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금강산 극약처방은 심각한 외화난 때문

0:00 / 0:00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금강산에 있는 남측의 부동산을 몰수하겠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의 계획재정부장이었던 박남기가 총살당했다는 설이 제기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오는 25일부터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 남측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부동산은 몰수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18일 남측에 발송했습니다. 또 금강산 관광을 남측이 4월까지 재개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자가 금강산과 개성에서 관광을 시작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위원님, 북측의 이번 조치는 어떤 맥락에서 나왔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먼저 배경 설명을 좀 할게요. 유엔 결의 ‘1874호’라고 하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가 있는데요. 이것 때문에 북한의 경제가 상당히 나빠지고, 또 외화가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관광 같은 건 북한이 현금을 그 자리에서 받아가는, 말하자면 현금 장사였거든요. 그것이 수천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많은 돈인데요. 유엔 결의로 외국과의 거래도 안 되지, 남한에서 들어오던 외화도 안 들어오지. 그러니까 지금 등이 달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마 최후통첩을 한 거라고 봅니다. ‘금강산 관광을 너희가 하려면 25일부터 다 들어와라, 그렇지 않으면 다 몰수하겠다’고 한 겁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어느 한 일방과 타방이 계약을 맺은 건데,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어 버리고 ‘이것을 몰수하겠다’는 건 국제사회의 그 어떤 관례와도 맞지 않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극약 처방을 내 놓는 건 그만큼 북한의 외화난과 경제난이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북한의 외화 사정과 긴밀하게 연계된 걸로 보입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동안 북에서 들어온 소식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를 총괄하던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 실패의 희생양으로 최근 평양에서 총살됐다는 설이 18일 제기됐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측 지도부가 박남기를 총살함으로써 얻고자 한 효과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예전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1997년에도 서관희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를 공개 총살했습니다. 그때 북한 당국은 수백만이 굶어죽은 탓을 서관희 비서에게 모두 돌렸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당국의 말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서관희 비서는 김일성 주석이 ‘농업을 서관희 비서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라고 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간첩’ 혐의로 총살을 당한 겁니다. 이건 경제와 농업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가 최고 지도부,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에게까지 올라가는 걸 막으려고 한 겁니다. 그래서 처형한 겁니다. 이번에는 박남기 비서가 평양시 교외에서 총살당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저는 그것이 거의 사실이라고 보고요. 그렇게 한 이유는 화폐 개혁의 후과가 너무 심하고,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불만을 터트리고 하니까, 그 불만이 김정일 위원장이나 그 후계자인 김정은에게 가는 걸 막기 위해서 ‘모든 건 박남기가 잘 못했으니까 박남기를 처형한 거다’라는 거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주민들이 그것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북한에서 모든 결재는 정말 조그만 것까지도 다 김정일 위원장의 재가와 승인을 받아야 하거든요. 책임 소재가 그 사람에게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박남기를 처형했다는 걸 북한 주민들도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키 리졸브’ 한미 군사 훈련이 지난 8일 시작해서 18일에 끝났습니다. 위원님께서는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잖습니까. 북한의 당 간부나 관료들도 ‘키 리졸브’ 훈련이 실제로 “북침”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요?

고영환:

인민군 최고사령부, 그러니까 인민무력부의 고위 장령들이나 당 조직지도부 등의 고위 간부들은 ‘북침’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일반 주민들은 아직도 이게 북한을 침략하기 위한 전쟁 연습이라는 선전 당국의 말을 믿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을 잠깐 말씀드릴게요. 저는 평양외국어대학을 나왔거든요. 그때 ‘팀스피리트 훈련’이라는 걸 한국과 미국이 했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한국과 미국이 쳐들어오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외교부에 들어와서 병아리 외교관 시절에도 그렇게 믿었어요. 그런데 해외에 파견되고 나서 팀스피리트 훈련의 내용을 들여다보니까 ‘이게 방어적 성격이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지요. 한국과 미국이 60년 전에 북한에게 당한 것을 똑같이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북한이 침략하는 것을 가정해서 방어 훈련을 하는 거에요. 그런데 일반 주민들은 북침 침략 연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만 인민군 고위 장령들은 ‘이건 방어적 성격이다’라고 판단하지요.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다 알거든요.

박성우:

이번에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캠벨 차관보가 지난달 3일 한국을 방문해서 가진 비공식 면담에서 “의학적인 소견을 종합해 볼 때, 김 위원장의 수명은 3년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발언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최근 계속해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요. 2008년 8월에 뇌출혈로 쓰러졌고, 그 이후에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말이 나왔고, 심지어 췌장염을 앓고 있다는 소문도 뉴스에 나온데다가, 신장 투석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는 말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의사들이 볼 때 김정일 위원장의 손톱이 하얀 건 신장이 분명 나쁘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특히 구라파 측 의사들의 진단은 ‘김정일 위원장이 여러 합병증을 앓고 있기 때문에 건강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거지요. 이런 상황에서 캠벨 차관보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겁니다. 캠벨 차관보가 아무런 과학적인 자료가 없이,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했을 리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그만큼 취약하니까, 우리가 그 어떤 대비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미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19일자 동아일보에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에 준비하는 문제를 논의할 거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을 때에는 항상 급변사태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가 따라붙기 마련인데요. 위원님께서는 이번 기사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제가 급변사태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급변사태는 말 그대로 급히 변화하는 사태인데요. 북한의 급변사태는 김정일 위원장이 아파서 사망하거나, 아니면 화폐개혁의 실패와 같은 큰 충격으로 인해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해서 주민 봉기가 일어나거나, 군의 쿠데타가 일어나거나, 그래서 북한이 변화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의 현대국제관계연구원과 한국, 미국이 북한의 급변사태에 관한 토의를 다음 달 중순에 하고, 2차와 3차 회의를 연거푸 가진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국책 연구기관, 그러니까 국가에서 직접 하는 연구소라는 의미인데요. 중국이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진다는 점, 그리고 한국과 미국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은 북한 사태의 전개를 심상치않게 보고 있다는 걸 뜻하죠. 북한에서 만약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북한 주민들이 혼란을 겪지 않게 빨리 주민 생활을 안정시키고, 정말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게 지낼 수 있는 대책을 미리 만들어내고, 북한에서 그 어떤 무장 충돌이나 싸움,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나 화학무기가 해외의 테러 조직에 반출되는 걸 막는, 그런 종합적인 대책을 한 번 토론해 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위원님과 오늘도 10분여 동안 참 여러 가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는 남북관계가 좀 풀려서, 그리고 북핵 6자회담에 진척이 있어서, 북핵문제나 남북관계의 진전된 모습을 놓고 이 자리에서 10분 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