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국가 신용 없는데 누가 투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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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장성택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어떤 목적을 갖고 방문했을까요?

고영환: 네. 장성택의 기본 당직은 행정부장이지요. 장 부장이 수십명에 달하는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13일부터 중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대표단 성원 중에는 김영일 당 국제비서, 이광근 합영투자위원장, 이수용, 김성남 당 부부장 등 대중국 외교 인물과 경제 간부들이 속해 있습니다.

장 부장은 왕자루이 중국 당 대외연락부장을 첫날 만나 회담했죠. 베이징발 소식통은 장 부장이 왕 부장에게 '북한의 경제발전에 필요하니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차관을 요청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장 부장은 14일에는 중국 천더밍 상무부장과 회담을 가지고 황금평과 나선지대 개발 문제 등을 토의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2인자이며 실세인 장 부장이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것은 우선 중국이 나선과 황금평 지대 개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고, 실무자들이 아무리 만나서 해결하려 해도 해결이 되지 않으니 실력자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이 도로, 항만, 교량, 상수원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중국이 모든 것을 다해 줄 것을 바라는 데 대해 불만이 많았고, 북한은 중국이 큰 나라인데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안되느냐며 밀고 당기기를 해왔거든요. 장 부장은 자신이 직접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 '우리가 중국식 개혁을 하려고 해도 돈이 없으니 못 한다, 중국이 자금을 지원해 주고 나선지구와 황금평 개발을 도와주면 북한도 개혁 개방을 하겠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 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다음 목적은 오는 10월 공산당 대회를 통해 중국에 새로운 지도부가 생기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시진핑 부주석이 후진타오 주석의 후임으로 중국 주석이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시 부주석이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된 후 만나는 첫번째 국가수반이 김정은이 될 수 있도록 장 부장이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북한 내부 문제이지만, 장부장이 이렇게 국가 수반급의 큰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것은 북한내 당 정 군 간부들에게 자신의 높아진 위상을 시위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지적하신데로, 장성택의 행보도 눈여겨 볼만한데요. 일각에선 '김정일 따라하기'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장성택 부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여러모로 과거 김정일의 중국 방문과 비슷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장 부장은 선발대를 먼저 중국에 보냈고, 그 다음 수십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했지요. 김정일이 중국에 갔을 때 머물렀던 최고의 초대소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잠을 잤고요.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遼寧)성 등 동북삼성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두가 김정일의 중국 방문 때 행적과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측이 장 부장에게 김정일과 비슷한 국가 정상급 대우를 해준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외교관 생활을 하였던 제가 눈여겨 본 것은 평양 주재 중국대사가 미리 베이징에 와서 장 부장을 맞이했다는 점인데요. 이것은 국가수반에게만 하는 의례절차입니다. 중국도 장 부장이 북한의 통치자이고 실력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선발대를 보낸 후 자신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것은 장 부장이 은근히 자신이 북한의 실제적인 실력자라는 점을 과시하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번 방중은 북한의 내부 상황이 어떠한지 알게 하는 대목들이 많습니다.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성우: 아무래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북한과 중국이 어떤 합의를 했느냐'라는 건데요. 합의 내용에 대해서 실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북중이 황금평, 나선 지대 개발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 그리고 개성공단처럼 나선 관리 위원회와 황금평 관리 위원회를 따로 둔다는 것입니다. 이건 개성공단에서 남북한이 하고 있는 방식이지요. 또 '정부 인도, 기업 위주, 시장원리, 상호이익'의 개발 원칙을 확인한다는 겁니다. 이게 제일 중요한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황금평과 나선의 지속개발은 외교적인 수사이고, 기본은 개발원칙인데요. 주목되는 점은 정부가 인도하고 기업이 위주가 되며 시장원리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을 해석하면 중국은 기업들이 북한에 들어가도록 인도는 하겠으나, 기본 원칙은 기업이 주인이 되어 투자와 개발을 하며 철저히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중국 정부는 손에 물을 묻히지 않겠다는 겁니다. 기업들이 알아서 들어가야 하며, '돈벌이가 되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세계에서 통하는 투자 원칙을 강조한 것이죠.

사실 이번에 장 부장이 중국에 대규모 대표단을 끌고 직접 간 것은 '지난 2년 동안 황금평과 나선 개발을 중국 기업에 맡겼더니 아무런 성과가 나지 않더라, 그러니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달라'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기업들이 돈벌이가 될 것 같으면 들어가라고 명백히 밝힌 겁니다. 북한과 중국이 서로 마음먹은 게 차이가 있다는 거지요.

박성우: 북측과 사업을 해 본 중국인들의 경험담이 인터넷을 통해 솔솔 나오고 있는데, 별로 좋지 않은 내용이라면서요?

고영환: 북한에 투자했던 많은 중국 기업들이 돈을 빼앗긴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말은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500대 기업 중 하나로 마그네사이트 가공회사인 시양(西洋)그룹이 황해남도 옹진군에 있는 철광산에 2억4천만 위안, 즉 4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철광석 선광공장을 건설하였지만,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쫓겨난 것이 중국 사회에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시양그룹은 중국 인터넷에 '시양그룹 북한 투자의 악몽'이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글에 의하면, 시양그룹은 4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4년 동안 온갖 난관을 극복하면서 지난해 7월에 3만여톤의 철광석 분광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직후 북측이 각종 트집을 잡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현장에 있던 중국 기술자들을 무장 인원을 동원해 모두 쫓아냈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는데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중국 기업인 그 누가 북한에 들어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이런 게 북한의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중국이 나선과 황금평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장 부장이 대규모 대표단을 데리고 중국에 가서 아무리 '투자해 달라, 차관을 달라'고 해도 북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고 국제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그 누가 들어가서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 저는 이걸 북한 사람들이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신용이 없다면 장사도 힘들 것이고, 더군다나 누군가의 투자를 받는 건 더 힘들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