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경제력 뒷받침돼야 군사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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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강조합니다.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군사 강국이라는 점도 부각시킵니다.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기술적인 질문을 두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이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리지요?

고영환:

나라별로, 또 연구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어떤 연구소는 ‘2-3개를 갖고 있을 거다’라고 하고, 좀 많이 부르는 나라는 ‘5-6개 정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라고 합니다. 그런데 명백한 것은… 기술적인 완성도가 갖춰진 핵무기라기보다는 초보적인 수준, 그러니까 미국이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던진 핵무기보다 못한 원초적인 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탄두를 가볍게 만드는 기술, 그리고 이걸 미사일에 얹는 기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잖습니까.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핵무기를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해서 쏘는 게 현재의 추세입니다. 옛날처럼 무겁고 ‘붕붕’거리면서 천천히 가는 비행기에 실어서 원자탄을 뿌리려고 하면, 그전에 모두 요격당하거든요. 핵폭탄의 소량화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요. 지금 이걸 성공한 나라는 몇 개밖에 없어요. 북한이 계속 장거리 미사일을 실험하고 있잖아요. 그것도 아마 무거운 걸 먼 데로 보내기 위한 실험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고,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도 북한이 수톤짜리 핵폭탄을 미사일에 올리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은 핵보유국이다, 그리고 군사 강국이다.’ 이건 북한 지도부가 자주 하는 말인데요. 그런데 ‘핵보유국은 군사 강국이다’라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인지요?

고영환:

설명을 먼저 조금 하겠습니다.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재래식 무기들, 그러니까 탱크, 대포, 함선, 전투기, 이런 건 대체로 1950년대, 1960년대에 소련에서 만든 것이거나, 아니면 소련에서 만든 걸 수입해서 다시 뜯은 다음 역설계 해서 만든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현재 세계의 선진국가들은 이런 1950-60년대 무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모두 최신식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이 아마 이런 상황을 상쇄하기 위해서 핵과 장거리 미사일, 더 나아가서 생물무기, 화학무기를 만들었거든요. 이걸 비대칭 무기라고 합니다. 비대칭 무기를 갖고 지금 군사력을 높였는데요. 저는 북한을 군사 강국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군사 국가나 군사 병영국가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지 않느냐고 봅니다. 왜냐면 파키스탄이나 인도가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이들을 군사 강국이라고 인정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그럼 ‘북한은 군사 강국’이라는 말을 인민들에게 되풀이하는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일성 주석은 1960년대 사회주의 대고조, 천리마 운동, 이런 걸 거치면서, 그래도 북한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게 했거든요. 북한 사람들은 1960년대, 70년대에 ‘이밥에 고깃국, 비단 옷에 기와집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걸 믿었어요.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가진 다음에 경제가 나빠지고, ‘고난의 행군’까지 해서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그러니까 경제적인 구호를 내밀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뭔가를 남겨야 되겠으니까 군사적 강국이라는 걸 내놓은 것이죠. 결국 이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의 위대성과 연관됩니다. 위대성을 부각시키려면 뭔가를 만들었다고 해야 하는데, ‘핵 하나를 만들어서 군사 강국이 됐고, 그래서 우리는 정말 김정일 위원장의 탁월한 영도에 의해서 세계의 몇 개밖에 안 되는 군사 강국이 됐다’고 선전을 하는 겁니다.


박성우:

북한이 ‘군사 강국’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평가는 어떠합니까?

고영환: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러시아, 중국, 미국, 프랑스, 영국… 이런 나라들은 모두 군사 강국이라고 국제사회가 인정합니다. 여기에 일본을 포함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인도와 파키스탄도 군사 강국이라고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그냥 개발도상국가, 그냥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로 보는데요. 국제사회의 시선은 과학적인 근거로 평가를 내리는 것인데요. 한국을 포함해서 세계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정말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진정한 군사 강국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 모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핵무기 하나를, 아니면 두세 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군사 강국인 게 아니라, 경제력이 바탕이 되고, 그 경제력에 근거해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고, 그리고 군사력까지 뒷받침이 되면 그게 군사 강국인 거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굶어 죽고, 경제는 돌아가지 않고, 그냥 핵무기 두세 개, 그것도 원시적인 거라서 터질지 안 터질지도 모른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 1945년도 수준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북한을) 군사 강국이라고 인정해 주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박성우:

만약에 북한이 애초부터 핵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현재 어떤 모습일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저는 북한 체제가 이렇게 힘들어진 이유를 북한의 ‘경제국방 병진노선’에 있다고 봅니다. 시초는 1960년대 중반에 김일성 주석이 내놨던 ‘경제국방 병진노선’인데요. 정말 경제건설에 투자하는 만큼의 돈을 군사에 투자했고, 땅굴을 만들었고,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썼습니다. 저도 (외교관으로) 외국에서 일할 때 ‘농축 우라늄을 구해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이나 러시아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이 그 기술을 빼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돈을 썼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처음부터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군사적인 부분에 그렇게 돈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북한이 한국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룩하지 않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1945년 나라가 분단됐을 때, 당시 중공업을 비롯한 기본 경제의 토대가 모두 북한 쪽에 있었습니다. 한국 쪽에는 농사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수력 발전소나 공작 기계, 이런 걸 일본 사람들이 모두 북쪽에 건설해 뒀는데요. 그렇게 잘 살던 나라가, 50년이 지나서 한국은 지금 세계 경제 규모가 11위인데, 북한은 150등 이하로 떨어진 것 아닙니까. 만약 북한이 1960년대 기반에서 그냥 발전시켜서 중국처럼 개혁 개방까지 했다고 하면, 아마 지금 중국보다 훨씬 더 잘살고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위원님 말씀을 듣다 보니 인민들의 입장에선 군사 강국보다는 경제 강국을 바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