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은 쌍안경 논란은 일천한 군대 경력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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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쌍안경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쌍안경을 들여다보는 사진이 최근에 한국에서 보도됐는데, ‘쌍안경을 거꾸로 잡은 게 아니냐’ 이런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 ‘아니다, 바로 잡은 거다’는 반론도 나왔는데요. 실장님, 이런 식의 논란이 제기된 배경은 뭐라고 보면 됩니까?

고영환: 지난 2월16일 조선중앙방송이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동지께서 인민 군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지도하셨다’는 제목의 기록 영화를 방영했는데요. 여기서 김정은이 쌍안경으로 뭔가를 보는 장면이 나와요. 이 사진을 보면, 김정은이 쌍안경을 뒤집어 든 것처럼 보입니다. 군용 쌍안경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해요. “대형 쌍안경은 가운데 부분에 동그랗게 생긴 비노흘이 있는데, 이건 삼각대를 연결해서 장시간 물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노흘은 정가운데 있거나 가운데 아래쪽에 있는데, 사진을 보면 위쪽으로 올라가 있다. 이건 김정은이 쌍안경을 제대로 든 게 아니고 뒤집어 들었다는 의미다”라는 겁니다. 일부 시민들은 특수한 쌍안경이 아니겠느냐,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데요. 어쨌든,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건 김정은이 군사 복무를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대 경험이 없다는 거지요. 게다가 이제 27세인데도 초고속으로 승진해서 대장이 됐는데요. 어느 국가수반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나는 군대 들어가서 수십 년이 지나서 대장이 되고 나중에 국가수반이 됐는데, 북한이라는 나라에서는 26살에도 대장이 되고, 참 대단한 나라다”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문제의 핵심은 쌍안경을 제대로 들었다, 거꾸로 들었다가 아니라, 김정은이 26세 나이에 대장이 됐다는 점 때문에 ‘아이들 유치원 놀음 같다’는 말이 나오면서 다시 한 번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됐다는 점이지요.

박성우: 국제사회는 북한을 ‘김씨 왕조’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지금까지는 김씨 왕조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이렇게 3대째 이어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제는 4대째가 됐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고영환: 일본 아사히 텔레비전이 2월17일 보도한 내용인데요. 김정일의 셋째 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은이 지난해 애 아빠가 됐다는 겁니다. 이 보도대로라면, 김정은은 1984년생으로 올해가 27세이니까, 김정은이 25세 때 장가를 갔고 26세이던 지난해에 아빠가 된 걸로 풀이할 수 있는 거지요. 아사히 텔레비전은 더 나아가서 김정은의 형이고 김정일의 둘째 아들인 김정철도 지난해 8월 애 아빠가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사히 텔레비전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몸이 아픈 김정일이 두 아들에게 빨리 장가를 가서 손자 얼굴을 보여달라고 한 게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 사람들은 3대가 아니라 4대째, 그러니까 앞으로도 60년 동안 김씨 가문의 통치를 받으면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되는 거지요.

박성우: 북한 청취자들이 좀 끔찍해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재외공관장회의’라는 게 열렸습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의 외교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회의를 하는 건데요. 여기서 북한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면서요?

고영환: 북한에서는 ‘대사회의’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재외공관장회의’라고 부릅니다. 이 회의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대사들에게 북한 정세에 대한 브리핑, 그러니까 북한식으로 말하면 ‘강연’을 했는데요. 여기서 현 장관은 김정일의 맏아들인 김정남이 중국을 떠돌면서 일본 방송과 여러 차례 인터뷰한 것을 소개했어요. 그 원인은 아마도 김정남 자신은 권력욕이 없으니 동생에게 잘 해보라는 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고요. 그러면서도 김정남이 자신의 아내를 북에 보내서 김정일과 계속 연락하게 하고 있으니, 김정은이 김정남을 죽이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더 나아지거나, 더 악화되지 않고, 그럭저럭 한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고요. 덧붙여서 북한의 내부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북한 군부가 ‘외무성을 믿을 수 없다, 이젠 우리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면서 직접 대미 외교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한가지 언급한 게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곳이 개성공단인데,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은 후에도 북한 당국이 공단으로 노동자를 몇백 명 더 보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의 문을 제발 닫지 말아 달라는 식으로 부탁했다고 해요. 그리고 설 명절 때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에게 고기를 선물로 줬다는데요. 그랬더니 근로자들이 ‘김정일보다 개성공단이 훨씬 났다’는 식의 말을 속삭이더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어쨌든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박성우: 실장님도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는데요. 북한의 재외공관장회의는 어떤 모습입니까?

고영환: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는 공관장회의의 기본 목적이 국익을 증대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 대사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라의 경제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뭔가, 이런 걸 토론하거든요. 올해 회의만 보더라도, 에네르기(에너지) 확보, 광물자원 확보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는데요. 그런데 북한의 대사회의에는 특이한 게 있습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게 김부자의 위대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 대사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뛰었는가, 조국통일을 위한 사업에 얼마나 열성적으로 뛰었는가, 이런 겁니다. 그리고 대사관에 지원해줄 외화가 없으니 대사관 유지비를 보내달라는 말을 하지 말고 자력갱생 하라, 이런 말도 나옵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는 들을 수 없는 내용의 회의를 하는 게 특징입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관이 외화벌이를 해서 자금을 자체로 조달하는 나라는 아마 아프리카에도 없고, 동남아시아에도 없고, 북한에만 있는 특이한 형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대사회의에서는 대사들이 자기비판도 많이 하죠. 수령과 지도자 동지의 위대성을 선전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지 못했다,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회의는 한국에서는 하지 않거든요.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특이한 회의이지요.

박성우: 대사회의와 재외공관장회의, 이름도 다르지만, 회의 내용도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정일의 둘째 아들인 김정철이 싱가포르까지 가서 봤다는 에릭 클랩턴의 공연이 서울에서 열렸지요?

고영환: 공연이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지난번 방송에서도 말씀드렸는데요. 김정일의 둘째 아들이고,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난 첫째 아들인 김정철이 여성과 호위병 20여 명을 데리고 싱가포르에 가서 본 바로 그 공연이 서울에서 열린 건데요. 김정철은 2005년에 에릭 클랩턴의 평양 공연을 성사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해요. 그게 안 되니까 2006년에 여러 수행원과 경호원을 데리고 베를린으로 가서 공연을 봤거든요. 북한에서 사람들은 굶주리고 추위에 떤다고 하는데요. 자기는 비싼 외화를 쓰면서 20여 명의 호위병과 여자를 데리고 싱가포르로 외국 가수의 공연을 보러다닌다는 게 참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요. 북한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허탈하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저희들도 마음이 아픕니다.

박성우: 에릭 클랩턴이 한국에서 공연을 가진 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20일 저녁 서울에 있는 잠실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을 관객 1만 2000명이 지켜봤습니다. 북한에서도 이런 공연을 김정철만 볼 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이른바 ‘기타의 신’이라는 클랩턴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