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이집트(에짚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난 데 이어, 아랍권 시민혁명의 불길이 이젠 사하라 사막의 이남으로 번질 조짐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빵의 혁명, 사하라 이남으로 가나’ 이런 제목의 기사가 요즘엔 눈길을 끌던데요. 실장님,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해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을 보통 중동의 시민혁명이라고 말하는데요. 이것이 지금 이집트, 북한에서는 애급이라고 부르는데, 이집트를 거쳐서 이란, 예멘, 리비아, 모로코, 바레인, 요르단, 이런 아랍 나라들을 거쳐서, 지금은 사하라 사막을 넘어서 아프리카 나라들로 번지는 양상인데요. 우간다, 콩고 민주공화국, 짐바브웨, 이런 나라들을 말하는 겁니다. 이곳 사람들의 요구는 간단명료합니다. 빵과 자유를 달라는 건데요. 요즘 시위가 벌어지는 나라들의 특징을 보면, 첫째로 한 사람이 수십 년 동안 장기 집권, 장기 독재를 했다는 것이고요. 둘째는 자유가 없다는 겁니다. 자유롭게 자신이 생각하는 걸 말하고, 자유롭게 조직을 만들고, 이런 권리가 없다는 것이고요. 셋째는 대통령이나 왕, 그리고 그 가족들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데, 인민 대중은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 속에서 산다는 겁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이 지역의 많은 나라들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아들에게 넘겨주려고 한다는 겁니다. 이집트의 대통령은 이미 쫓겨났고, 이어서 현재 다른 주변 나라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요. 리비아 같은 나라는, 저도 외교관 생활을 할 때 가 봤지만, 아주 독재가 강한 나라거든요. 저는 리비아 같은 나라에서는 시위가 안 일어날 줄 알았는데, 리비아에서도 봉기가 일어나서 지금 흔들리고 있어요. 저는 이런 걸 보면서 어떻게 전망하느냐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시민혁명의 불길이 전 아프리카 대륙으로 퍼질 거라고 봅니다. 왜냐면 예전에 프랑스 혁명 때 이게 승리하리라고 본 사람은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루마니아, 그러니까 로무니아 혁명으로 차우세스크 대통령이 죽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한 명도 없었어요. 그래도 결국 독재자는 다 물러난 거 아닙니까. 시민혁명의 불길은 막을 수 없다고 봅니다.
박성우: 잠시 말씀하셨지만, 지난주 이집트에선 무바라크 대통령이 결국 물러났는데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요즘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고영환: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과 친했고, 북한에도 수차례 방문했고, 그래서 북한 사람들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요. 결국은 물러났습니다. 헬기를 타고 대통령궁을 빠져나가 시나이 반도 남단에 있는 휴양 도시로 도망쳤는데요. 이것도 ‘30년이면 충분하지 않으냐, 그만 물러나라’는 시위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희생자도 좀 났고요. 경찰들이 총을 쐈거든요. 그런데 나중엔 경찰이 다 숨어버리고, 그래서 군대를 동원했는데요. 저는 참 애급 군대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민의 군대인데 어찌 인민에게 총을 쏘겠느냐’면서 진압을 거부한 겁니다. 그게 저는 아주 멋있었고요. 이런 군인들에게 시민들이 꽃다발을 안겨줬고, 그래서 결국 무바라크의 1인 통치가 무너졌는데요. 지금은 군부가 임시로 정권을 잡았습니다. 군부는 ‘8월 전에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서 민주적인 민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고, 반대파와의 대화, 개혁과 개방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정말 우스운 일도 있어요. 1개월 전만 해도 독재를 비호하고 시위자들에게 총을 쏘던 경찰이 이젠 민주화가 됐다고 월급을 올려달라면서 시위를 하고 있어요. 이게 민주화가 얼마나 멋있는 건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보면, 무바라크가 해외에 숨겨둔 재산을 다 동결하고 있어요. 앞으로 재판이 벌어질 것 같고요. 참 세상이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를 북한 정권도 유심히 지켜봤을 텐데요. 먼저 이 질문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실장님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는데요. 북한 외교부의 당국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북한의 당 간부들과 일반 주민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을 것 같은데요?
고영환: 제가 외교관 생활을 할 때 동구라파에서, 그러니까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체코, 웽그리아(헝가리) 같은 나라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질 때, 저희들은 술 마시면서 ‘우리나라도 망했다, 이제 망하는 건 시간 문제다’라면서 울었어요. 아마 지금도 같은 심정일 겁니다. 고위 간부들은 ‘우리도 저런 신세가 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면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겠지요. 그런데 중간 간부와 일반 사람들은 ‘우리나라도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개혁과 개방을 지향하는 정부가 들어서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자유를 만끽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거라고 봅니다.
박성우: 실장님께서 보시기에, 북한에서도 이집트에서처럼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당장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처럼 그렇게 심한 공포 정치를 하고, 반대파의 온 가족을 다 정치범 수용소에 가두고 죽이는, 그렇게 지독한 정권은 없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명백한 게 있습니다. 루마니아가 무너질 때, 루마니아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눌리는 건 언젠가는 폭발하게 돼 있고요. 인민을 억압하면서 자기들은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독재자들은 항상 언젠가는 무너졌어요. 이건 역사가 증명해 왔습니다. 단지 시간의 문제입니다. 언젠가는 북한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김정일의 둘째 아들이지요.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유명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거나 비싼 물건을 사는 모습이 한국 언론사의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식량이 없어서 고생인데요. 참 상반된 모습입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일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지난 8일부터 일주일 동안 싱가포르에 머물다가 15일 북한으로 돌아갔는데요. 김정철은 후계자인 김정은의 친형입니다. 이 사람은 ‘팬 퍼시픽 싱가포르 호텔’의 제일 좋은 방에 묵었는데, 하루 방값만 600달러에 이릅니다. 백화점이나 놀이센터를 다니고, 값비싼 제품을 수십만 달러어치 사고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14일에는 영국의 유명한 가수이자 세계 3대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20여 명의 호위병에게 둘러싸인 채로 구경했습니다. 에릭 클랩턴은 정말 자본주의의 상징이기도 한 사람인데요. 제대로 된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나라의 지도자의 아들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음악가의 공연을 보면서 손뼉을 치고 손을 흔드는 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요. 김정철이 공연을 보는 모습이 한국 KBS의 카메라에 잡혔어요. 함경북도 쪽에서는 명절 때 배급을 못 받았다는 주민도 있는데요. 명절에도 밥 한 사발에 고기 한 점을 못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20명이나 되는 호위병들의 비행기 값만 해도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런 사람들과 수천 달러를 들여서 호텔에 묵으면서, 관람비가 350달러인 귀빈석에서 공연을 봤거든요. 이걸 북한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한쪽에선 사람들이 굶는데, 김정철은 저래도 되나. 정말 이건 비난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요. 북한 지도부는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이 타도 대상으로 삼았던 자본주의의 상징 중 하나가 블루스 음악인데요. 이 블루스 음악의 대가가 바로 에릭 클랩턴입니다. 국민들은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굶주리고 있는데, 김정일의 아들은 자본주의 음악에 푹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지요. 오늘 ‘시사진단 한반도’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