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트럼프 취임사에 떨떠름한 반응”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2일 별다른 논평이나 해설 없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사실을 짤막하게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2일 별다른 논평이나 해설 없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사실을 짤막하게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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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개막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20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제 한미 양국의 정책 조율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지난 22일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화 통화를 했죠. 먼저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 소개해 주시고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설명해주시죠.

고영환: 지난 1월 20일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정식으로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클 플린은 지난 22일 김관진 한국 국가안보실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미국 신행정부 하에서 한미동맹 관계가 강력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김 실장과 함께 주요 안보 현안에 관해 긴밀한 공조를 해나가자"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습니다. 이날 전화 통화는 플린 보좌관의 요청으로 오전 8시 30분부터 15분간 진행됐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다음 날 이루어진 양국 간 첫 통화였습니다. 김관진 실장은 플린 보좌관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정부의 성공적인 출범을 축하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의 지속 발전의 중요성과 북핵 문제의 엄중성과 시급성에 대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 신행정부하에서 한미 양국이 빈틈없는 공조를 해나가자"고 말했습니다.

한국 청와대의 관계자는 "청와대와 새 백악관 수뇌부 간 고위급 채널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북핵, 북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양국 고위급 안보 라인을 가동하면서 빈틈없는 공조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화통화에서 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관계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잠재우고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를 할 때 했던 일련의 발언들, 예를 들어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를 하겠다거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식의 발언들이 한미관계에 일정 수준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플린 보좌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 한국 안보실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와 한미관계가 더욱 강력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확답을 한 것은 한미관계에 틈이 생기길 바라며 미국 측에 구애하던 북한 지도부에게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아무래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번 취임사를 들으면서 북한 지도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고영환: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월 20일 취임 연설은 '미국 우선주의'의 주창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짧은 16분가량의 연설에서 지속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취임사에서 '미국' 혹은 '미국인'을 언급한 횟수만 16차례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무역, 세금, 이민, 외교정책과 관련된 모든 결정에서 미국인의 혜택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임식 당일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뒷받침하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들을 제시했습니다. 백악관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6대 국정기조는 미국 우선 외교정책,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미군의 재건, 법질서 회복, 일자리 창출과 성장,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입니다. 특히 백악관은 "힘을 통한 평화는 외교정책의 중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군의 재건 정책 실행에 대해서는 국방 예산의 자동예산삭감 조치를 끝내고, 군대를 재건할 계획이 담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의 취임 연설과 백악관이 제시한 신행정부의 국정기조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더 위대하게 만들고 모든 면에서 미국과 미국인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적 측면에서는 미군을 세계 최고의 강군으로 만들 것이라는 점도 확실히 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미국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20일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며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이는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올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와는 색다른 대북한 정책의 변화를 바랐던 북한은 떨떠름한 표정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박성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는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취임 당일 백악관 웹사이트에 올린 '6대 국정기조'를 보면 '북한'이라는 단어가 한차례 등장합니다. 어떤 맥락에서 북한이 언급됐나요? 그 의미도 함께 설명해주시죠.

고영환: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언급은 6대 국정기조 가운데 '강한 군대의 재건' 분야에 있었습니다. "이란과 북한 같은 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란 대목입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외교가 아닌 국방 분야에서 다룬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제재와 압박뿐 아니라 군사적 대비 태세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에 상당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북핵문제, 북한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고 그런 방향에서 대북한 외교를 펼쳤던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 북한문제를 국방 분야로 분류하고 이 분야에서 해결하겠다고 한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해석한다면 김정은이 만일 오바마에게 하였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대하려 든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문제, 북한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의미심장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를 책임질 인물들 중에서 미 의회의 인준 청문회를 통과한 첫번째 인물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입니다. 청취자들을 위해서 매티스 장관은 어떤 인물인지 소개를 해 주시죠. 그리고 이 사람의 북한에 대한 정책은 어떠할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한국 그리고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의 고위 간부들을 꼽으라면 미 대통령 외에 국무장관, 국방장관, 그리고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들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미국 국회의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얘기는 앞부분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난 20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가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았습니다. 매티스는 1969년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후 1972년 소위로 일본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3사단에서 근무했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장에 참전해 군사 실전 경험을 쌓은 군인입니다. 그는 미 중부군 사령관을 역임한 장군 출신이기도 합니다.

매티스는 지난 12일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북핵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은 한국, 일본 등 역내 국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본토는 물론 그들의 미사일 방어 능력도 강화해야 하며, 필요하면 북한의 침략에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어렵고 모호한 말 대신 쉽고 명료한 말을 사용하는 데다 정치적 성향 역시 강경 우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영웅'이라고 칭찬한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 핵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됩니다.

박성우: 이제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진용이 갖춰지고 있는데요. 북한과 관련한 정책 검토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겠죠. 북한 지도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을 텐데요. 앞으로 중요한 소식이 있을 때마다 이 시간에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