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이집트• 튀니지, 독재에 대한 불만이 민주화 시위로 표출

4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시에서 시위대들이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4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시에서 시위대들이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AFP PHOTO/S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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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아랍권에 불어 닥친 민주화 시위를 진단해 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튀니지에서 시작된 이른바 ‘재스민 혁명’이 아랍의 맹주인 이집트로까지 확산됐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입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전 아랍권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특히 아랍의 맹주인 이집트에서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잠깐 개요를 말씀 드리면, 지난해 12월 튀니지에서 어느 청년이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분신했고, 데모가 확산됐고, 그래서 23년간 장기 집권한 벤 알리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쳤지요. 그 데모가 지금 예멘, 요르단, 알제리, 마로크(모로코)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심지어는 흑 아프리카로까지 내려가서 가봉 같은 나라에서도 데모의 불길이 타오르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아랍의 맹주라고 자처하는 이집트의 경우, 올해 1월17일 어느 청년이 굶주림과 독재를 반대한다면서 분신했는데, 이에 자극 받아서 이집트 국민들이 1월25일부터 봉기를 시작했고, 지금 점점 규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공군 사령관 출신이고 이집트의 영웅입니다. 중동 전쟁 때 전투기를 타고 이스라엘과 싸운 공로로 대통령까지 된 사람인데요. 이 사람이 30년 동안 집권했어요. 게다가 지금은 자신의 아들 가말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 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아버지 얼굴을 30년 봤는데, 그 아들을 또 30년 본다는 게 끔찍하다, 그리고 너무 굶주리는 게 싫다, 독재도 싫다’면서 데모를 하고 있는 거죠. 처음엔 경찰이 동원돼서 총을 쐈어요. 그래서 100여 명의 시위자가 사망했는데요. 이게 군중의 분노에 불을 지펴서 시위가 확산되니까 비밀경찰은 몽땅 도망쳐 버렸어요. 경찰서가 불타고, 집권당 청사가 불탔습니다. 급해지니까 군대를 동원했는데요. 데모를 진압하려고 온 군대가 탱크 위에서 시위자들과 함께 아기를 안고 있거나 꽃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서 세계를 감동시켰는데요. 무바라크 대통령이 급해지니까 개헌, 그러니까 헌법을 고치겠다, 그리고 개혁하겠다, 그러면서 내각이 다 사퇴했는데도 불구하고, 데모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20년, 30년씩 독재가 이뤄졌던 나라들에서 갑자기 이렇게 민주화 시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배경과 원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요. 실장님, 어떻게 이해하면 되나요?

고영환: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예멘, 이런 나라들은 북한보다는 훨씬 잘 살아요. 그래도 유럽보다는 상대적으로 못 살죠. 이 나라들은 또 북한보다는 좀 약하지만 서슬 퍼런 독재를 수십 년 동안 해 왔습니다. 이 나라들의 특징은 집권주의 일당, 비밀경찰, 군대를 모두 독재자가 장악하고 있고, 무자비하게 국민을 탄압해서 독재정치가 유지돼왔는데요. 한 사람의 분신자살로 인해서 굶주리던 사람들의 분노가 촉발돼 한꺼번에 터진 거지요. 이에 덧붙여, 장기 집권을 하다 보니 지도부가 부패해서 독재자와 간부들은 부화방탕 하면서 정말 잘 살고, 대를 이어 잘 사는데, 주민들은 먹을 거리가 없을 정도니까 주민들이 분노한 거지요. 이런 불만이 용수철이 돼서 터진 거고요. 한 가지 더 말씀 드리면, 인터넷 같은 정보기술이 발달함으로 인해 소식을 금방 전파하면서 시위 규모를 확산시킨 측면도 있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김정남이 다시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이번엔 발언의 강도가 더 강해졌습니다. 자신의 아버지,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도 원래는 3대 세습에 반대했다는 겁니다. 실장님,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1월20일 일본 도쿄신문의 보도 내용인데요. ‘김정은이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길 김정남이 기대한다’는 식의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도쿄신문이 1월 중순 중국의 어느 남부 도시에서 김정남과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이때 기자가 3대 세습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김정남은 ‘중국의 모택동도 세습을 하지 않았다, 이는 사회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고, 아버지도 처음엔 반대했다’고 말했고요. ‘그러나 국가 안정을 위해서 후계를 하는 걸로 이해한다, 북한이 불안정해지면 주변국들도 불안정해지는 것 아니냐’라고 답했습니다. 김정남에 대해서 잠깐 말씀 드리면, 김정일 위원장의 첫 번째 여자인 영화배우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일의 맏아들이고, 김정은은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인 무용배우 출신인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입니다. 맏아들이 자신의 동생에게 ‘주민을 위한 정치를 좀 해달라’는 발언을 한 것이고요. 덧붙여서 자신은 아직 아버지 김정일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고, 고모인 김경희 부장과 고모부 장성택 부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기자가 김정은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고 하니까, 김정남은 동생인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존경 받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질문의 예봉을 피해 갔어요. 이런 발언들이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김정남이 3대 세습을 반대한다, 그리고 사회주의 나라에서 전례가 없는 일인만큼 북한도 처음엔 반대했는데 지금은 할 수 없이 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세습에 약간은 반대하면서도 김정은과의 관계도 고려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는 거지요.

박성우: 김정남은 지난 10월에도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지요?

고영환: 지난 10월 일본 아사히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이었지요. ‘나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3대 세습을 반대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북한’이라는 단어를 안 써요. ‘북조선’이라고 하죠. 그리고 ‘3대 세습’이라는 단어도 안 씁니다. 북한에서 이 말을 쓰면 온 가족이 관리소로 갈 만큼 금기시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김정일의 맏아들인 김정남이 이런 발언을 계속하는 걸 보면, 외국에서 많이 살아본 김정남이 보기에 북한이 하는 일들이 너무나 시대에 동떨어져 있는 데 대한 불만, 권력 후계에서 밀려난 데 대한 불만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좀 부각시켜서 김정은에게서 올 수 있는 신변에 대한 위협을 피하고 싶고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고자 하는 다목적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설 연휴인데요. 휴가는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고영환: 한국은 지난 수요일부터 닷새 동안 음력 설을 쇠게 되는데요. 한국에서는 가장 큰 명절이 음력 설과 추석입니다. 북한은 김정일 생일과 김일성 생일이 가장 큰 명절인데요. 이것만 봐도 어디가 정말 인민을 중요시하는 지 알 수 있고요. 추석과 구정 땐 온 가족이 모여서 송편, 만두, 떡국을 먹고 윷놀이도 합니다. 저도 1년 중 제일 기다려지는 게 음력 설입니다. 닷새 동안 논다는 게 아주 기분 좋은 일입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분단 반세기 동안 남북한 사람들 사는 모습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오늘 ‘시사진단 한반도’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