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린자들, 언젠가는 역사의 단죄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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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짚어봅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최근에는 북한의 무력 도발이 이어지는 바람에 인권 문제를 자주 다루지 못했는데요. 오늘은 북한의 인권 문제와 관련된 최근 사안들을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최근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시 정식 안건으로 올려서 논의했는데요. 그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11일 뉴욕에서 유엔 안보이사회, 즉 안보리 회의가 열렸고, 여기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논의됐습니다. 안보리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한 것은 2014년부터 4년 연속입니다.

이 회의는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리예(스웨덴), 이탈리아, 일본, 세네갈, 우크라이나, 우루과이 등의 요구로 소집됐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문제, 해외에 파견되어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참혹한 인권 유린 문제,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이 토론되었습니다.

회의에서 연설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 정권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침해는 북한 주민에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것 이상"이라면서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헤일리 대사는 "핵무기를 향한 위협적 행보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압제와 착취에서 시작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달 유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북한인권 회의를 주재한 벳쇼 고로 일본 대사는 "북한의 인도주의적 인권 상황은 매우 절박하다"면서 이는 "북한 정권 때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조태열 주유엔 한국 대사는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지난 1년간 북한 인권 상황에는 아무런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겪는 인권침해의 근본원인은 기본권을 도외시하고 민생은 돌보지 않은 채 핵무기 개발 등을 통한 체제 안전에만 몰두하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인권 상황을 지적하고 북한 지도부에게 인권을 개선하라고 촉구하는 회의를 4년 연속 개최한 것은 전 세계가 북한 지도부에 의하여 자행되고 있는 북한 인민들에 대한 인권 탄압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이면 그 누구도 누려야 하는 참된 권리를 박해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 유린자들은 언젠가는 역사의 단죄를 받게 될 것입니다.

박성우: 같은 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는 북한 인권 관련 토론회도 열렸는데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들으시면서 어떤 생각 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 당국에 의한 탄압과 압제를 피해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들이 지난 11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강제북송 관련 토론회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폭로했습니다.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면서 토론회 장내가 숙연해졌다고 하는데요.

2007년 4번째의 시도 만에 탈북에 성공한 지현아 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평안남도 증산 교화소에서 겪은 참담한 일을 증언했습니다. 그녀는 "임신 3개월이었는데 강제로 낙태를 당했습니다. 마취도 안 하고 그냥 책상 위에 눕혀 놓고 수술했어요. 그렇게 제 첫 아기는 세상 밖을 보지 못한 채 미안하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떠나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교화소에서 메뚜기를 잡아먹었고, 개구리와 쥐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고, 사람들은 설사로 바짝 마른 상태에서 숨을 거뒀습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지현아 씨는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에 대해서는 "탈북 병사의 모습은 2500만 북한 주민의 자유를 향한 질주"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이 토론회에서 한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면서 어떻게 21세기 대명천지에 같은 하늘 아래서 저렇게 잔인무도한 인권유린 행위들이 자행될 수 있는지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비인간적이며 반인륜적인 행위들은 당장 중지되어야 합니다.

박성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 이야기도 잠시 언급하셨는데요. 어찌 보면 이 병사를 통해서 북한 군인들의 인권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셨는지요?

고영환: 지난 11월 13일 15시 31분 군사분계선 판문점에서 첩보영화 같은 사건이 발생했죠.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병사 오청성이 군용 지프를 타고 대낮에 판문점을 통과하여 한국으로 귀순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인데요. 이 병사를 추격하던 다른 북한 군인들이 사격을 하여 중상을 입은 오씨를 한국 군인들이 발견하여 구원하였습니다. 이 북한군 병사는 아주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수차례에 걸친 수술과 집중치료 끝에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이 병사를 통하여 북한군의 영양상태가 그대로 드러났는데요. 이 병사의 위장에서는 옥수수만이 발견되었고, 그의 키와 몸무게는 각각 170㎝와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한국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2016년 평균 키는 173.5㎝와 몸무게는 70㎏입니다.

한국 국민과 세계인을 더 경악하게 한 것은 이 병사의 내장에서 수십 마리의 회충이 발견된 사실입니다. 이 병사를 수술한 이국종 아주대학교 교수는 총탄으로 "파열된 소장의 내부에서 수십 마리의 기생충 성충이 발견됐다"며 "큰 것은 길이가 27㎝에 달할 정도로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이 병사가 "기생충에 의한 오염이 매우 심한 상태였다"며 "기생충은 총상 이후 상처로 들어간 것이 아닌 원래 병사의 몸속에 있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생충 혹은 회충은 현재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의 저발전 국가의 저소득계층에서 나타납니다. 판문점으로 귀순한 이 병사는 B형 간염에도 걸린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판문점을 차로 넘어 오는 병사 정도면 북한에서도 핵심계층의 자녀이고, 그가 근무하는 곳도 판문점 대표부 혹은 민경대대이겠고, 이들 부대는 북한군에서는 가장 공급이 잘 되는 곳일 겁니다. 귀순 병사가 옥수수만 먹었고 회충과 B형 간염에 걸려 있다는 것 한 가지만 보아도 북한군이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 처해 있는지, 그들의 가장 초보적인 인권이 어찌 유린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판문점 귀순 병사의 건강상태를 보면서 한국 국민이 충격에 빠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박성우: 북한 병사의 수술을 담당했던 이국종 교수가 '기생충'을 언급한 게 논란이 되기도 했죠. 환자 몸에서 기생충이 발견된 사실을 의사가 공개한 건 환자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인데요. 남한 내에서 한때 워낙 뜨거운 화제였기 때문에 부원장님께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당시 이 뉴스를 보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고영환: 이국종 교수가 지난 11월 1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병사의 장 속에 기생충이 수십 마리 있어 합병증이 우려된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국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이 "기생충, 분변, 위장 내 옥수수까지 공개해 북한 병사의 인격에 테러를 가했다"다며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한국 사회 일각의 비판에 이 교수는 수술을 위해 환자 배를 열었을 때 오염물이 의료진에게 튀고 B형 간염 상태인 줄도 모르고 피를 묻히며 처치했는데 인권을 침해한 의사라는 말을 들으니 억울하다는 의미로 해명했습니다.

저는 이 귀순 병사의 건강상태, 기자회견, 이국종 교수의 설명, 정의당 출신 김종대 의원의 사과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한편으로 북한군 병사의 건강 상태를 적나라하게 알게 되고 또 이런 중상자를 목숨 바쳐 구한 의사의 헌신적인 모습에 깊은 충격과 감동을 받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역시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사회라서 한 현상을 두고도 사람들이 각이하게 생각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박성우: 남한 사람들은 그간 탈북자의 증언 등을 통해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이해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 북한 군인의 귀순은 사건 자체가 매우 극적일 뿐 아니라 이 병사의 몸 상태를 통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큰 반향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