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일, 열흘 잠적은 신변 안전 우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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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열흘간 잠적했습니다. 중동의 민주화 시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 위원장이 2월17일부터 열흘간 잠적했는데요. 해석할 게 많다면서요?

고영환: 애급(이집트)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시민혁명으로 물러난 게 2월11일이고, 리비아에서는 시민혁명이 2월14일 시작해 2월19일 굉장히 치열하게 진행됐는데요. 그 사이인 17일부터 열흘 동안 김정일 위원장이 공식 무대에서 사라집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1일부터 2월17일까지 25회 현지지도를 했거든요. 거의 이틀에 한 번씩 현지지도를 한 겁니다. 그런데 이집트에서 인민혁명이 승리하고 리비아에서는 가열차게 인민혁명이 진행되던 바로 그 시점에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멈추고 사라진 겁니다. 예전에 유고슬라비아에서 주민 학살이 발생하자 나토 군이 공습했을 때, 그리고 미국이 ‘사막의 폭풍’ 작전을 실시해 이라크 독재 정권을 칠 때도 김정일 위원장은 공식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또 태평양에서 큰 군사훈련이 벌어질 때면 꼭 사라지곤 했어요. 그러니까 중동 민주화 혁명이 발생하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신변 안전을 우려해서 사라진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하는 거지요. 재미있는 게 한가지 있습니다. 2월27일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인 김정은과 함께 (인민보안부의) 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을 봤어요. 이집트나 뜌니지(튀니지)의 경우, 군대는 시민의 편에 섰지만, 경찰이 독재자를 위해서 마지막까지 싸웠거든요. 인민보안부는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경찰입니다. 그러니까 김 위원장은 자기가 (인민보안부를) 가장 신임한다는 뜻, ‘나는 당신과 끝까지 갈 것’이라는 뜻을 표시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에서 민주화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과 관련해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는 중국’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중동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면서, 뜌니지와 이집트 대통령이 연이어 실각하고, 그 바람이 중동 전역과 아프리카로 퍼지게 되면서, 제일 긴장하게 된 나라가 북한과 중국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중국에서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서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 만나 민주화 시위를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몇 명이 잡혀가기도 했어요. 중동에서 시위가 벌어져서 이게 중국에 영향을 미치면, 그래서 중국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거나 중국이 변화하면, 정말로 북한이 변화하는 건 눈 깜짝할 사이가 될 거라고 저도 판단하거든요. ‘끈 떨어진 호박 신세’라는 말이 있지요. 중국이 지원하지 않으면, 북한 정권이 지탱할 수 없게 되는 거지요.

박성우: 요즘 중국도 중동 발 민주화 바람을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뜌니지 발 중동 혁명이 왕국들에까지 다 퍼지고, 사하라 사막을 넘어서 이제는 사막 아래 지역으로 내려가는 상황이거든요. 중국어로는 ‘재스민’을 ‘모리화’라고 하는데요. 재스민 혁명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뜌니지’나 ‘재스민’이 들어간 내용을 모두 삭제해 버렸어요. 그리고 북경과 상해 같은 주요 도시에서 백화점이나 상점이 밀집해 있는 장소들을 취재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어요. 외신 기자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거지요. 중국은 또 주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인민적인 시책을 더 많이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총리를 비롯한 지도자들이 인민과 대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는데요. 이것은 나름 중국식으로 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성우: 리비아는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고영환: 아주 복잡합니다. 리비아에서는 2월14일부터 인민혁명이 진행됐어요. 처음엔 리비아 서부에 있는 이 나라 제2의 도시인 벵가지에서 시작해서, 동부 쪽으로 쭉 혁명이 이어지면서 트리폴리 까지 갔고, 42년간 비밀경찰을 동원해 독재를 해 온 카다피에 반대하는 시민군이 한때는 전 국토의 80% 이상을 점령했는데요. 그런데 카다피의 아들들이 지도하는 친위대와 보안군이 지금 시민군과 맞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카다피는 “여기서 죽겠다”면서 항전을 독려하고 있고, 이에 맞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과 유럽 등에 있는 카다피의 재산을 동결했습니다. 미국에만 3백억 달러에 달하는 카다피 일가의 재산이 있다고 해요. 또 카다피가 학살을 자행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성명도 발표했어요. 그런데 카다피는 자신의 둘째 아들을 내세워서 휴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가다피가 좀 급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요. 이런 가운데, 내전 상황이 앞으로도 좀 더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

박성우: 상황이 복잡해지니까 한국 정부와 대기업들은 리비아에 있는 한국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반면에 북한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리비아는 길거리에서 그냥 총알이 막 날아다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미국도 그렇고, 구라파의 다른 나라들도 비행기와 배를 이용해서 자기 나라 사람들을 본국으로 데려가고 있고요. 한국도 대한항공 특별기를 보냈고, 애급에 있는 비행기도 임대해서 우리 동포를 데려오고 있고, 심지어는 최영함이라는 구축함까지 보내서 트리폴리에서 교민을 데려오고 있는데, 북한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 리비아에 파견된 북한 사람은 약 200명입니다. 의사, 간호원, 건설 노동자, 건설 기술자들인데요. 북한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어서, 총탄이 난무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데요. 외국 비행기를 임대하자니 돈이 없고, 특별기를 보내자니 그것도 만만치 않고, 그러니까 이들을 데려가지 못하고 있는 듯한데요. 이런 상황을 보면 같은 동포로서 마음이 몹시 아프지요.

박성우: 이런 생각도 드네요. 중동 지역에 불어 닥친 민주화 바람이 참 다양한 뉴스를 양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