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의 통일부가 ‘북한의 권력 기구도’ 2010년판을 내놨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통일부가 매년 북한의 권력기구도를 발간하지요. 지난 17일에 2010년판이 나왔는데요. 먼저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권력기구 변화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이유는 뭐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세계의 일반 나라들은 국가 기구도를 다 발표합니다. 김일성 주석이 살아있을 때도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국가기구의 상(장관)은 누구이고, 어떤 부서가 있는지를 발표했거든요.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의 시대에 와서 이런 게 모두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궁금한 거지요. (어느 국가나) 다른 나라의 국가 기구표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대책을 세우는데요. (한국이) 북한의 권력 기구도를 조사하고, 북한 말로 료해해서, 이걸 일반인에게 알려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도 이번 권력 기구도를 관심 있게 보셨을 텐데요. 이번 권력기구 변화에서 가장 큰 특징은 뭐라고 파악하십니까?
고영환:
당과 군부에 분포되어 있던 정탐 부서들을 인민무력부로 몽땅 합쳐 버린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대외정보조사부라고 불렀던 35호실, 그리고 오극렬 부장의 작전부 등이 모두 인민무력부의 정찰총국으로 흡수됐습니다. 그러니까 인민무력부의 총정치국, 총참모국, 후방총국, 그리고 정찰총국, 이렇게 4개의 총국으로 인민무력부가 커진 거지요.
역사를 한 번 돌이켜 보면, 1930년대 후반에 스탈린이 ‘피의 숙청’을 합니다. 소련군에서 고위 간부들을 많이 숙청하고, 독일과의 전쟁을 앞둔 시점에서 여러 분야의 탐정 부서들을 모두 합쳐서 붉은군대 정찰총국으로 만듭니다. 이런 예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하면, 북한이 현재 상황을 ‘위기 상황’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또 한 가지는 후계체제와 연관되어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후계체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정탐 부서들을 한 군데로 모아서 유일적인 영도체계를 보장하려 한 게 아닌가’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전에 없애버렸던 당 경공업부를 지난해에 다시 만들고, 경공업부장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누이동생인 김경희를 부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채롭고요. 또 한 가지 특징적인 게 있습니다. 이건 의문으로 남아 있는 건데요. 한국에 간첩을 내보내고 지하조직을 만드는 대외연락부를 내각의 225부로 넘겼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당에 있다가 내각으로 넘어갔다는 건 축소를 의미하는 건데요. 아직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순 없지만, 어쨌든 대외연락부의 권력이나 권한이 조금 축소된 걸로 보입니다.
박성우: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8호실과 39호실을 39호실로 통합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38호실이나 39호실이나 모두 당의 충성자금, 혁명자금을 만들어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바치는 외화벌이 기관입니다. 북한이 지난해에 핵실험을 했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에 국제사회가 모여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유엔 결의 1874호를 내놨는데요. 이게 나오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강력하게 실행됐습니다. 아마 외화벌이도 상당한 정도로 줄어들지 않았나, 그러니까 두 기관을 합쳐서 인원을 좀 감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38호실이나 39호실이나 (외화벌이라는) 똑같은 일을 하니까, 합쳐서 인원을 좀 감축했다는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시사진단 한반도>를 듣고 계십니다. 위원님,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큰 관심을 끌었던 소식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의 대풍국제투자그룹이 100억 불에 달하는 외자를 유치했다’, ‘100억 달러의 60~70%가량은 중국 자본이다’, ‘다음 달 중순에 평양에서 투자 조인식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만, 이게 사실이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이 사실상 와해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영환:
답변하기 전에 국제 정세를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미국에 초청했고, 19일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만에 첨단 무기의 수출을 허용했습니다. 이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묘한 갈등 관계로 들어서고 있는데요. 북한 외교의 중심은 대국들 간의 갈등을 이용해서 실리를 챙기는 겁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그 어떤 알력 관계를 북한이 가만 놔둘 리가 없습니다. 북한은 분명히 중국에 가까이 가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 100억 달러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분명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이야기를 잠깐 해 드릴게요. 북한이 순천 비날론 공장을 건설한다고 그랬을 때, ‘이게 건설되면 수십억 달러의 외화가 생긴다, 그러면 인민 생활이 나아진다, 훨씬 좋아진다’고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선전했습니다. 이건 제가 북한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이번에도 아마 ‘100억 불이 들어오면 우리 생활이 훨씬 나아질 거다’라고 주민들에게 선전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 이사국이라는 겁니다. 아주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지요. 중국은 북한을 제재한다는 유엔 안보리의 1874 결의에 찬성했습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저버리고 북한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투자라는 건 투자 의정서를 맺고 나서도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협정까지는 갈 수 있어도, 이것이 실현되기까지는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유엔 제재를 무력화시키면서 북한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리라고 보는 건 무리가 있지않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결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느냐가 관건이 되겠습니다만, 국제사회가 북한에 투자하게 되면, 북한의 경제도 좋아질 것이고 인민의 생활도 좀 개선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왜 이 말을 하냐면, 지난 한 주 동안 이런 뉴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가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 들어온 탈북 청소년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살펴봤더니, 한국 청소년보다 남자는 13.5cm, 여자는 8.3cm가 작은 걸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체중도 한국 청소년들보다 남자는 13.5kg, 여자는 5.4kg이 적었습니다. 위원님은 북에서 외교관으로 생활하다가 오셨잖아요. 이런 뉴스를 보시면 느낌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고영환:
지금 캐나다 밴쿠버에서 동계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고,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 3개를 땄습니다. 그것도 속도 빙상, 여기서는 스피드 스케이팅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유럽과 미국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땄거든요. 그리고 하계 올림픽에서는 박태환 선수가 수영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이건 한국 청소년들의 신체 조건이 유럽과 미국 청소년의 신체 조건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통계를 보면 한국의 1950년대 수준과 거의 같거든요. 이런 걸 보면 가슴이 아프죠. 같은 민족인데, 한쪽은 잘 먹어서 체격이 좋아지는데 다른 한쪽은 퇴보하고 있으니까, 민족적 비극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말씀을 듣다 보니까 북한이 권력기구만 바꿀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잘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게 됩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