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과 숙청으로 얼룩진 한 해”

사진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관계자들과 6차 핵실험 결정을 논의하는 모습.
사진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관계자들과 6차 핵실험 결정을 논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2017년 한 해를 정리해 봅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오늘이 2017년 마지막 시사진단한반도 시간입니다. 지난 한 해를 정리해보려고 하는데요. 부원장님께서는 북한과 관련해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가장 큰 사건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세상 사람들은 2017년 하면 북한의 도발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해라고 기억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올해 9월 3일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지난 7월 4일에는 첫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인 화성-14형을 발사했고 11월 29일에는 화성-15형을 발사했습니다. 김정은은 화성 15형 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른바 "국가 핵 무력의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의 마감 단계"를 선언한 뒤 북한은 총 15회에 걸쳐 2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심지어 북한은 '괌 포위 사격', 태평양 상공에서의 수소탄 실험 등을 운운하며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켰습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북한의 가장 큰 도발은 역시 6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다보니 국제사회도 보다 강력한 제재로 맞섰는데요. 북한 경제에 미칠 여파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부원장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올해 들어서만 네 번의 대북 제재안을 채택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안보리 결의안 2375호를, 12월에는 북한에 대한 정유 제품 공급을 기존의 90%까지 줄이는 결의안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유엔 결의 2375호는 북한의 주력 수출 품목을 거의 다 차단하고 일반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석유 제품의 수입까지 최초로 제한하도록 하였고, 2397호 결의에서는 정유 제품 공급량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였습니다. 지난 9월 채택된 결의안에서 정유 제품 공급량을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줄인 상태인데 이를 다시 50만 배럴로 줄이도록 한 것입니다. 북한이 올해는 그럭저럭 넘기겠지만 내년부터는 고강도 대북 제재가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북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수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개발연구원의 북한경제 잡지에 기고한 '2017년 북한경제 동향 분석 및 평가' 논문에서 "대북제재의 여파로 2017년 1~10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8% 감소한 반면, 수입은 11% 증가했다"며 "수출 제재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수출 감소폭이 극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해외에 팔 수 있는 것은 석탄 등 광물, 농수산물, 봉제의류에 불과합니다. 또한 해외에 파견되어 있는 북한 기술자와 노동자의 월급을 착취하여 얻어내는 외화가 있지만, 2년 안에 세계 모든 국가는 외국에 나가 있는 모든 북한 인력을 차례로 다 북한에 돌려보내야 합니다. 한마디로 돈이 될 수 있는 것이 다 막히고 있어 북한 경제가 입는 피해가 지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 경제는 붕괴된 지 오래되었고 여기에 외화벌이까지 중단되면 결국은 시장, 즉 장마당까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장마당이 위축되면 시장에 의거하여 생활하는 인민들이 힘들어질 것이고, 이 경우 이들을 수탈하여 배를 채우는 간부들도 먹을 알이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핵과 미사일을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김정은이 앞으로도 핵과 미사일을 이른바 "꽝꽝" 만들어 내라고 하고 있으니 국가 정책의 중심은 그리로 갈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인민들에게 그대로 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시간이 많지 않아서 여러 사안을 다룰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원장님, 지난 한 해 동안 북한과 관련해 발생한 일들 중에서 또 어떤 사건이 기억에 나십니까?

고영환: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기억에 남은 사건은 김정일의 맏아들이며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입니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김정남이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에 의해 독살됐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국적 남성 4명의 지시를 받은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여성 2명이 김정남을 공격해 암살하였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외교 관계를 끊기 직전까지 갔지만, 협상 끝에 김정남의 시신과 북한 용의자들은 북한으로 송환됐습니다.

아무리 권력이 잔혹하다지만 같은 부친을 둔 이복형을 외국 수도의 얼굴인 국제 비행장에서 대낮에 국제사회가 엄히 중지하고 있는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암살한 사건은 한국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을 공분에 빠뜨리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자신의 고모부이자 김일성의 사위인 장성택 전 행정부장을 처형한 것도 모자라 큰 형을 독살한 김정은, 정말 그 사람이 어디까지 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밖에도 북한 내부 권력자들의 부침도 컸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올해 2월 국제사회는 또한번 놀라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북한에서 날아가는 새도 떨군다고 하던, 그리고 김경희 비서의 남편인 장성택 전 행정부장을 죽인 그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보위상직에서 물러나고 보위성 부상들 및 보위성 국장들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2월초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중순경에 국가보위상 김원홍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해임됐다"고 전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에 의하면 당 조직지도부의 보위성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보위성 부상급 등 다수의 간부들도 처형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11월 이 소식을 능가하는 또다른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1월 20일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제1부국장 김원홍 등 총정치국 정치 장교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에 한 북한 정세 보고에서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주도하에 당 조직지도부가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최룡해 주도로 인민군 총정치국에 대한 당 중앙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이뤄졌으며, 그 이유는 당에 대한 총정치국의 '불손한 태도'가 원인입니다.

황병서는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되어 몇 계급이 강등된 것으로 보이고, 김원홍 제1부국장은 더 큰 처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국정원은 보고하였습니다. 한국의 한 정보당국자는 "황병서가 상좌 계급으로 좌천돼 전방 군단으로 갔고, 김원홍은 정치범 수용소로 갔다"고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황병서는 김정은 후계 과정에서 세운 공로로 하여 당 정치국 상무위원, 총정치국장, 인민군 차수로 벼락 승진을 한 인물이지만 그 역시 숙청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했고, 장성택과 이른바 그 "잔당들"을 숙청한 공로가 지대하다고 평가를 받은 김원홍은 정치범 수용소로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위상이 추락하였습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자신을 위해 큰 공을 세운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서슴없이 숙청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공포스럽습니다. 2017년 마지막 방송을 이렇게 우울한 숙청 소식으로 끝마치는 저희들의 마음이 무척이나 무겁습니다.

박성우: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북한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소식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2018년에는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를 포함해 북한 문제가 한 걸음씩 진전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