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성우: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19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두 나라가 다룰 문제가 참 많은데도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실장님,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18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의 호금도 국가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과 중국은 G2, 그러니까 2대 강국으로서 세계적인 문제들을 토론하거든요. 환율 문제, 무역 불균형 문제, 기후 문제 등 굉장히 다룰 문제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가 가장 큰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여기서 호금도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도 상당히 흥미를 끄는데요. 호금도 주석이 보는 앞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킨 중국에 사의를 표했고, 미중 두 나라는 북한이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을 일으키지 않게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과 중국의 최대의 목표라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나라가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큰 문제로 토의됐다는 건 그만큼 북한이 문제아로 인식되고 있다는 걸 뜻하지요. 이란 문제와 함께 북한 문제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관심을 끄는 문제여서, 미국과 중국의 두 정상이 합의점을 찾은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군수 공장을 시찰했습니다. 그 의도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일 위원장이 평안남도 개천에 있는 ‘1월18일 기계종합공장’을 방문했는데요. 이곳은 단순한 기계를 만드는 곳이 아닙니다. 군수 공장의 암호명입니다. 주로 어뢰, 어뢰정, 탱크 엔진, 군함 엔진 등을 만드는 대규모 지하 군수 공장입니다. 아마 미중 정상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선군정치를 계속할 것이고, 군수 공업을 발전시킬 것이고, 무기를 만들 것이고, 국방력을 강화해서 미국과 중국에 맞설 것이고, 더 나아가서 우리가 원하는 대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도발을 할 것’이라는 말을 한 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주민들의 생활,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시아의 평화 같은 건 관심이 없고, 오로지 체제 유지를 위해 군사력을 발전시키는 한 길만을 가겠다는 뜻을 호금도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밝힌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걸로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강국들입니다. ‘강성대국’이라는 건 말로 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경제력과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거죠. 강대국인 미중 두 나라가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이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을 하지 못하게 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한 건 북한에 던지는 의미가 큽니다. 만일 북한이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을 하고 핵을 계속 발전시킨다면, 미국과 중국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죠. 아마 북한 지도부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날 겁니다. 아마 굉장히 화를 많이 내겠지요. 하지만 크게 보면, 이번 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겁니다. 북한이 화가 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강력한 우군인 중국이 반대하는 도발을 마음대로 하지는 못하겠지요. 그러니까 한반도의 안정에는 크게 기여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동안 굵직한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소식이 있지요. 튀니지에서 23년 만에 독재자가 퇴진했습니다. 실장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할 때 튀니지에 가봤거든요. 이곳은 먹을 것도 많고, 관광객도 많은, 북한과 비교하면 천국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요. 1인당 국민소득도 거의 1만 불에 가까운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벤 알리 대통령이 23년 동안 굉장한 철권통치를 했어요. 비밀경찰이 강했고, 유일 정당이 있었고, 군대가 충성을 다했어요. 그래서 이 사람이 무너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경찰이 무허가로 길바닥에서 과일을 팔던 청년을 단속하면서 과일과 수레를 빼앗자, 이 사람이 온몸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여 자살했습니다. 이걸 본 사람들이 분노해서 일어선 거죠. 그런데 비밀경찰이 총을 쏴서 수십 명이 죽었어요. 그러니까 주민들이 모두 분노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온 거죠. 수십만, 수백만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서 데모를 하니까 독재자가 도망친 겁니다. 웃긴 게 있습니다. 이 독재자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쳤는데, 금괴 1.5톤과 달러 뭉치가 든 커다란 트렁크를 갖고 갔다는 겁니다. 이런 걸 보면 독재자는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릴게요. 튀니지 사태가 이 나라만의 문제로 머물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알제리나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 분신자살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재 국가들에서 계속 도미노처럼 주민 폭동이 일어나면서, 독재 정권이 흔들흔들하고 있거든요. 이런 걸 보면 생각되는 게 참 많습니다.
박성우: 김정일 부자의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예비조사에 이은 본조사가 시작된다는 소식도 있었지요?
고영환: 그렇죠. 국제형사재판소는 ICC라고 부르는데요. ICC가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해서 북한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예비조사를 이미 했어요. 두 사건이 전쟁 범죄에 해당된다는 잠정 결론을 지난 14일 내렸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본조사를 하는 건 기소와 재판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 거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당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직접 지휘한 걸로 알려지고 있는 김정일, 후계자 김정은, 그리고 총참모부의 일부 장성들이 전범으로 낙인찍히게 될 겁니다. 이들은 북한 내부에 있으니까 외국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직접 들어가서 잡아 나올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이 외국에 나오기만 하면 현장에서 체포해서 잡아갈 수 있어요. 바로 이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고, 아마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가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사를 받는다는 건데요. 우리 청취자들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관련된 소식이 들어오면, 계속해서 이 시간에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