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예멘의 살레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중동에 불어닥친 민주화 열풍의 영향 때문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박성우: 중동의 민주화 열풍이 튀니지와 이집트를 거쳐서 예멘에 몰아닥쳤습니다. 실장님,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튀니지에서 ‘재스민’ 시민혁명이 시작됐고, 이집트를 거쳐서 아라비아 반도에 자리 잡은 예멘에서도 지난 2월 중순부터 민주화 시위가 벌어져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데요. 예멘의 인민들이 요구하는 건 민주화, 자유, 그리고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입니다. 예멘은 옛날엔 북부와 남부로 나뉘어 있었죠. 남부 예멘은 사회주의를 했고, 북부 예멘은 자본주의를 했는데요. 살레가 북부 예멘의 대통령에 선출된 게 1978년입니다. 이후 통일이 되면서 통일 예멘의 대통령이 됐고, 이후 지금까지 33년 동안 장기 독재를 해 왔습니다. 살레 대통령은 33년이 모자랐는지 최근엔 종신 대통령제를 추진했고, 그러다가 시민혁명에 봉착한 건데요. 예멘 사람들은 살레의 일당 독재, 부정부패, 장기 집권에 반대하고, 자유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시작했고, 살레 대통령은 시위가 너무 거세지니까 2013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무마하려고 했는데, 인민들이 이에 속지 않고 계속 시위가 확대됐어요. 그러다가 지난 3월18일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게 보안군이 총격을 가해서 시위대 52명이 사망했어요. 이에 전 예멘 국민들이 분노했고, 이에 따라서 유엔 주재 예멘 대사 등 고위 외교관과 고위 간부들, 특히 군부의 최측근 인사들인 알 아흐마르 제1기갑사령관, 살레 서부군 사령관, 알리 동부군 사령관 같은 고위 장령들이 시위대에 지지를 표했고, 군대까지 이렇게 돌아서니까 할 수 없이 살레 대통령이 지난 22일 ‘12월 전후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살레 대통령은 시위대가 요구한 조건들을 모두 받아들였어요. 자유로운 시위 보장, 시위대에 총격을 가한 자들에 대한 처벌, 시위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보상, 헌법 개정 등을 약속한 겁니다. 역시 폭압 정치를 하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고, 또 인민들이 한 번 들고 일어나면 아무리 억압적인 정권도 물러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시리아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요?
고영환: 시리아를 북한에서는 수리아라고 부르는데요. 수리아에서도 재스민 혁명의 영향이 퍼지고 있는데요. 시리아는 다 아시다시피 중동에서 리비아와 함께 가장 폭압적인 독재를 해 온 나라인데요. 시리아는 유일당 체제이고, 비밀경찰이 아주 강하고, 대통령 신격화도 거의 북한 수준으로 아주 강하게 이뤄진 나라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권력의 이양이 이뤄진 나라입니다. 아사드 대통령은 북한 사람들도 잘 아는데요. 김일성 주석과 친분 관계가 깊었습니다. 이 사람이 아들에게 정권을 넘겨줬어요. 이 나라에서 바샤르 대통령의 독재를 반대해서 시위가 시작된 건 3월18일입니다. 시위대의 요구는 ‘우리에게도 자유를 달라’는 겁니다. 군대가 시위대를 향해서 총을 발사했고, 5명의 시위자가 사망했어요. 시위가 ‘다라’에서 시작했는데, 수도 다마스쿠스와 자심, 키르벳, 알 하라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고요. 시민들이 집권 유일당인 바스당의 중앙위원회 청사에 불을 질렀어요. 그리고 보안군과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데요. 바샤르 대통령이 급해지니까 시위가 처음 일어났던 다라의 시장을 해임하면서 유화책을 썼는데, 시민들이 이에 승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지금 시위가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박성우: 현재 국제사회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리비아인데요.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고영환: 2월14일 제2도시인 벵가지에서 카다피 대통령의 독재 정치를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돼서, 한 때는 시위대가 리비아 전 영토의 80%까지 장악했어요. 그런데 친카다피 부대가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을 가하면서 시민군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시민들이 카다피 세력에게 학살당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국제사회가 ‘시민들을 학살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카다피가 이를 무시했고요. 그래서 국제사회가 움직였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일 내린 결정에 따라서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리비아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겁니다. 이 기세에 눌려서, 진격하던 친 카다피 군대가 후퇴하는 양상이고요. 온 세계가 리비아 상황을 정말 주의 깊에 보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정권은 리비아가 ‘핵이 없기 때문에 침략당했다’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3월2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리비아가 핵을 포기해서 무장해제당했고, 그래서 침략을 당했다는 겁니다. 북한의 논리는 리비아가 핵을 포기하여 힘이 없으니까 미국에 당했다, 그러니까 자기네는 핵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건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궤변입니다. 리비아에서 혁명이 일어난 건 핵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카다피가 40년 이상 독재를 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북한에서처럼 아들에게로 정권을 넘기려고 하니까, 이에 분노한 인민들이 들고일어난 겁니다. 카다피는 ‘나처럼 인민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항상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자기가 그렇게 사랑한다는 인민에게 무차별적으로 기관총을 쏘고, 그러니까 이에 격분한 시민들이 무장을 갖추고, 군대의 일부가 돌아서면서, 리비아 사태가 내전 상태로 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건 내부 문제이지 외부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의 주장은 궤변이라는 걸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박성우: 미국의 뉴욕타임스에 재밌는 기사가 실렸는데요. ‘독재정권과 결별한 중동 지역의 외교관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실장님도 북한에 계실 땐 외교관이셨는데요. 실장님은 이 기사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뉴욕타임스 3월22일 기사인데요. 카다피가 물러나야 한다면서 미국 주재 리비아 대사가 시민들 편에 섰어요. 그러니까 카다피 정부는 이 사람을 해임시킨다면서 월급을 안 주고, 벤츠도 빼앗고, 이렇게 되니까 이 사람은 힘든 생활을 하게 된 거지요. 이 사람뿐 아니라 예멘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면서 유엔 주재 대사, 수리아 주재 대사, 레바논 주재 대사들이 살레 대통령을 반대한다면서 인민들 편에 섰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도 월급을 받지 못하고, 그래서 생활이 일시적으로 힘들어졌다는 내용의 기사인데요. 독재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고위 외교관들이 시민들의 편에 선 건 용감한 행동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비록 생활적으로 잠시나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민혁명이 지금 차례로 승리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이들은 새롭게 일어선 인민 정부의 대표로 외국에 또다시 나가게 될 겁니다. 이전에 보면 동구라파 나라들에서도 일찍이 인민의 편에 섰던 외교관들은 다 살아남았고요. 독재자의 편에 서서 마지막까지 있었던 사람들은 다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박성우: 리비아 같은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북한에서 발생한다면,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외교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또 어떤 행동을 할까,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