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이나 외국의 언론이 빼놓지 않고 보도하는 소식 중 하나가 바로 북핵 문제입니다. 하지만 신문 지면이나 방송 시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배경 설명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지요.
오늘은 북핵 문제가 도대체 뭔지를 정치적 측면에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좀 근본적인 질문이긴 합니다만, 위원님께서는 ‘북핵 문제’를 뭐라고 정의하십니까?
고영환: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든데요. 그래도 한마디로 말하자면 ‘북한의 핵과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좀 구체적으로 말하면, 핵을 만들려고 했던 북한 지도부의 의지, 핵을 만들기 위한 시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5MW 원자로의 건설, 그리고 플루토늄과 우라늄 같은 핵물질의 생산, 기폭 장치의 완성, 핵실험, 더 나아가서 북한의 핵을 폐기하기 위한 6자 국가와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의지, 이 모든 걸 합쳐서 북핵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참 쉽지가 않은 문제죠. 그러니까 언론이 그냥 뭉뚱그려서 ‘북핵 문제’라고 표현을 하고 있으니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나선 건 언제부터입니까? 그리고 핵무기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판단하십니까?
고영환:
이건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김일성 전 주석이 모택동과 스탈린의 허가를 받아서 소련제 탱크 T-34를 받아서 1950년 6월에 6.25 전쟁을 일으켜 낙동강까지 갑니다. 이걸 반대해서 유엔군이 인천에 상륙해서 올라가지요. 그러다가 다시 중국의 인민지원군 100만 명이 내려와서 결국 진지전이 일어납니다. 전선이 고착되니까 미국이 원자탄을 쓸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저는 아마 김일성 주석이 그때부터 핵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건 1950년대 말에, 구체적으로 연도를 말할 수는 없지만, 김일성 종합대학의 물리학부 안에 핵 물리학과를 만들어서 핵 전문가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이게 핵무기 개발의 시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1960년대, 70년대에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듀브나 핵 연구소에 비싼 돈을 들여서 기술자를 들여보내 유학을 시킵니다. 그때부터 핵을 만들기 시작한 거지요.
그럼 핵을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항상 ‘무력으로 인한 통일밖에 있을 수 없다, 힘이 센 자가 통일할 수밖에 없다, (무력으로 통일하려면) 제2의 조국해방전쟁이 일어날 텐데, 그러면 또 미군이 개입할 것이다, 미군의 개입을 막으려면 핵을 가지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 핵을 쓰겠다고 위협하면 미군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한라산까지 공화국기를 꼽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오랜 꿈이 실현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으로 핵무기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겠나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조금 변질되긴 했겠지만, 최초의 목적은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 소련을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위해서 어느 나라의 지원을 받았을 것 아닙니까? 그 나라가 북한을 지원한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소련도 북한이 군사적으로 원자탄을 만들려고 했다면 반대했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우리가 전력이 모자란다, 핵 발전소를 지어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기술자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기술자를 양성해 달라’면서 기술자를 보냈고, (소련은 북한의 기술자를) 양성해줬습니다. 소련은 북한이 말한 걸 그대로 믿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반면에 북한은 소련을 속인 거지요. 결국 전문가를 양성해서 핵폭탄을 만든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소련은 북한이 평화적으로 핵을 쓴다고 생각하고 북한을 지원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위원님도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습니다만, 북한의 당 간부나 관료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북한 지도부의 핵개발에 대해 어떤 말을 주고받습니까?
고영환:
제가 외교부에 있을 때, 외무성 부상이나 국장, 당 부부장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핵을 가져야 된다, 핵을 가져야 우리가 남반부도 해방할 수 있고, 미군도 남한에서 쫓아낼 수 있고, 또 우리가 군사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 어떤 누구도… 핵을 평화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그 비싼 돈을 들여서 핵을 발전시킨다고 믿는 북한 간부는 없었어요. 적어도 제가 만난 북한의 간부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핵폭탄과 연결지었어요. 예를 들어 ‘김정일 위원장이, 아니면 김일성 주석이 핵 기폭 장치를 만든 어느 군수공장의 기술자들에게 선물을 내려 보내줬다’ 이런 이야기를 쉬쉬하면서 했고, 마지막에는 심지어 ‘핵을 만들면 우리처럼 조그만 나라에서 핵폭탄을 어디서 실험을 하지’ 이런 말이 돌 정도였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지금 국제사회는 ‘6자회담’이라는 걸 만들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고영환:
세상 사람들은 핵무기의 위력을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을 보고 알게 된 거지요. 소련과 미국이 냉전 시대에 서로 경쟁적으로 핵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중국이 가세했고, 프랑스와 영국이 가세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어떤 말이 있나면, 1945년부터 지금까지 큰 규모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핵무기 덕분이라는 겁니다. 열강들이 전쟁을 안 한 건 ‘핵을 한 번 쓰면 전 세계가 망한다’는 걸 알기 때문인 거지요. 그러니까 소련이 핵폭탄을 하나 보내면, 미국은 10개를 보내고, 미국이 10개를 보내면 소련은 1,000개를 보내고, 그러면 이 지구상에는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집니다.
이게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무기를 감축하고 있습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 핵실험을 한 나라는 북한뿐이거든요. 북한이 핵을 만들어 위협하면, 일본이 가만있겠습니까? 일본이 핵을 만들면, 남한이 가만있겠습니까? 남한이 핵을 만들면, 또 대만이 핵을 만들고. 모두 기술적으로 발전된 나라들이기 때문에 결심만 하면 핵무기는 금방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러면 동북아시아가 핵의 경쟁장으로 변하고, 이렇게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깨지면 세계 평화가 깨지는 거지요. 그러니까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을 폐기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는 거지요.
박성우:
만약 북한이 현 상황에서 핵을 포기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 걸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모든 것이 다 변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특히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비핵.개방.3000’이라는 걸 내놨거든요. 이것에 대해서 지금 북한이 오해하고 있는데요. ‘자존심이 상한다, 우리가 거지니까 돈을 주겠다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핵을 없애고, 정말 중국처럼 개방만 하면, 한국이 대규모의 경제 지원을 해서 북한 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 달러 수준까지 올려주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의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백 달러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금보다 10배가 더 되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고. 일본도 핵 문제가 해결되고, 기타 납치문제 같은 게 해결되면 100억 달러 정도의 원조를 주겠다는 것이고. 미국은 100만 톤의 중유 제공을 비롯해서 정말 북한 경제를 도와주겠다고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북한은 옛날 고구려의 명성을 되찾을 정도로 부흥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우:
위원님과 함께 북핵 문제의 전반적 내용을 정치적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이해가 좀 되셨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좀 더 만들어서 북핵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