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웁니다. 북한이 1일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4일 신년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영환:
네, 새해 축하합니다. 이건 북한식 인사말입니다.
박성우:
저도 새해 축하드립니다. 위원님, 북한이 1일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이번 사설의 전반적 특징은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이번 신년 사설에서 가장 큰 특징은 선전선동적인 구호가 예전에는 굉장히 과격했는데, 이번엔 그런 게 많이 없어진 느낌을 받았어요. 제목부터 ‘인민 생활과 관련한 경공업과 농업을 발전시키자’는 것이고요.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자, 첨단을 돌파하자는 구호들이 나왔죠. 아주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10여 년을 되돌아 보면, 계속 ‘선군’ ‘국방’ ‘군사강국’ ‘인민군대’ 이런 말을 계속 해왔거든요. 아마도 이제는 방향을 전환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강한 의지를 표명했어요. ‘북남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말했죠. ‘파쇼’나 ‘괴뢰’라고 욕하던 표현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아마도 남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걸 절실한 과제로 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박성우:
경제 이야기를 잠시 해 주셨는데요. 북측은 신년 사설에서 “인민 생활의 결정적 전환”을 이루자고 말하면서도 ‘자력갱생’ 같은 용어를 이번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대외시장 확대’나 ‘대외 무역활동의 적극화’를 강조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지난해 말에 북한이 나선시를 나선 특별시로 바꾸는 정령을 발표했고요. 또 지난해에 북한과 중국이 신의주 압록강 대교를 건설할 데 대한 의정서를 채택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 일본 같은 주변 나라와의 대외 시장을 좀 열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나선에는 아무래도 중국과 러시아가 들어갈 것이고, 신의주에서는 중국과 장사를 하고, 한국과는 개성공단을 좀 확대하고, 그래서 외화를 벌어들이자는 것이죠. 그런데 이건 ‘모기장’ 형식이 될 겁니다. 철조망을 치고 그 안에서 부분적인 개방을 하려는 걸로 보입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눈에 띄었던 표현은 ‘경사스러운 10월의 하늘가에 터져 오를 장엄한 축포성’이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뭐라고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올해가 당 창건 65돌, 정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100일 전투’나 ‘200일 전투’ 같은 걸 할 겁니다. 그 성과를 가지고 ‘10월의 축전장’으로 들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데요. 신년사의 지난해 과업 부분을 보면 ‘4월의 축포 야회’ 같은 걸 유난히 강조하고, 당이 그런 걸 했다고 말하고, 또 이번에 ‘장엄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걸 보면, 역시 후계체제와 관련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10월10일을 전후로 해서 외부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에게서 3남 김정은에게로 이어지는 후계체제를 발표하지 않겠나 하는 전망을 해 봅니다.
박성우:
이번 신년 공동사설에서는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문구도 눈에 띕니다. 이와 관련해서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전의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하면서 ‘올해의 극적인 사변을 예감케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이걸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시사한 걸로 해석했는데요. 위원님께서도 이런 해석에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네,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지난해 말에 남과 북이 중국과 베트남에 가서 합작 공단을 함께 시찰했는데요. 거기서도 북측이 ‘올해는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비공식적으로 이야기했고, 조선신보가 ‘극적인 사변’이라고 표현했고, 또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북남관계를 결정적으로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국에 대한 욕설도 삼갔습니다. 북한이 올해 수행하려는 가장 기본적인 과업이 경공업과 농업의 발전인데요. 농업은 식량 문제와 관련돼 있고, 비료가 1년 농사의 기본이거든요. 그런데 한국이 북한에 비료를 안 주고 있지요. 올해는 남측으로부터 비료를 받아들여서 식량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을 북측이 내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공업과 관련해서 2-3년 전에는 한국이 약 8천만 달러어치의 원자재를 북한에 지원했었죠. 경공업은 원료가 없으면 인민 소비품을 만들지 못하거든요.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내는 걸 염두에 두고 농업과 경공업을 발전시키자는 말을 신년사에서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남북 정상회담도 하고 장관급 회담도 해서 한국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지원을 끌어내서 경공업과 농업을 발전시키자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는 북한에 계실 때 외교부에서 일하셨습니다. 북한의 당 간부나 고위급 관료들에게 신년 공동사설은 어떤 존재입니까? 위원님께서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셨습니까?
고영환: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을 때는 육성으로 읽었으니까, 그건 교시였죠. 김일성의 사후에 이게 공동사설로 바뀌었는데요. 이것도 김정일 위원장이 꼼꼼히 챙겨서 결재하는 사항이거든요. 그러니까 신년사설을 받으면 모든 간부들이 국, 과, 그리고 개인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또 신년사의 기본 정신을 학습해야 합니다. 일부는 암송하기도 하는데요. 이걸 모르면 욕을 좀 먹어요. 그러니까 신년사설이 나오면 이걸 공부하는 게 힘들죠. 이게 나오면 걱정도 많이 하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박성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4일 생방송으로 신년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위원님께서도 이걸 지켜보셨을텐데요.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과 비교할 때, 차이점도 있고 유사점도 있어 보입니다. 어땠습니까?
고영환:
유사점은 한마디로 말하면 남이나 북이나 그 해에 해당 정부가 해야 할 국정 과제를 제시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차이점은 많습니다. 먼저, 신년 공동사설은 북한이 1월1일 아침에 발표하는데, 한국에서는 명절을 다 쉰 다음에 근무하는 첫날 대통령이 대체로 연설을 통해 발표합니다. 북한에서는 신년사설을 받으면 전체 인민이 학습하고 암송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일반 사람들은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했나 보다’, 그리고 이걸 저녁에 TV 뉴스를 통해 보면서 ‘대통령이 올해 이런 일을 하려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북한에서처럼 외우고 그러지는 않거든요. 또 북한에서는 신년사설에 맞춰서 자신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게 없어요. 그리고 북한의 신년사설은 좀 선동적이고 추상적인 게 많아요. 예를 들면 ‘천리마 대운동으로’ ‘강선의 기상으로’ 이런 거지요. 반면에 한국의 경우는 내용이 좀 구체적입니다. 올해 1월4일에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게 일자리 창출입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공급하는 게 정부의 임무’라고 말했고, 그에 대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죠. 이렇게 한국의 경우는 좀 구체적이고 생활적인 면이 있는데, 북한은 추상적인 면이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공동 신년사설과 한국의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은 차이점과 유사점이 있는데, 아무래도 차이점이 많군요. ‘시사진단 한반도’ 이번 주 시간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위원님,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