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지난 월요일 정전협정 당사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북측의 이번 제안이 갖는 의미를 진단해 보겠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서울이 이렇게 추운 건 (북한에서) 서울로 온 다음 처음입니다. 아마 평양 사람들은 훨씬 더 추위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박성우:
그렇네요. 위원님, 북한 외무성이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 회담을 시작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먼저, 평화협정은 무엇입니까?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서 알기 쉽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데요. 북한이 1950년 6월25일 한국을 쳤고, 한국은 잠을 자다가 벼락을 맞아서 낙동강까지 밀려 내려갔죠. 유엔군이 개입했고. 남북은 3년간 아주 처절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대국들이 ‘그만 싸우자’고 해서 정전협정을 맺은 게 1953년 7월27일입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말하자면 아직도 한반도에는 공고한 평화가 없는 상태이고, 남북한은 군사적으로 서로 대치하고 있습니다. 전투 행위만 중지된 것이었지요. 그래서 평화협정을 체결할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길로 가기 위한 여러 가지 단계들이 있습니다. 그걸 조금씩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내용과 연관해서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북측의 ‘평화협정 회담’ 제안은 어떤 배경 아래에서 나왔는지요? 그리고 이걸 통해 북측이 의도하는 바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올해가 6.25 전쟁 60돌이 되는 해이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엔 참여국들이 유엔에서 아주 큰 행사를 많이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북한으로서도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래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기 위한 당사자들의 회담을 제의했는데요. 그런데 이건 전혀 새로운 제안이 아닙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평화협정을 맺자고 제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북한 노동당의 목표도 그렇고,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을 때 여러 번 이야기도 했고, 또 외무성에 내려오는 지시를 봐도 한 가지 알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려는 북한의 기본 목표는 한국에 있는 미군의 철수라는 점입니다. ‘이게 우리의 주요 목표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다음, 기회를 봐서 무력으로 통일하든지, 아니면 ‘고려 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으로 통일하든지, 그러니까 북한식 사회주의적인 통일을 하자’는 저의가 북한이 추구하는 평화협정의 뒤에 숨어 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는 북한이 ‘평화협정을 통해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바라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내려왔을 때, “김정일 위원장도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반대하지 않더라”는 말을 했는데요. 당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 겁니까?
고영환:
가정해 봅시다. 가장 증오하는 적국의 수반이 왔는데, 그 사람에게 자신의 속셈을 말할 지도자가 이 세상에 있겠습니까? 그냥 외교적인 발언이었던 거지요.
북한은 군대의 규모가 110만여 명이고 북한군의 60-70퍼센트가 휴전선을 따라 공격형으로 배치되어 있어요. 여기에 덧붙여서 북한은 생화학 무기를 갖고 있지요. 또 핵폭탄까지 만들었지요. 이건 분명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 걸 보여줍니다. 방어적 성격이라면 (군부대의 배치가) 국내로 쭉 퍼져야지, 왜 휴전선을 따라서 있겠습니까? 주한미군만 없으면 뭔가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인 거지요.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평화협정은 쉽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평화협정이 되면 주한미군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주한미군이 있을 명분이 사라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단 평화협정 회담을 하고, 협정을 체결한 다음에, 그다음에 주한미군에게 (한반도에서) 나가라고 하면 (주한미군은) 할 수 없이 나가야 되는 상황을 북한은 전략적으로 노리고 있는 거지요.
박성우:
이번엔 좀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12일 보도인데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2월에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는 ‘북한이 북핵 9.19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면 미국은 관계개선과 무역 확대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북측은 이번 외무성 성명을 통해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에 응답한 측면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분석에 대해서 위원님께서도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저는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친서에서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건 북핵 폐기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건 빼고 (9.19 공동성명의) 뒷부분에 나오는 평화협정에 대해서만 응답을 한 거지요. 다시 말해서, 전제조건은 빼고 결론만 나온 셈입니다. 여기서 전제조건이라는 건 ‘북한이 핵을 포기하라’는 거지요. ‘그러면 관계 개선도 하고 평화협정 체결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북한은 핵 포기라는 조건은 빼고, 그냥 ‘관계 개선’ 부분에만 답변한 식이 됐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속이 빈 강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박성우:
알겠습니다. 평화협정의 “당사자” 문제도 다시 제기됐지요. 러시아에 있는 김영재 북한 대사는 12일 “남한 당국이 평화협정 회담을 여는 것에 동의할지 모르겠다”면서 “북한과 미국이 평화회담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위원님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이 질문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은 정말 한국을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간주하지 않는 겁니까?
고영환:
조금 설명이 필요한데요. 6차 당 대회를 할 때 김일성 주석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 미국과 북한의 직접 회담을 제기했어요. 그래서 제가 외교 일선에 있을 때, 현지에 나가 있을 때, 미국 외교관들과 접촉해서 (직접 회담을 하자는 걸) 제기했어요. 그랬더니 미국 사람들이 ‘남한이 당사자인데, 남한이 빠지면 되겠느냐, 남한도 회담에 참석시키자’라고 해서 북한은 3자회담에 동의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중국이 반발했어요. ‘우리가 (한국전쟁 당시에) 100만명 이상이 들어가 싸우고, 몇십만 명이 죽었는데, 우리가 빠지는 게 말이 되느냐’는 거죠. 그래서 미국이 북한에 다시 역제의를 했어요. ‘중국도 참가하는 4자회담을 하자’는 것이었죠. 그러니까 당시에 김일성 주석이 ‘다 집어치워라’고 해서 미북 비공식 회담이 중지됐습니다.
이게 뭘 말하느냐면, 북한도 남한의 현 실체를 김일성 주석 때부터 인정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당사국’이라는 묘한 표현을 쓰면서 ‘한국이 평화협정 회담에 참여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건 10.4 공동선언에도 배치되는 겁니다. 사실 지금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인은 남북한입니다. 남북은 군사적으로 서로 대치하고 있고, 말 그대로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은 분명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평화협정 회담에) 한국은 들어가야 하는 거죠. 하지만 북한은 한국을 회담장에서 좀 뺐으면 하는 속마음을 갖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평화협정의 당사자 문제가 지금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등장하는 겁니다. 이게 되면 모든 게 자연스럽게 쭉 풀리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첫 단추부터 계속 풀리지 않고 있어요. 정전협정은 북한의 핵 포기, 그리고 개혁 개방과 모두 연결돼 있는 겁니다. 그래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죠.
박성우:
알겠습니다. 사실 평화협정을 맺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요. 다만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먼저 결정해야 평화협정을 맺을 시점도 정해지는 거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