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로동당 68년 최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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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북한과 관련한 현안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올 한해 북한과 관련해서 발생한 일 들 중에서 가장 큰 사안은 무엇이었다고 판단하십니까?

고영환: 올해 북한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 가장 큰 사건은 아무래도 장성택 처형 사건이지요. 북한 로동당 68년 역사에서 장성택 사건 같은 그렇게 큰 사건은 없었습니다. 물론 과거에는 박헌영 남로당계 숙청, 허가이 등 중국 소련파 숙청, 갑산파 숙청 등이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1997년 심화조 사건이 있었죠.

김정일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 당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으면서 비판의 화살이 김정일 자신에게 돌아오자 서관히 농업 담당 비서에게 이른바 '미제의 고용간첩'이라는 딱지를 붙여 총살하였고, 이를 계기고 전국적으로 심화조 사건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적어도 2만여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처형되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습니다. 실상을 잘 모르는 북한 주민들은 서관히 전 비서나 채문덕 사회안전성 전 정치국장 같은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해서 북한 인민들이 굶어 죽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내막은 김정일이 서관히와 채문덕 같은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죽임으로써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인 책임에서 벗어 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장성택 사건도 내막은 마찬가지입니다. 장성택은 어린 조카가 제발로 일어서도록 많은 일을 하였고 김씨 일족의 정치를 3대로 가게 하는데 일등공신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나라의 경제가 엉망으로 된 것도, 북한 전국이 황폐화된 것도, 다 장성택에게 책임을 물어 그를 잔인하게 처형하였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사위를 총살한 역사가 없습니다. 또한 장성택 같은 김씨 일족의 어른을 어린 친척이 총살한 적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져야할 책임, 그러니까 사람들이 못살고 힘들어하는 원인을 모두 집안 어른에게 지워 잔인하게 총살하였다는 것은 정말 반인륜적인 행동입니다. 이는 또한 북한의 내부가 몹시 불안정하며 언제든지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박성우: 북한 내부적으로는 장성택 숙청이 제일 큰 사건이었다는 건 누구나 동의하는 듯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핵실험도 중요한 사안이었지요?

고영환: 물론입니다. 올해 2월에 강행된 3차 핵실험은 세계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질을 높이고 전 세계에 대고 '우리는 핵보유국이다' 이렇게 자랑하고 싶었고, 나이어린 지도자는 '내가 취임하자마자 핵실험에 성공했다. 그러니 믿고 따르라' 이런 메시지를 북한 인민들에게 보내주고 싶어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강행한 핵실험은 엄청난 부작용을 몰고 왔습니다. 미국, 일본, 구라파, 3세계 나라들 거의 전체가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심했죠. 중국의 환구시보는 "북한이 핵실험 의지를 단념하지 않으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북한이 강경하게 중국을 대한다면 중국은 상호관계의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설을 발표하였고, 중국 외교부도 성명을 내고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하며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지켜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중국 사람들은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음력설 기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한 데 대해 "중국이 수십년 동안 식량과 원유를 지원해 주었는데 북한은 중국의 가장 큰 명절에 핵실험으로 보답을 한다. 이런 나쁜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분노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았고, 북한 경제는 더욱 큰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또한 북한의 핵 개발에 최소한 11억 달러의 거액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굶는데 지도부는 '핵 폭죽' 놀이나 한다는 비판이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기도 하였습니다.

박성우: 핵실험과 관련해서, 북한이 핵 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측은 올해 3월 당 전원회의를 열고 앞으로 핵과 경제 병진노선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지요. 이는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의 1960년대 경제 국방 병진노선을 따라 한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핵 경제 병진노선을 김정은 시대의 통치 기본노선으로 삼겠다는 것을 내외에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핵무기가 있으니 이를 조금 발전시키고 이제는 경제 건설에만 몰두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노선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절대적인 모순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핵을 발전시키고 비핵화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 외국의 자본 즉 외화가 북한 경제로 유입되지 않습니다. 두번째로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계속되어 북한에 외국의 기술과 첨단 기계들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세번째로 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포나 탱크를 발전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안하니 계속 무기를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종국적으로는 북한 경제가 쇠락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도 김정은이 핵 경제 병진노선을 내놓고 이를 만년대대로 이어나가겠다고 하니 정말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북한은 이제라고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인민들이 따뜻한 방에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좀 살펴보죠. 아무래도 개성공단이 멈춰섰다가 기사회생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듯 한데요. 위원님은 어떠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올해 2월 핵실험을 한 후 대남도발 위협의 수위를 높이다가 4월 초에는 개성공단을 제 마음대로 폐쇄해 버렸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한국의 기업인들이 승용차 위에 이미 만들어진 상품들을 싣고 나오는 장면을 TV중계 화면으로 보던 세계 사람들, 특히 기업인들은 경악하였습니다. 어떻게 수많은 외화가 투자되어 돌아가던 공단을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폐쇄해 버리는 일을 하는 나라에 누가 앞으로 귀중한 외화를 투자하겠는가? 이런 분석들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참으로 세계의 면전에서 북한이 신뢰를 잃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제멋대로 행동하자 '한국은 북한에 마냥 끌려 다니지 않겠다. 투자와 신변이 보장되지 않는데 개성공단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북한이 계속하여 도발하면 개성공단을 폐쇄할 것이다'며 강력하게 대응하였습니다. 이에 놀란 북한은 개성공단을 다시 열자고 제의하였고, 한국 정부는 '다시는 북한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며, 그런 행동에 책임을 지며, 한국인들의 신변안전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약속을 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더 밀릴 곳이 없다고 판단한 북한은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올해 9월 16일부터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남북관계에서 처음으로 정상적인 원칙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또 하나 기억 나는 게 있습니다. 남북 당국간 고위급 회담이 열릴 뻔 했는데, 하루 전에 회담 참가자의 "격"이 문제가 돼서 결렬됐지요. 지금 돌이켜봐도 참 답답한 일인데요. 위원님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고영환: 지난 6월 장소와 날짜까지 잡아 놓았던 남북 고위급 회담이 대표단 단장의 급수를 놓고 논의를 계속하다가 끝내 결렬되는 아픈 순간이 있었습니다. 원래 북한의 당국간 회담 제의를 받은 후 한국은 이를 장관급 회담으로 하자고 역제의하였고 북한은 이에 동의했었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겁니다. 한국은 통일 분야의 최고 책임자인 류길재 장관이 나간다고 통보했죠. 그런데 북한은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이 단장으로 나온다고 한 겁니다. 강지영 서기국장은 한국으로 치면 높이 봐주어도 차관급이고, 원래는 한국의 차관보급입니다. 한국에서는 장관이 나가는데 북한은 차관보급이 나온다고 하니 '격' 논란이 일어난 것지요. 결국 이것 때문에 회담이 결렬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적어도 김양건 통전부장 정도는 나와야 격이 서로 맞는다고 하였는데 북한은 이를 거부했던 것이죠.

'격' 문제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북한이 이런 세부 사항에서도 한국을 깔보려 드니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는 이런 비정상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남북에 신뢰가 생긴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입니다. 북한의 변모된 입장이 매우 아쉬운 순간들이었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자존심의 문제"라고 표현을 해 주셨는데요. 서로 지킬 건 지켜줘야 신뢰가 생기는 거겠지요. 2014년은 남북이 신뢰를 다질 수 있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새해 첫째주 금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