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변화 조짐, 개혁개방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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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경제 관료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2000년대 북한의 경제 정책을 주도했던 인물들이 최근 내각에 복귀하거나 중용되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 당국의 6.28 경제개선조치와 관련해서 해석할 게 많아 보이는데요. 실장님,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그렇습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의 경제정책, 특히 2002년 7월 경제개선 조치를 주도했던 인물들이 내각 등에 중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내각 부총리로 임명된 전승훈은 금속기계공업상을 거쳐 2003년 부총리로 승진하였다가 2009년 4월 해임된 된 인물이지요. 그런 그가 지난 18일 부총리로 다시 승진한 거고요. 노두철 부총리도 김정은의 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정일 시대 때는 부총리가 최고 지도자를 수행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례적이지요.
특히 박봉주는 2007년 내각 총리에서 해임되어 순천 비날론 공장 지배인으로 강등되었다가 올해 4월 당 경공업부장으로 승진한 인물입니다. 이 사람이 왜 특이하냐면, 김경희가 경공업 부장으로 있을 때 1부부장도 했었고, 김경희와 가까운 인물이거든요. 김경희가 비서로 승진하면서 박봉주가 부장 자리에 들어앉았다는 의미가 있고요. 곽범기도 당중앙 위원회 비서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이외에도 리광근 합영투자위원장도 장성택 부장과 같이 해임되었다가 장 부장이 다시 실세가 되면서 이번에 중책을 맡았습니다.
지금 언급한 인물들의 특징은 모두가 경제통이라는 것이며 경제를 회복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김정은이 제1비서로 되면서 경제통들이 승진하고 또 내각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6.28 경제개선조치가 발표되고 시행되면서 북한이 '이대로는 안되겠다, 무엇인가 해보자' 하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문제는 이러한 변화들이 진정으로 개혁, 개방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실제로 내각이 당이나 군부가 가지고 있는 그런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가도 문제입니다. 내각에 힘이 실리려면 당에 보고하지 않고 정책을 직접 세우고 집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막강한 당은 할 일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경제와 농업을 개혁하려면 중국처럼 모든 공장 기업소에 생산지표를 내려 보내지 말고 농사도 농민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어 그들이 알아서 생산하게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런 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를 해야 하고, 진정으로 개혁 개방을 하여야 하며, 또 외자를 유치해야 합니다. 선행되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거지요.

박성우: 실장님도 최근에 지적하셨다시피, 중국의 대규모 지원이나 차관 제공이 없으면 북한의 이번 경제개선조치는 성공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중국도 북한에 경제 개혁과 관련해서 다양한 요구를 한 걸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그 요구가 상당히 구체적이라면서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지난 17일 중국을 방문한 장성택 부장을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만나 회담하면서 북한에 북중 경제협력을 하려면 5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첫번째는 경제협력을 외국과 하려면 법률과 법규를 개선하라는 것입니다. 지난번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북한에 투자하였던 중국 기업들이 돈을 떼이는 등 각종 불이익을 받는 사실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시양 그룹이 4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공장을 세워놓으니 북한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쫓아낸 일이 있었죠.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중국 기업을 포함해서 그 어떤 외국 기업도 북한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둘째는 지방 정부간 협조를 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 동북3성 지방 정부와 북한의 량강도 등 지방 도시들이 알아서 경협을 하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중국의 중앙 정부는 투자할 수 없으니 지방 도시들이 서로 협조하라는 겁니다. 셋째는 토지와 세금에 시장 시스템을 적용하라는 것입니다. 고무줄처럼 돈과 세금을 받는다면 북한에 투자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넷째는 중국 기업들이 애로 사항을 제기하면 바로바로 해결해 달라는 것이고, 다섯째는 세관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 제품의 질을 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합해 말하면 투자한 기업의 돈을 뺏거나 마음대로 쫓아내고,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지 않으며, 투자법규를 제대로 만들고 지키지 않으면 돈을 주지도, 빌려 주지도 않을 것이라는 통보인 셈입니다. 또한 중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와 개혁을 하지 않으면 중앙 정부는 도와주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만 포기해도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밋 롬니도 비슷한 지적을 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올해 11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어요. 공화당 후보로 밋 롬니라는 사람이 나왔는데요. 그런데 롬니 후보가 자신의 대외정책 중 대북 정책을 밝히면서 "내가 집권하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과 은행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북한핵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 말은 중국 기업이든, 러시아 기업이든, 구라파 기업이든, 그 어떤 은행이든간에 북한과 거래하는 경우 미국과 거래할 수 없다는 초강경 메시지를 보낸 거지요. 미국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입니다. 미국 기업, 미국 은행과 거래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끝장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는 한 국제사회의 고립으로부터 헤어날 수 없다는 의미이지요.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주에는 김정은 제1비서가 목선을 타고 북측의 서해 최전방을 찾았다는데요. 아무래도 지금 실시 중인 한미 연합훈련을 의식한 행동으로 봐야겠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지난 18일 서해 무도 방어대를 시찰하고 '북한 땅에 한 발의 포탄이라도 떨어지면 국부전쟁에 그치지 말고 성전으로 이어가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무도는 2010년 11월 북한이 서해의 평화롭던 한국 섬 연평도에 포격하여 사민(민간인)들을 사망케한, 정전협정 이후 최대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 장소지요. 김정은의 이번 무도 시찰은 지난 20일부터 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 대한 맞대응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북한은 온갖 신문과 방송 기관들을 동원하여 마치도 한국과 미국이 전쟁연습을 하는 것처럼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을지프리덤가디언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이 훈련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훈련입니다. 훈련 내용도 북한이 남한을 반대하는 전면전을 일으킬 때 한국군이 어떻게 미군과 함께 한국을 보호하느냐를 연습하는 방어 훈련입니다.
북한은 남한이 합동 훈련을 할 때마다, 다시 말해 1980년대 팀스피릿 훈련 때부터 '남한이 전쟁을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는데, 전쟁이 일어난 적은 지난 60년 동안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지금 남한은 여름 휴가의 마무리 시점에 와있습니다. 사람들은 동해와 서해 그리고 남해를 찾아 가족과 휴가를 지냈거나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단군 이래 가장 편안하고, 먹고 살만하게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왜 한국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겠습니까?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해는 한중 수교 20주년인데요. 지난 20년 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만,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지요?

고영환: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은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중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가 놀랍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중국 대학생 49.3퍼센트가 '한국을 북한보다 더 좋아한다'고 대답하였고 '북한이 더 좋다'는 대답은 14퍼센트에 그쳤다
중국 인터넷망에서 중국 청년들은 북한을 '깡패국가', 김정은 제 1비서를 '진샤오팡', 즉 '김뚱뚱'이라고 조롱하고 있습니다. 이건 현재 중국 청년들이 북한을 보는 시각을 나타내지요. 이제 중국 정부도 다른 자유주의 국가들처럼 점점 인민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이 요구하는 개혁개방을 북한이 계속 거부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거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이미 답은 나와 있는데, 북한이 그 답을 외면하고 있는 거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