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김정은 반대 시위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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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2016년 한 해를 총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과 관련해서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건 사고들 중에서 가장 큰 뉴스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난 가장 큰 사건 사고는 1월 6일 제4차 핵실험과 9월 9일 제5차 핵실험 강행, 그리고 중거리미사일과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발사와 실패를 꼽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김가체제의 생존과 유지의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올해 들어 4차, 5차 핵실험을 연이어 실시했습니다. 4차 핵실험에서는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했으며, 5차 핵실험에서는 '핵탄두 실험'임을 강조하면서 '표준화‧규격화'를 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발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조만간 '핵탄두 장착 미사일' 보유가 현실화되고 핵탄두의 다량 제작도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지난 해 핵무기 투발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한 해 동안만 하더라도 각종 탄도미사일을 13회에 걸쳐 도합 22발 시험 발사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총 3차례 시험 발사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완성과 전력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이렇게 핵과 미사일 시험에 모든 것을 다 걸고 있는 것은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이루고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완성하여 미국까지 갈 수 있는 핵무기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려는 김정은의 의지 때문이라고 봅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군사적으로 세계 초대강국인 미국과 자웅을 겨루던 저 강대했던 소련이 무너진 것은 핵무기나 미사일이 없어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소련은 수천 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었으나 바로 그런 핵무기와 미사일들을 만드는데 국고가 바닥나면서 경제가 무너져 국가가 붕괴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이런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밖에 중요 사건들 살펴보겠습니다. 부원장님 보시기에 북한과 관련해서 주목할만한 사건은 또 뭐가 있었습니까?

고영환: 지난 4월 중국 닝보 소재 류경식당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죠. 저도 해외에서 외교관 생활을 해 봐서 아는데, 해외에 나온 사람 3명 중 1명은 보위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3명이라는 집단이 보위부의 눈길을 피해 중국을 떠나 제 3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들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되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건은 북한의 고위 외교관인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이었습니다. 지난 8월 한국에 입국한 태영호 공사의 망명 이유에 대해 국정원은 태 공사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탈북을 결심했고 김정은의 폭압 통치에 귀순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언급했습니다. 태 공사는 귀순 당시 두 아들에게 이 순간부터 너희들에게 '노예의 사슬' 끊어주겠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태 공사는 이번 주말에 사회에 나오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올해에도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계속되었다는 점입니다. 대북소식통은 "올해 8월 현재 북한 당국은 약 60여명의 주민들을 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연평균 처형자수 보다 2배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2월초 보위성은 탈북자 재북 가족과 송금 브로커 수십 명을 체포해 '간첩' 혐의로 처형했고 4월에는 양강도 혜산에서 돈을 받고 주민들의 탈북을 지원해준 브로커 10여 명을 체포해 총살했습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영상물 시청 같은 일반 범죄자까지 처형하는 것은 너무하다', '김정은의 공포정치 때문에 무서워서 못 살겠다'는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공포정치는 그 순간에는 반짝 효과를 볼지 몰라도 결국은 민심을 떠나게 하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당 대회를 오랜만에 열었는데요. 36년만이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봤을 땐 매우 중요한 행사였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5월 6일 제7차 당 대회를 열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 비단옷을 입을 수 있기 전에는 당 대회를 열지 말라'고 수차례 강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7차 당 대회를 연다고 했을 때 저는 '그래도 뭔가 인민들의 의식주 생활을 높이려는 계획 정도는 있겠지, 아니면 개혁 개방을 하려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인민들의 식탁에 올려놓은 것은 쌀밥과 고깃국이 아니라 먹지도 못할 핵무기와 미사일이었습니다. 그런데다 앞으로 나라를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시킬지를 보여주지 못했고, 과거 수십년 동안 반복해온 전력, 철도, 농업, 경공업 발전을 제시한 것이 다였습니다. 참으로 실속 없는 대회, 김정은을 당의 수위에 올려놓기 위한 대회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살펴보죠. 한반도를 통틀어서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일들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 보셨던 사건은 무엇이었나요?

고영환: 아무래도 12월 9일 박근혜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탄핵이라는 말은 원래는 따지고 캐묻는다는 뜻인데, 법적 의미는 일반적인 사법 절차로는 처벌이 어려운 대통령을 국회가 헌법에 따라 파면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에 2/3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가결하고,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습니다. 즉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 내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혐의를 받고 있는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문서들이 사회에 나가는데 공모하였고, 사무원이 아닌 민간인과 협의하여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 등입니다. 이 소식에 분노한 한국 국민들은 지난 10월 29일부터 12월 17일까지 전국적으로는 7백만명 이상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라는 시위를 했습니다. 지난 6차 시위 때는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근처에만 시민 170여만명이 모여 박근혜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지도자라고 하여도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파면할 수 있습니다. 700만 명 이상이 모여 시위를 하는 동안 체포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김정은이 잘못된 정책을 하였다고 김일성 광장에서, 혹은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창광동에서 시민 170만여명이 모여 김정은 물러나라는 시위를 할 수 있을까요? 전국적으로 북한의 7백만명이 시내 중심 도로들을 막고 김정은은 물러나라고 시위를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시위를 하는데 보안기관이 시민을 단 한 명도 체포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런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힘, 인민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북한과 남한의 본질적인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난 한 해 참 일이 많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도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비롯해서 큰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여파가 어찌 나타날지는 내년에도 계속 지켜봐야 할 텐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2017년 한 해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