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인권 상황과 국제사회의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는 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평가인데요. 이런 질문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에 사는 사람들도 북한의 인권이 열악하다는 걸 느끼고 있을까?’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인권이라는 걸 북한 사람들은 부르주아적인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북한의 선전 당국이 계속해서 ‘공화국은 인권이 세계에서 가장 잘 보장돼 있고, 제국주의자들이 말하는 인권이라는 건 부르주아지들이 정말 할 일이 없어서 하는 소리다’라고 선전합니다. 이런 식이니까 ‘인권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 이런 생각을 (일반 북한 주민들이) 갖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인권이라는 건 말 그대로 인간이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권리, 누려야 하는 권리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하고,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 가서 살고, 외국에 나가고 싶으면 외국에 나가고, 출신 성분과 관계없이 머리가 좋고 공부만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외국에 유학도 가고,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뭐 ‘청바지는 미 제국주의 부르주아적 산물이다’ 이런 게 없이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이런 게 다 인간의 권리에 해당하거든요.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가장 보편적인 권리를 인권이라고 하는데요. 북한 사람들이 이런 인권의 개념을 잘 알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 인권의 정의를 내리면서 설명해 주시니까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위원님도 북에서 살아 보셨기 때문에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위원님께서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하신 인권 침해의 사례가 있는지요?
고영환: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그리고 대학을 다닐 때 많이 겪었던 게 있습니다. 통행증이 없으면 다른 지역, 특히 평양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런데 지방에 사는 어느 사촌이 평양 역전에 도착했는데, 통행증이 없어서 잡혔어요. 잡히고 나서 서포에 있는 집결소로 보내져서 3개월 동안 강제노동, 그러니까 거기 말로 노동단련을 했어요. 통행증이 없다고 잡아서 3개월 동안 무보수로 일을 시킨다는 건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합니다.
이런 일도 있어요. 김정일 위원장이 여자들에게 ‘바지를 입지 마라’, 아니면 ‘왜 시내에서 노동적위대 옷을 입고 다니나, 그러지 못하게 하라’고 하면 규찰대가 (거리에) 쭉 서서 여자들이 치마가 아니라 바지를 입고 나오면 다 잡습니다. 버스나 화물 자동차에 싣고 데려가서 노동을 시킵니다. 이런 것도 세상 사람들이 알면 아주 기함을 할 노릇이거든요.
또 하나 말씀드릴게요. 제가 평양외국어혁명학원에 다닐 때 저의 학급에 평양피부성중앙병원 원장의 딸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원장이 ‘나는 당원이 되는 걸 그만두고, 의료 사업에만 정진하겠다’는 말을 했데요. 그래서 그 아버지를 정치범 수용소로 끌고 갔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학급에 있는 그 동급생이 교무실로 불려나간 다음에 행방불명이 됐어요. (학교로) 안 돌아왔어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15호 요덕 수용소에 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여기서 잠깐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정치범 수용소라는 건 이전 스탈린 독재체제 때 러시아에만 존재했던, 그리고 모택동 시대 때 중국에서도 조금 다른 형태로 존재했던 겁니다. 지금은 다 없어졌어요. 정치적인 이유로 사람을 잡아 가두는 수용소가 있는 나라는 이젠 북한뿐입니다. 인권 유린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박성우:
지난 18일 유엔의 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보편적 정례 검토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북한의 인권 증진을 위해서 ‘이런 건 개선해야 된다’는 식의 보고서를 채택했다는 말인데요. 유엔이 제네바에서 채택한 이번 보고서의 기본 내용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북한 인권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이렇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고영환:
세계에는 공산주의를 한다는 나라가 몇 개 없어요. 북한을 제외하면 쿠바와 베트남 정도인데요. 그 두 나라에도 정치범 수용소가 없어요. 그리고 통행증이라는 제도도 없습니다. 북한의 인권이 이 나라들보다 더 험악하니까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유엔이 지난 3월18일 북한 인권의 향상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채택한 겁니다.
그 자리에 참가했던 북한의 제네바 주재 이철 대사가 아주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이것은 공화국의 체제를 흔들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소동이고,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시도다’ 이런 식으로 반박한 거지요. 그런데 유엔이라는 기구가, 유엔의 성원국들이 할 일이 없어서 한 나라의 인권과 관련된 국제회의를 하겠습니까? 그건 아니거든요. 모두 할 일이 많고 바쁜 나라들인데도 모여서 북한 인권의 향상을 위해 ‘이런 건 개선하라, 정치범 수용소를 없애고, 고문하지 말고, 체포영장 없이 체포하지 말고, 거주의 자유를 주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밥을 먹이라’ 이런 식으로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권리와 의무를 북측에 제기했는데요. 북한은 이걸 두고 ‘체제를 흔들려는 시도’라고 반박하잖아요.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자기가 가고 싶은 장소에 통행증 없이도 가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게 왜 체제를 흔들고 체제를 전복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반박하는 건지, 그 자체를 외국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유엔에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있고, 미국엔 북한 인권 특사가 있습니다. 또 미국과 일본은 북한 인권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위원님께서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저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도 일부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는 정치범 수용소를 합치는 방법으로 나타났습니다. ‘봐라, 당신은 여기 수용소가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수용소가 다 없어졌다’는 거지요. 그런데 그 수용소는 없어진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서 합쳐진 겁니다. 그러니까 국제사회의 요구에 북한이 나름대로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 인권법을 내왔어요. 유엔 총회에서 다수결로 북한 인권과 관련한 보고서가 채택됐습니다. 이런 건 북한의 최고 지도부에 다 보고됩니다. 그러면 북한은 나름대로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고, 북한은 어떤 형식으로든 반응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럽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북한의 그 참혹한 인권 상태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세계에서 보다 많은 목소리가 나오면, 북한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미국과 일본에는 북한 인권법이 있다고 잠시 언급하셨는데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국회가 이걸 제정하려는 노력만 하고 있지, 아직 결과가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한국이 북한 인권법을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든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고영환:
북한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 하시겠지만, 정권을 잡은 당은 ‘여당’이라고 하고, 정권을 잡지 못한 당은 ‘야당’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여당은 한나라당이고, 야당은 민주당입니다. 한나라당 사람들의 논지는 뭐냐면, ‘세계 보편적인 개념이니까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인권법을 만들자’는 건데요. 반면에 민주당은 ‘이해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북한이 반발한다, 그러면 남북관계가 나빠지고, 그렇게 되면 북한 인권은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이렇게 상반된 논리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북한 인권이 좋아져야 한다고 국제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만큼 한반도에 있는 우리들이 더 나서서 북한 인권의 개선을 요구하고 북한 인권법을 만드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국도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절차가 있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