수백기의 단거리 미사일을 판매하여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이에 재미를 본 북한은 사정거리 1천 킬로미터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2006년 10월 핵실험을 하면서 유엔 등의 제재가 강화돼 그 동안 북한의 주요 미사일 고객이었던 중동 나라들이 이미 등을 돌린 상태입니다. 비밀리에 북한산 미사일을 조금씩 산 나라들이 있긴 하지만, 발견되는 경우 북한은 물론 산 나라들까지 불량국가라는 오명을 쓰기 때문에 미사일을 사려고 하는 나라가 적다고 보면 됩니다.

북한이 최근 사정거리 8천에서 1만 킬로미터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였다지만, 아직 이건 시험 발사입니다. 완벽한 기술을 보유한 것이 아닌데다가, 이는 낡은 기술에 의거하여 만든 것이라는 게 로켓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1960년대 소련의 기술 정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또 북한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미사일을 발전시킨 이란의 경우, 이제는 자기네 기술이 북한 기술을 앞서 더 이상 북한산 미사일을 사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북한산 무기를 사던 미얀마까지도 최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개방을 하면서 북한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산 미사일을 살 대상국이 거의 없는 것이죠.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여도 판로가 없다는 뜻이고, 팔지 못하면 외화가 들어오지 않아 신형 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게 됩니다. 북한은 제재를 받아가며 무기를 팔아 돈을 벌 생각을 하지 말고 우리민족의 좋은 손재간을 이용하여 생활 필수품과 기계들을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여 외화를 벌고, 그래서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것도 좀 여쭤보지요. 지난 19일엔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렸습니다. 실장님께서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오고 나서 몇 번째 대통령 선거입니까? 그리고 이번엔 뭘 느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고영환: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있다가 한국에 온 것이 1991년입니다. 그다음 해인 1992년에 선거를 하였는데, 솔직히 그때는 선거가 무슨 의미인지 몰랐고, 그래서 적당히 선거를 했습니다. 그 다음 대통령 선거가 1997년인데, 그때는 제가 좋아하는 후보가 있어서 정성을 다해 투표했는데, 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낙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고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국회의원으로, 시장으로 뽑는 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입니다. 2002년도에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안 되었고, 2007년과 이번에는 제가 투표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말 숨 막히는 접전이었고, 텔레비전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부인하고 사랑을 할 때 가슴이 두근거려 보았지만, 선거에서도 가슴이 두근거릴 줄을 몰랐는데, 이번 선거가 그랬습니다. 또 이번엔 처음으로 여자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듯 합니다. 19일 저녁엔 너무 기뻐 미리 사둔 샴페인을 터뜨려 가족들과 같이 마셨습니다. 그러다 문득 북한에 남은 가족들, 친지들, 동료들 생각이 나 울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이 나처럼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날이 언제 올까, 그런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찹찹했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지요. 그 이유를 북한에 있는 우리 청취자들도 직접 체득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