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대화 재개 가능성에 관심 집중”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 활동을 재개했죠. 해석할 게 많아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일 '3월16일 공장'을 방문한 지 14일 만인 지난 15일 평안남도 강서군 기양에 있는 금성 뜨락또르 공장을 지도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가 자력갱생의 혁명 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당이 맡겨준 새형의 뜨락또르 생산 과제를 빛나게 수행한 금성 뜨락또르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핵실험과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들을 지속하던 김정은이 지난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이후부터는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고 경제 분야에 대한 지도를 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21일에는 황해남도 과일군의 과수원을, 같은 달 30일에는 북한군 제810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지난 10월 19일에는 류원 신발공장을, 10월 29일에는 평양 화장품 공장 등 경제 분야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방문을 하면서 북한 지도자에게 핵 개발을 중단하라고,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엄중 경고를 연이어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직접적인 반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지인 일본에 도착하기 직전에 화물차 공장을 시찰한 뒤 일체의 공개 활동을 하지 않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방문을 마치고 14일 귀국길에 오른 직후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을 방문하면서 북한에 핵을 포기라고 엄중한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긴장 수위를 올리지 않는지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조용한 배경에 두 가지 가설이 있다고 봅니다. 우선은 트럼프 아시아 방문 기간 내내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입장 표명을 예의주시하였을 가능성입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의 극동아시아 방문에 맞춰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한반도 인근 바다에 배치되어 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김정은이 숨어 있었을 가능성입니다.

전직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 F-22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들어올 때 장기간 공개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한반도 수역에 항공모함 전단이 세 개씩이나 모여 강훈련을 진행하는 것에 김정은이 겁을 먹고 숨어 있으면서 간간이 경제 부문 지도를 하여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 척도 아니고 세 척이나 동해에서 훈련을 했으니 북한 지도부도 이걸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그런데 앞으로는 북한 지도부가 동해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측 전략자산의 움직임을 항상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 의회가 최근에 법안을 하나 통과시켰기 때문인데요. 부원장님,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미 해군의 핵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니미츠함 등 3척의 항공모함들이 각각 80여 대의 전투기 등을 탑재하고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세계의 군사 전문가들은 이 항공모함들이 가지고 있는 공군전력이 독일 공군 전체의 전력과 맞먹는다고 분석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하원이 지난 11월 14일 2018년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원은 전체회의를 열어 2018년 회계연도 국방 예산을 올해의 6190억달러에서 7000억달러, 즉 올해에 비하여 13.1% 늘리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방수권법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번 법안으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최신 폭격기들, 핵추진 잠수함들도 한반도 주변에 배치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 10월 초에 배수량이 1만8750t인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인 미시간함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작전기지에 입항시킨 적이 있습니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에는 이라크 전쟁 때 명성을 떨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150발까지 탑재가 가능합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 전략폭격기들은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참수 작전'을 실행하기에 유용한 무기들로 평가됩니다.

미국이 북한을 최대의 안보 위협국으로 정한 것은 북한이 정교한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수백, 수천기씩 가지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보다 더 강해서가 아니라 현 시기 미국을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유일한 나라가 북한이기 때문입니다. 강한 중국이나 러시아도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지 않고 있는 것이 여러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할 거라고 했었는데요. 부원장님, 그 내용을 설명해 주시고요.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을지도 풀이해주시죠.

고영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방문 기간 내외신 기자들에게 11월 15일 중대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동결하고 일정한 양보를 받아내는 형식의 이른바 '쌍중단'(freeze for freeze)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의견을 모았고, 시 주석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우리 공동의 목표인 비핵화된 한반도를 달성하고자 그의 위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김정은 정권에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발표는 트럼프와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경제력을 활용하면서 북한에 대폭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는데 서로가 의기투합을 이루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미국 행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서 다음 주에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특사를 보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요?

고영환: 중국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월 15일 중국 공산당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이 11월 17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다고 동시에 보도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2015년 류윈산 당시 공산당 상무위원이 창당 기념일에 맞춰 평양에 갔다 온 지 2년여 만입니다. 쑹타오 부장은 김정은에게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화통신은 이날 "쑹타오 부장이 지난달 끝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쑹 부장이 이번에 평양을 방문하는 목적을 두 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중국 공산당 19차 대회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제재를 할 수 밖에 없음을 김정은에게 전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핵을 고수하면서 강력한 제재를 당하겠느냐, 아니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오겠느냐,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최후통첩을 하기 위한 방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박성우: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건 하나죠. 비핵화인데요. 답이 미리 정해져 있는 이 문제를 관련국 모두가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는 국면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