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군부 누른 외화벌이 기관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남측을 상대로 강경책과 유화책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북측의 최근 대남 행보를 진단해 보겠습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동안 남북관계가 상당히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습니다.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15일에 북측은 ‘옥수수 1만 톤을 받겠다’는 의사를 남측에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2시간쯤 지나자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 나왔습니다. 여기선 남측을 상대로 하는 ‘보복 성전’을 언급했습니다. 굉장히 상반된 태도인데요. 그 이유를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우리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의 내용을 잘 모르실 것 같아서 먼저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남한의 어느 한 신문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한국이) 북한을 어떻게 재건하려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어요. 그런데 이건 사실 확인되지 않은 것이고, 한국 정부도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왜 이런 기사가 나오는가 하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기자가 비슷한 소문을 듣고 써도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기는 거에요. 그런데 이걸 북한은 한국 정부의 입장처럼 받아들이고 굉장히 화를 낸 거죠. ‘보복 성전’이라든지, ‘청와대를 날려버리겠다’는 등의 굉장히 강경한 표현을 사용해 성명을 발표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기 2시간 전에,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이 옥수수 1만 톤을 한국으로부터 받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 거지요. 2시간 사이에 극히 상반된 보도가 나온 겁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군대는 군대의 입장이 있고, ‘옥수수를 받겠다’는 주무 부서인 통일전선사업부는 ‘남한과 경제적 실리를 취하는 사업은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 있는 거에요. 어찌 보면 당과 군대 사이의 갈등이, 아니면 서로의 정책적 호흡이 맞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개성에서는 19일에 시작해서 21일 새벽까지 남북 당국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 12월에 중국과 베트남에 있는 공단을 함께 둘러본 결과를 평가하는 자리였는데요. 이 회의에서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도 중요하지만, 북측이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 그 자체도 큰 관심사였거든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사실 관심을 자아냈어요. 국방위원회가 ‘남측을 쓸어버리겠다’는 강경한 성명을 낸 다음에, 며칠 뒤 열리는 회담에 북측이 과연 나오겠느냐, 이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북한이 나왔고, 회의를 했어요. 다시 말하자면, 북측은 경제적 회담은 회담대로 하고, 군대는 군대대로 남측을 위협한 셈입니다. 이건 군대와 당, 그리고 내각이 서로 좀 호흡이 맞지 않는 현상인데요. 어찌 보면, 외화벌이를 하는 기관들이 군대를 이긴 셈이 됐어요. 며칠 있다가 회담에 나왔고, 회담이 실질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이건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은 계속해서 받겠다는 태도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앞에서 드린 질문에 이어서 추가로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15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 나왔는데, 북측은 이걸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으로만 보도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 보도를 접할 수 없는데요. 이렇게 내부적으로는 정보를 차단한 이유는 뭐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명 내용만 보면 당장에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잖아요. 그런데 남한과의 협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북측에는 알려지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대변인 성명 내용이 알려질 경우에는 북한 주민들이 상당히 혼란스럽겠지요. 그런 혼란도 미리 막자는 의도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동정과 관련해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16일에 김 위원장이 육해공군 합동 군사훈련을 지켜봤는데요. 김 위원장의 훈련 참관은 전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북한 매체들이 이걸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이나 미국에 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국제 부분과 국내 부분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을 상대로 북한은 ‘한반도는 항상 전쟁 위협에 처해있다, 그러니 빨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라’는 간접적 메시지를 전달한 걸로 보입니다. 또 다른 측면은, 현재 북한에는 외화 사용 금지, 화폐 개혁, 경제적 난관 등으로 굉장히 뒤숭숭한 분위기인데, 이런 상황을 가라앉히려는 민심 수습책의 성격도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서 북측은 ‘우리는 이렇게 강력한 무기들이 있다, 그리고 남한을 칠 준비가 다 돼 있다, 그러니까 북한식 통일에 대한 신심을 가져라, 우리의 군대는 강하다’는 걸 강조해서 북한 주민들의 사기를 올려주려는 목적도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도 잠시 ‘평화체제’ 문제를 언급하셨는데요. 북측이 11일에는 ‘평화체제 회담을 하자’고 제안하더니만, 18일엔 외무성 성명을 내고 ‘제재를 풀어주지 않으면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재를 풀어달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요, 아니면 회담에 복귀할 테니 체면을 좀 세워달라는 식으로 이해해야 하나요?


고영환:

잠깐 설명을 좀 하겠습니다. 6자회담은 9.19 합의와 2.13 합의를 만들었는데요.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북핵 폐기’입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경제적 지원도 해주고 평화협정 회담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합의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작년에 핵실험을 한 다음에 ‘6자회담은 영원히 사라졌다, 6자회담에는 다시는 절대로 안 돌아간다’고 공언했어요. 하지만 작년에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평양에 들어갔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다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어요. 한 걸음 뒤로 물러선 거지요. 그런데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아직도 북한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한 게 강하게 남아 있죠.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한 거지요. 그래서 ‘제재를 좀 풀어주면 우리가 회담에 나가겠다’는 식으로 명분을 찾고 있는 겁니다. ‘체면을 살려달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꼭 한 주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모두 남북관계나 북핵 6자회담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