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외교가 갑자기 부드러워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외교 태도가 갑자기 부드러워졌다”고 중국의 반관영 언론매체인 환구시보가 보도했습니다. 실장님은 북한 외교관 출신인데요. 환구시보의 보도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중국 언론의 하나인 환구시보가 지난 16일 ‘북한의 외교가 갑자기 부드러워졌다’고 보도했는데요. 몇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일본 대지진 발생 나흘째인 지난 14일 장재언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일본 적십자사 대표에게 전문을 보내서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의 인민들을 위로한다”고 말했고요. 두 번째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서 표류했던 북한 주민의 송환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 주민 31명이 조개잡이를 하다가 바닷물에 밀려서 남한으로 넘어왔고, 남한이 이들을 조사했는데요. 넘어온 사람은 31명인데, 이들 중 4명이 한국에 귀순하겠다고 말했어요. 한국 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고, 나머지 27명을 북한으로 보내겠다고 했는데요. 북한은 31명 전원을 돌려받기 전에는 나머지 27명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경 입장을 취했거든요. 그러다가 지난 15일 ‘27명을 받아들이겠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꿨습니다. 세 번째로, 지난 15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러시아 외무부상의 방북 결과를 전하면서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들어오겠다’ 그리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저도 방송에서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북한은 ‘6자회담은 영원히 죽었고, 다시는 절대로 절대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북한이 태도를 바꾼 걸 두고 환구시보가 ‘북한의 외교가 부드러워졌다’고 논평한 건데요. 이건 대지진으로 세계의 관심이 일본으로 쏠리고 있고, 북한 문제는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 이번 대지진을 국면을 전환해야 하는 시점으로 판단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요. 그리고 한•미•일과 중국까지도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선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위한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러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지난 17일 북한이 느닷없이 백두산 화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현지 학술회의를 하자고 제의해왔는데요. 백두산 화산 문제가 급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천안함 문제와 연평도 사건을 우회해서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실장님도 언급하셨지만, 요즘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의 지진인데요. 그런데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북한의 언론 매체는 이 소식을 좀 축소해서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는데요. 이건 어떻게 이해하면 됩니까?
고영환: 지난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규모 면에서 볼 때 굉장히 큰 겁니다. 그 하루 전인 10일 중국 윈난성에서도 지진이 일어났는데, 이것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인 9.0의 대지진이 일본에서 발생한 건데요. 중국 지진은 계속 보도하면서, 일본 지진은 짧게 보도했거든요. 이건 우호관계에 있는 나라의 자연재해는 크게, 반면에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의 자연재해는 작게 보도하는 북한 체제의 속성으로부터 나왔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실장님은 북한에서 오셨으니까, 이 질문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지진이나 해일에 대한 북한의 대비 체계는 어떻다고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지진이나 해일 등에 대한 대비책이 있다는 말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고요. 사실 북한은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런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는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북한에서는 일반인들이 아파트를 짓거든요. 시멘트와 모래, 자갈의 비율도 시멘트가 부족해서 맞추지 못합니다. 지진에 대비할 여력은 없을 거라고 보고요. 북한에서는 훈련을 한다고 하면 군사훈련을 하지요.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훈련은 전혀 하지 않고 있고요. 한국도 사실 경제 발전이 이뤄진 다음에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를 많이 했지요.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해도 건물이 견딜 수 있도록 건물 설계를 강화한다든지, 이런 게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북한에 특이한 현상이 하나 있지요. 화재가 나거나 자연재해가 있을 때,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부터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점은 교육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사람부터 빨리 구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마 초상화를 먼저 구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성우: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실장님께서 최근에 ‘중동의 시민혁명과 북한의 민주화 전망’이라는 제목의 토론회에 참석하셨던데요. 거기서 말씀하신 내용이 상당히 많이 보도된 걸 봤습니다. 우리 청취자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인데요. 소개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제가 지난 14일 국내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건데요. 중동 혁명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입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중동의 아랍 나라인 튀니지에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고, 이게 튀니지 대통령을 쫓아냈죠. 북한 사람도 많이 아는 애급(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도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물러났습니다. 지금은 리비아,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같은 나라에서도 시민혁명이 계속 진행 중입니다. 이 소식이 북한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이전의 동구권 사회주의 나라들이 무너졌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겠지요. 그때는 북한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했어요. 정보가 차단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나 애급의 무바라크 대통령은 많이 알고 있고요. 또 지난 80년대 말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서, 이젠 소식들이 중국 국경을 통해 들어가고 있고, 라디오도 들어가 있는 상태여서 소식이 점차적으로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 사정과 식량 사정이 8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고, 김정일은 아프고, 27세의 아들이 권력을 이어받으려 하고 있지요. 이렇게 체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래도 예전에 동구라파 사회주의 나라들이 무너질 때보다 더 클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박성우: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는 동안 북한에서 시민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제가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리비아의 상황을 먼저 말씀드릴게요. 북한과 거의 비슷한 정치 체제를 갖춘 나라가 리비아입니다. 여기서 카다피 원수를 반대하는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지금은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요. 시민군과 카다피 친위대 사이에서 전투가 붙었는데요. 이 결과가 북한에 미칠 영향이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시민혁명이 승리해서 시민들이 정권을 잡으면, 북한 군부도 인민들을 반대해서 쉽게 총질을 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카다피가 이긴다면, (북한 군부도)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는 한 북한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 같아요. 왜냐면 북한은 중동 나라들과 달라서, 어떤 정치적인 발언을 하면 3대를 멸살시키는, 아주 중세기적이고 아주 가혹한 연좌제가 작동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덧붙여,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그러니까 최신형 손전화, 그리고 손전화를 통해 소식을 전하는 트위터 같은 게 북한에는 없어요. 사회 인터넷망 서비스 같은 게 북한에는 전혀 없어서, 어떤 사건이 터지면 중동에서처럼 사진과 문자를 통해서 전 국민에게 그 소식이 전달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하지만 김정일이 사망하면 모든 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을 때 이야기한 게 있어요. “억압이 있는 곳에는 혁명이 일어나기 마련이다”라는 겁니다. 누르면 반발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이 철옹성처럼 오래오래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성우: ‘리비아는 북한의 미래’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