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힘으로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스티븐스 대사가 10일 서울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미국은 북한 체제를 힘으로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북한의 내부 사정이나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물밑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스티븐스 대사의 이번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지금 북한은 권력 이양기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셋째 아들인 김정은에게로 권력을 넘기고 있는 과정인데요. 권력 이양기에는 흔히 혼란이 생깁니다. 그런데다가 경제적 위기, 그러니까 지난해 11월31일 화폐개혁이 실패로 끝났고, 물가는 폭등하고, 상품은 사라지고,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 보도까지 계속 나오는 상황인데요.
북한의 간부들 입장에서 보면… 옛날에 김일성 주석에게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권력이 넘어갈 때 줄을 잘 못 섰던 사람들이 있어요. 김일성 주석이 권력을 넘긴 다음에 (줄을 잘 못 선) 사람들은 거의 다 숙청되고, 자리를 떠났거든요. 지금도 어느 쪽에 가서 줄을 서야 할지 애매하고, 그런데다가 경제적 상황도 나쁘고, 그러니까 ‘이런 기회에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부 있습니다.
물론 최고위층에 있는 사람들은 압니다. 미국이 지정학적 조건 등을 고려할 때 전쟁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정보가 없는 중간 간부나 일반 사람들은 당국이 요란하게 선전을 하고 하니까 이걸 믿는 거지요.
미국 대사가 그런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대사의 말은 그 나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거든요. 대사는 ‘우리는 (북한 체제를 힘으로 바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 걸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이건 북한 지도부나 북한 사람들을 안심시키자는 목적도 있고,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힌 것도 되고, 또 ‘북한이 전투 동원 태세를 발표하는 등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미북 회담과 6자회담에 걱정 말고 나와라’는 의미 등도 다각적으로 포함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이번 주 북한과 관련된 소식 중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손톱이 비정상적으로 흰색이다’라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된 모든 사항이 관심사라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설명을 좀 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일의 손톱 색깔이 뉴스가 된 이유는 뭐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8월에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이후로 외국 사람들이나 북한 사람들도 모두 TV를 통해서 김 위원장의 왼쪽 팔이 부자연스럽고, 박수를 쳐도 양손으로 치는 게 아니라 한 손만 움직이고, 이런 걸 다 봤습니다. 그런데 북한 TV 화면에 비췬 김정일 위원장의 손톱이 하얗습니다. 이것도 전 세계 사람들이 봤습니다. 일반 사람들의 눈에도 띄었는데, 의사들이 보기엔 명백한 거지요. 특히 구라파의 의료계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신장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왔어요. 손톱은 신장이 상당히 안 좋을 때 하얗게 변하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이 혈관 질환으로 인해 뇌졸중을 앓았고, 신장 투석을 한다는 소문까지 났었는데, 실제로 신장이 안 좋다는 게 사실이 된 거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 김정일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냐면… 다른 나라들은 법에 의해서 움직이는 법치 국가입니다. 예를 들어서, 다른 나라에게 ‘대통령이 갑자기 사망하면 권력을 총리가 대행하고, 며칠 내에 선거를 해서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이런 법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북한에는 그런 법이 없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죽는 경우, 그 이후에 뭘 한다는 법을 그 누구도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에게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혼란이 생기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핵무기가 유출된다든가, 남북 간에 군사적 충돌이 생긴다든가 하면 동북아시아 전체가 위험해지니까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아주 당연하죠.
박성우:
알겠습니다. 이번엔 다른 질문을 한 가지 드리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졌지요.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인 이철이 30년 만에 이달 말쯤 귀국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위원님, 먼저 이철은 어떤 인물입니까?
고영환:
이철 대사는 북한 외무성에도 있었고, 김정일 서기실에도 갔다가, 제네바에 가서 1988년부터 대사만 22년을 했습니다. 그전에는 공사로 1970년대에 스위스에 있었죠. 스위스는 김정일 위원장의 가족과 연관이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이 셋이잖아요. 김정남, 김정철, 그리고 후계자인 김정은입니다. 그리고 딸 김여정이라고 있습니다. 딸까지 포함해서 4명의 자녀가 모두 스위스에서 공부했어요. 그때 이들의 뒤를 봐 준 사람이 바로 이철 대사입니다. 자신이 신임하지 않는 사람을 자신의 자식을 돌봐주는 자리에 누가 앉히겠습니까.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이철 대사가 평양으로 돌아간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는 전제를 하고 질문을 한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북측 당국이 스위스에 이른바 붙박이 외교관으로 박아뒀던 이철을 불러들이는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구라파 사람들, 특히 스위스 사람들은 이철 대사가 김정일 위원장의 외화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말을 많이 했어요. 여기 한국말로는 비자금 관리인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김정일 위원장의 외화 자금을 외국에서 외국 계좌를 가지고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철 대사를 소환하는 걸 보면… 자기가 공부시킨 사람이 지금 후계자가 됐는데, 그 후계자는 자신의 뒤를 봐 준 사람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분명 있을 것이고, 김정일 위원장도 틀림없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러니까 (이철 대사는 북한에 들어가서) 후계자와 관련된 사업을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합니다. 이건 물론 추측입니다만, 지난 과거를 놓고 보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난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국제부녀절’이라고 부르지요. 남과 북에서 여성이 처해있는 불평등, 위원님께서는 어느 쪽이 더 심하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고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을 때 계속 이야기한 말 중에 ‘여성을 가정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시키겠다’는 게 있습니다. 이건 수십 년 동안 이야기했던 겁니다. 세탁기가 빨래를 하게 만들고, 밥과 청소도 다 기계가 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그런데 점점 북한의 상황은 나빠졌죠. 결국은 여성들이 나서서 지금은 장사를 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거든요. 한국말로는 슈퍼우먼이라고 하는데, 이건 모든 걸 다 할 줄 아는 만능 여인이라는 뜻인데요. 제가 한국에 와서 살아보니까, 남한 여자들은 빨래를 손으로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 세탁기로 하죠. 밥은 전기밥통이 하죠. 그리고 최근에는 청소로봇까지 생겼어요. 백화점에 가 보니까 진짜 이걸 팔던데요. 청소로봇이 돌아다니면서 먼지를 청소하거든요. 그러니까 여자들은 기계를 틀어놓고 책상에 앉아있어요. 이런 걸 보면서 ‘김일성 주석의 (여성을 해방시키겠다던) 교시가 남한에서 결국은 실현이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성우:
한국에 사는 남성들은 요즘엔 주방에 들어가서 밥도 가끔씩 하고, 설거지를 한다든지, 이런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녀평등은 많이 이뤄진 거다’라고 스스로 생각하곤 합니다. 반면에 한국에 사는 여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