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반도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반도가 한국전쟁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아무래도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때문이겠지요?
고영환: 그렇지요.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제전략문제연구소가 내놓은 진단입니다. 북한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북한의 간부들도 알고 있는 연구소인데요. 이 단체가 '2011년 군사균형'이라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그 내용을 좀 설명해 드릴게요. 북한이 지금 유례없는 3대 세습을 하고 있고, 지난해 3월에는 천안함을 침몰시켰고, 11월23일에는 한국전쟁 이래 가장 큰 군사적 도발인 연평도 포격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2008년에 김정일이 아파 눕고, 그래서 급히 김정일의 3남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만들려고 북한이 서두르고 있는 건데요. 권력은 항상 이양기에 취약점이 나타나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를 공격함으로써 내부 단결을 꾀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데요. 북한은 마치 남한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처럼 선전 선동하고 있는데, 이런 건 사실 내부 통제를 강화하자는 데 기본 목적이 있고요. 한 가지 더 말씀 드릴게요. 북한에는 군인이 120만 명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전체 인구의 5%가 군인입니다. 북한은 지금 세계 여러 나라들에 식량 원조를 요청하고 있거든요. 이런 나라의 군대 숫자가 120만 명입니다. 군인 수로만 이야기하면, 중국이 1위, 미국이 2위, 인도가 3위, 북한이 4위입니다. 이렇게 큰 군대를 먹여 살려야 되니까 경제 사정은 악화되고, 그러니까 불평불만은 많아지게 되죠. 게다가 이렇게 취약한 상황에서 도발하니까, 한국은 또 한국대로 군사력을 키우게 됩니다. 남측이 북측의 잠수함에도 대비해야 하고, 여타 군사력을 증강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그러니까 한반도가 지금 종전 이래 가장 취약한 시기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거지요.
박성우: 북한에서는 요즘 '한국과 미국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선전 작업이 한창이라고 하던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2월28일부터 3월10일까지 실시한 한미 키 리졸브 훈련은 이미 끝났고요. 지금은 독수리 훈련이 진행 중입니다. 다음 달 30일까지 진행되는데요. 이건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침략이 있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매년 진행하는 통상적인 방어 훈련입니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팀스피리트 훈련을 할 때, 북한은 준 전시 상태도 선포하고, 최고 사령관 명령도 선포했습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땐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그건 순전히 북한군이 서울을 공격할 때를 대비하는 훈련이었거든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전쟁이 일어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은 훈련 계획을 북한에 통보합니다. 전쟁을 하려는 나라가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려주는 경우는 없지요. 그러니까 북한이 요즘 하고 있는 선전 선동은 순전히 내부를 단결하는 게 목적인 걸로 보이고요. 서울 거리에 나가보면, 북한처럼 총을 메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사이렌이 울리는 것도 없습니다. 조용해요. 요즘은 날씨도 좋으니까, 일요일이면 다들 야외로 나가고, 놀이터에 가고,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사고,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아마 서울에서 지금 전쟁을 일으킨다, 준비한다고 말하면, 서울 사람들은 '정신병자 아니냐'고 물을 겁니다. 제가 명백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이건 전쟁 준비가 아닙니다.
박성우: 군대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인기 배우인 현빈 씨가 최근에 해병대에 입대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방송 매체는 현빈 씨의 해병대 입소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했는데요. 북한에 계신 우리 청취자들은 잘 이해가 안 되실 것 같습니다. 배우 한 명이 해병대에 입대하는 걸 놓고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현빈이라는 배우는 북한과 비교하면 유원준 같은 존재입니다. 영화배우입니다. 정말 인기도 좋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인데요. 이 사람이 지난 7일 해병대에 입대했어요. 해병대는 북한 식으로 말하면 해상저격여단 같은 겁니다. 이렇게 힘든 부대에 유명한 영화배우가 들어간다고 하니까, 경상도 포항에 있는 훈련소 입소식에 약 1천여 명이 모였다고 해요. 여기서는 '팬'이라고 하는데, 북한 식으로는 열성적인 지지자라고 할 수 있겠죠. 500여 명은 한국 사람이고, 나머지 500여 명은 일본,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온, 현빈을 사랑하는 지지자들이었어요. 현빈을 너무 멋있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 때 포격을 받은 부대가 해병대였습니다. 2명의 군인이 죽었는데요. 이렇게 어렵고 힘든 부대에 가장 유명한 배우가 간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재확인했지요?
고영환: 지난 3월7일 국제원자력기구 주재 미국 대사인 글린 데이비스가 한 말인데요. 오지리(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 '미국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모든 핵 활동을 중지하고,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처럼 비핵화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으로 복귀하고, 핵과 관련해 국제사회 및 유엔에 한 약속을 지켜라'는 말을 한 거지요.
박성우: 요즘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전술 핵을 재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이런 요구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조선반도 비핵지대화, 그러니까 한반도 비핵화는 1991년에 남북이 합의한 사항입니다. 한국은 핵활동을 하지 않고 이걸 지키는데, 북한은 약속을 깼어요.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 중에는 '그러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거죠. 핵을 가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자체 능력으로 핵을 가지는 게 있고, 미국의 전술 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가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가자고 하고 있고,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면 동북아시아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만들면, 대만도 만들고, 일본도 만들고, 그러면 중국이 화를 낼 거고, 미국도 반대할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이 핵을 만들면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이 깨지니까, 이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일정 기간 내에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오죽하면 전술 핵을 다시 갖고 와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그런 말씀하시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