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에서 화폐개혁의 실패로 인한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한이 ‘북중 상호원조조약’의 ‘자동 개입’ 조항을 수정하자고 중국에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의 생일인 지난달 16일에 함경북도 부령군에서 식량을 적재한 열차를 둘러싸고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지난 3일 보도됐습니다. 또 ‘최근에는 평양에서도 상점에 물건이 거의 없고 경제 활동이 마비되고 있다’는 미국인 여행자의 말을 저희 RFA 방송이 지난 4일에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화폐개혁 이후로 경제가 힘들어진 건 확실해 보이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최근 일련의 현상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화폐개혁 이후에 북한 전역에서 물건값이 폭등하고, 북한 원화가 폭락하고, 달러 값이 치솟고, 그래서 주민들이 반항하고, 당국이 사과하는 전례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화폐개혁 이후에 쌀 1키로 그램 값이 20원 했던 게 지금은 1,000원, 어떤 곳에서는 1,200원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달러를 공식 환율로 1달러에 30원으로 공시했는데, 이후에 1,000원을 돌파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 2,500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화폐 개혁의 이전 수준으로 다 돌아간 겁니다. 물건값은 한두 달 사이에, 쌀값만 보더라도 50배 폭등했고, 달러 값은 100배 폭등했거든요. 북한 주민들이 이런 상황에 굉장히 당황하고, 충격을 받은 걸로 보이고요. 이렇게 물건값이 올라가니까 상인들은 물건을 감추고, 안 팔고, 그러니까 물건이 없어지고. 돈도 휴짓조각 같으니까 빨리 외화로 바꾸려고 하고. 이렇게 되니까 모든 게 사라지고 경제 활동이 마비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절약해서 모은 돈을 갖고 있었는데, 화폐개혁으로 이게 다 달아났고. 아주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그래서 지난 번에도 한 번 말씀 드린 것처럼 김영일 총리가 사과했습니다. 당 정책의 일환인 화폐개혁이 잘 못 됐다는 식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주민들의 저항이 부령에서부터 시작해서 회령, 신의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게 의미하는 바는 북한 주민들이 ‘깨질 것 같지 않던 당국이 단합된 힘에 의해 뒤로 물러서는건가’ 이걸 깨닫기 시작한 게 아니냐, 그러니까 주민들이 가장 역사적이고 간단한 진리, ‘뭉치면 산다’는 걸 깨우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이번 주에 눈에 띄었던 기사가 또 하나 있습니다. 동아일보가 북경의 한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서 4일에 보도한 내용인데요. 북한이 ‘북중 상호원조조약’에서 핵심 내용인 ‘자동 개입’ 조항을 수정하자고 중국에 요구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위원님, 먼저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자동 개입’ 조항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1961년 7월에 북한말로 ‘조중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을 맺었는데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조약 2조는 어떤 일방이, 그러니까 중국이나 북한이, 그 어떤 나라의 침략을 받을 때, 지체없이 군사적으로 원조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북한이 바로 이 자동개입 조항을 빼자고 하는 거지요.
박성우:
예를 들어서 북한이 어느 나라의 공격을 받았을 때, 중국이 일방적으로 도와줄 수 있도록 해 둔 조항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고영환:
네. 얼핏 들으면 오해를 할 수 있어요. ‘자동적으로 도와준다는 데, 이게 나쁠 게 뭐가 있나’라고 북한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형편을 놓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지금 북한은 지도자의 건강이 좋지 않고, 이것을 북한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상황이고, 그리고 북한의 경제가 악화된 데다가, 잘못된 화폐개혁으로 인해 경제가 완전히 멈추다시피 했고, 이런 상태에서 후계체제를 서두르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의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거지요.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어떤 세력이 등장해서 체제를 반대해 들고 일어나거나 나라가 흔들리는 상황이 생기면 중국이 자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겁니다. 중국이 북한에 들어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걸 원하지 않는 거지요. 그래서 북한은 자동개입 조항을 빼고 ‘내가 요구할 때만 들어오라’는 거지요. 이것은 결국은 중국의 영향력이 북한에 미치는 걸 북한 지도부가 원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북한 체제가 현재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러니까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중국의 중재가 필요하고, 또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경제 원조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자동 개입’ 조항을 수정하자고 제안했다는 건 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중 관계를 어느 한 쪽으로만 들여다보면 잘 이해가 안 갑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경제적으로는 북한이 중국에 많이 의존하게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국에서 코크스탄이나 식량, 원유가 안 들어오면 북한에선 모든 게 멈춥니다. 이런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이게 무슨 소리냐’는 식으로 이해를 못 하는데요. 그런데 정치적, 외교적으로 들여다보면 답이 나옵니다. 중국은 개혁 개방을 1978년부터 해서 지금까지 아주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고, 그래서 G2라는, 그러니까 미국과 함께 가장 강한 세계의 두 개 나라라는 G2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개혁 개방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걸 북한 지도부는 수정주의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일반 주민에게는 중국의 정책을 ‘황색 바람’이라고 비판합니다. 북한은 중국이 간접적으로 개혁 개방을 하라고 북한 지도부에 요구하는 걸 내심 굉장히 싫어한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어찌 보면 북한이 중국에 경제적으로는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두 지도부가 잘 맞지 않는 게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체제가 현재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보니, 이런 위기 상황을 이용해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북한이 그 영향력 안에 들어가 있는 걸 북한 지도부가 두려워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이번 동아일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자동 개입’ 조항을 수정하자는 제안에 대해서 중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고영환:
중국에 있는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1961년에 맺은 조중우호협정 조약을 사문화된 조약, 그러니까 이미 죽은 조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북한 지도부의 그 누구도, 만약에 그 어떤 외부 세력이 북한을 침략한다고 해도 1950년대처럼 중국이 자동적으로 개입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세계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왜 갑자기 지금 와서 북한이 이런 걸 내놓는가 하면, 방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 안에 들어가기 싫고, 중국군의 자동 개입을 차단하고 싶기 때문인데요. 굳이 북한이라는 일방이 조약을 바꾸자고 요청하면, 중국도 할 수 없이 바꾸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게 저의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봤을 때, 경제난 때문에 중국의 경제적인 도움은 받아야 되겠는데, 정치적으로는 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고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