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국정연설에서 “북한은 핵무기 폐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은 핵무기 폐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고영환: 다른 나라에서는 1월1일 대체로 신년사를 하는데, 미국은 25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합니다. 이건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데요.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같이 갈 것이며, 북한은 핵무기 폐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북한의 핵 문제를 이렇게 언급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서도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요. 지금 북한 사람들은 정말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개발하면 국민들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 지겠지요. 그렇지만 핵을 포기한다면 전 세계가 도와주겠다고 하잖아요. 미국도 도와주고, 또 대한민국이 대량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을 굶주리게 할지, 아니면 굶주리지 않게 할지는 김정일 위원장의 결정에 달린 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박성우: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하면서 한국을 자주 언급한 것도 특이했는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면서 이례적으로 한국을 칭찬하는 발언을 여러 번 했는데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서 교원들은 국가를 건설하는 사람으로 존경받고 있다, 미국도 우리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을 한국과 같은 수준에서 존경할 때가 왔다’고 이야기 했고, 이걸 듣고 미국 국회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어요.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사회기반 시설은 한때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의 가정들이 미국보다 훨씬 훌륭한 인터넷 통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한국을 이렇게 칭찬한 건 아마 우리나라 5천 년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아프리카에 있는 튀니지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지요. 튀니지에서는 반독재 시위의 결과로 대통령이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쳤는데요. 그런데 이번 주에도 시위는 이어졌습니다. 실장님, 튀니지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어떤 성격을 갖고 있습니까?
고영환: 제가 먼저 설명을 좀 드릴게요. 지난 12월17일, 26세 청년이 손수레와 과일을 빼앗기고 나서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자살했고, 이게 대규모 시위의 도화선이 됐고요. 그래서 벤 알리 대통령이 지난 14일 금괴 1.5톤과 수억 달러의 현금을 비행기에 싣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쳤어요. 그 이후, 각 지방에서 비밀경찰이나 고위 당 간부로 일하면서 주민을 못살게 굴었던 사람들이 주민 자치대에 의해 잡히거나, 죽거나, 외국으로 도망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잘 해줬던 경찰이나 당 간부들은 주민들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해요. 이게 참 재미있는 현상이고요. 알리 대통령의 조카를 포함해 33명이 체포돼서 지금 재판을 기다리고 있고요. 알리 대통령이 물러나고 나서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새 정부에 알리 독재 정권에서 근무했던 내무상을 비롯한 일부 간부들이 다시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자 시위가 다시 커진 거예요. 그러니까 ‘너는 옛날에 독재정권에서 일했는데 왜 다시 일하느냐, 구 체제 인사는 물러나라’는 데모를 하고 있는 것이고요. 임시정부가 급해지니까, 대통령 일가의 부정축재 검열 위원회도 만들고, 죄수들을 풀어주는 사면령도 발표하면서 주민들을 좀 달래려고 하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박성우: 튀니지의 군대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요? 왜 그런 겁니까?
고영환: 지난 12월17일 시위가 벌어진 후에 벤 알리 대통령이 군대와 경찰에게 ‘시위하는 주민들을 사살하라’고 명령했어요. 경찰은 시위 군중에게 총을 쐈고, 그래서 78명이 사망했어요. 그런데 군대는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했는데도 불구하고 총을 쏘지 않았고, 오히려 시위군중과 포옹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시위 군중들이 탱크와 장갑차 위에 꽃다발을 갖다놓고 한 거지요. 지금도 시내에 나가면 군대와 시민들이 서로 얼싸안고 한다는데요. 그런데 비밀경찰은 잡히면 거의 다 죽습니다. 군대가 주민들 편에 선 것이 아주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튀니지 주변 국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연이어 발생했고, 이게 지속되고 있다면서요?
고영환: 튀니지에서 벌어진 혁명을 ‘재스민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입니다. 재스민 혁명이 지금 아랍과 아프리카 나라들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1980년대 말 동구라파 사회주의 나라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잖아요. 아랍 국가들이 그런 형식으로 지금 흔들리고 있는데요. 수단, 요르단, 마로크(모로코), 북한에선 애급이라고 부르는 이집트, 알제리, 예멘, 이런 나라들에서 대규모 군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예멘에서는 아버지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은 알리 살레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고 있어요. ‘너도 이젠 물러나라, 종신 대통령을 이젠 그만두어라’는 데모가 커지니까, 살레 대통령은 ‘그럼 2013년에 정권을 내놓겠다’고 약속하면서 한발 물러섰고요. 이처럼 알제리와 모로코, 요르단 등에서 왕과 대통령의 부정 축재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아랍에서 가장 큰 나라인 이집트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박성우: 특히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던데요. 이 나라도 권력을 세습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번 대규모 시위 때문에 영향을 받게 됐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실장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이집트는 아랍에서 가장 큰 나라이고, 말 그대로 아랍의 맹주입니다. 그리고 북한과 가장 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공군 사령관을 할 때부터 북한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이 지금 집권당의 정책위 의장을 하고 있어요. 북한식으로 말하면 노동당에서 조직지도부장 정도의 직급에 앉아 있는 것이죠. 무바라크 대통령이 아들 가말에게 정권을 대를 이어 넘겨주려고 하니까 사람들이 분노해서 일어났는데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곳곳에서 시위 군중이 대통령의 초상화를 찢고, ‘너도 싫고 아들도 싫다, 빵을 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독재자가 인민을 폭력으로 누르는 건 잠시지만, 독재자는 반드시 인민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박성우: 독재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는 게 정상이지요.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