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정상적인 사고라면 3대 세습은 용인하기 어렵다." 이건 김정일의 첫째 아들인 김정남이 한 말이라는 게 일본 도쿄신문의 보도내용입니다. 도쿄신문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서 김정남이 이런 말을 했다는 건데요. 이게 사실일 경우, 상당히 노골적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 반대하는 발언을 김정남이 한 셈입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일본의 도쿄 신문이 1월12일 보도한 내용인데요. 김정일의 맏아들이고 현재 중국과 마카오에 머물며 일종의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김정남이 1월3일 일본의 도쿄 신문에 전자우편을 보내서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3대 세습은 용인하기 어렵다. 아버지 김정일에 의한 37년간의 절대 권력을 후계자 교육을 2년밖에 안 받은 젊은 후계자가 어떻게 이어 나갈지 의문이다. 북한은 앞으로 젊은 후계자를 상징으로 내세우면서 기존의 고위 간부들이 권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습니다. 김정남이 부친 김정일의 사망 후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정남은 2011년 1월 도쿄신문 기자와의 회견에서도 "심지어 중국의 모택동도 세습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권력이 봉건왕조처럼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반대한 적도 있습니다.
김정남의 이번 1월 발언은 상당히 강하죠. 현재 북한의 정세와 앞으로의 전망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이고요. 저도 전적으로 그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이 북한에서는 금기시되는 '3대 세습'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이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외국 신문사에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가 3대 세습에 얼마나 반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고요. 그리고 이는 북한의 고위 간부들까지도 세습에 내심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간 선군사상으로 인해 군대가 좀 비대해졌거든요. 군대와 당의 일부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을 상징으로 내세운다는 건 허수아비로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 의견에 동감하고요. 저도 역시 3대 세습이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걸 러시아의 어느 언론이 만평을 통해 비판했다는 소식도 보도됐습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북한의 우방인 러시아의 언론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비판했다는 건 주목할만 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쌍트뻬쩨르부르그(이전의 레닌그라드)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넵쓰꼬예 브레먀'는 1월10일부 신문에서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가 군사의 천재가 되었다"는 제목의 만화를 실었습니다. 만화에는 김정은이 탱크에 올라서 거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전 유럽을 정복했던 프랑스의 유명한 장군 나폴레옹과 18세기 러시아의 명장군 수워로브가 김정은을 우러러보며 박수를 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그 만화 밑에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김정은을 북한에서는 군사의 천재 중의 천재라고 부르고 있다. 나폴레옹과 수워로브는 이런 비슷한 칭호를 얻기 위해 수십번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했는데, 김정은은 단지 장군 군복만 만들어 입으면 된다"고 심하게 비꼬는 내용입니다.
러시아와 북한은 형제 국가죠. 친한 나라입니다. 이런 형제 국가의 신문이, 나폴레옹과 수워로브 장군이 군사의 천재라는 칭송을 얻기 위하여 수십년 동안 수십개의 전쟁을 치러야 했는데 북한에서는 28세 난 젊은이가 순전히 아버지가 통치자였고 그의 아들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하루아침에 최고사령관이 되고 천재 중의 천재라는 칭송을 받는 일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죠. 이는 세계가 김정은의 최고사령관 등극과 3대 세습을 얼마나 반대하고 비판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는 김정은을 전쟁놀이를 좋아하는 철없는 젊은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것도 외신이 주목할 소식일 듯합니다. 김정일의 시신도 미라로 만들어서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고 북측이 공식 발표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생전의 모습으로 보존하겠다고 했는데요. 이건 아버지 김일성처럼 시신을 방부 처리하여 미라로 만들겠다는 의미인데요.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였을 때 김정일은 김일성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기 위하여 러시아의 전문가 7명을 동원해 100만 달러를 주고 시신을 방부 처리했고요. 그 이후 8억9천1백만 달러를 들여 금수산 의사당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만들고 이 안에 김일성의 시신을 영구 보존하였습니다. 이때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 전개되고 있었죠. 당시에 무려 2백만명 이상의 북한 인민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8억9천만 달러는 옥수수 6백만톤을 국제시장에서 살 수 있는 거금이었고, 이 식량이면 북한 인민 전체가 3년간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의 시신을 영구 방부처리하려면 또 1백만 달러가 들 것이고, 금수산 기념궁전도 재보수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에 못해도 또 수억 달러의 돈이 들어갈 것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엄동설한에 떨고 굶고 있는데, 시신 하나를 처리하는데 그렇게 귀한 외화를 마구 쓰는 나라가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북측 당국이 중국 인민폐, 그러니까 위안화의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왜 이러는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최근 중앙당이 인민들에게 외화를 모두 북한 돈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리고, 특히 모든 곳에서 중국 위안화의 사용을 금지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북한은 2009년에 화폐 개혁을 실시했죠. 당시 조금씩 장사를 해서 돈을 모았던 사람들이 돈을 모두 날리는 경험을 했거든요.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장사를 해서 돈이 모아지면 이걸 중국 위안화나 달러로 바꿔서 보관했어요. 김정은이 이런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 그런 조치를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는 무엇을 통제하고 막고 탄압하는데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추위에 떨고 배고픈 주민들이 마음 편하게 장사하고 먹고살게 해주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배급도 공급도 안 하면서 자꾸 이렇게 통제만 하는 것은 민심에 어긋납니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걸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지난주에는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열렸는데요. 북한과 관련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면서요?
고영환: 지난 1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서 후진타오 주석,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총리를 만나 회담했습니다. 후 주석은 한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하며, 두 나라 외교장관 사이에 직통 전화를 개설하고, 두 나라 고위급 사이에 전략적 대화를 강화하기로 하는 등의 합의를 했습니다. 중국 측은 10일 오후에 나온 공동 발표문을 통해 "중국은 최종적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명백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굉장히 큰 외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이건 전쟁을 일으키거나 무력도발을 통하여 통일을 이루려는 그 어떤 시도도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맺은 지 20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한국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의했어요. 한국도 이걸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한국과 중국이 경제동맹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건 참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박성우: 한국과 중국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구나, 이런 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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