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핵 포기한다고 망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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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국제사회에는 핵을 포기하고도 잘살고 있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처럼 핵 때문에 제재를 받으며 살고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현재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몇 개나 됩니까?

고영환:

조금씩 다르게 말할 수 있는데요. 1970년대에 발효된 NPT, 그러니까 핵확산금지조약이 인정한 핵 보유 국가는 5개입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그리고 영국입니다. 이것이 공식적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핵 보유 국가이고, 이들을 합쳐서 핵클럽이라고도 합니다. 북한 말로는 ‘핵 구락부’라고 합니다. 이후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성공해서 핵 보유 국가가 됐는데, 이 나라들은 국제사회가 아직도 핵 보유 국가라고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이스라엘이 핵실험을 성공했다고 하는데, 이스라엘 자체는 핵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두 차례의 핵실험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표현하면 핵 보유 국가는 5개국이고, 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나라까지 합치면, 그러니까 북한까지 합치면 9개 나라입니다.

박성우:

계산법이 복잡하군요. 위원님 말씀을 듣다 보니까, 핵은 갖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외적으로 불안한 나라도 눈에 띄는군요?


고영환:

네, 인도도 조금 문제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파키스탄입니다. 파키스탄은 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 강국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약간의 ‘문제아’처럼, 종교 분쟁과 종족 분쟁으로 인해서 계속 복잡하고, 테러가 발생하고,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발전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군사적으로도 특별히 발전한 것도 아니고, 주민들은 불만에 가득 차 있지요.

박성우:

위원님, 그런데 핵을 개발하다가 중도에 포기한 국가들도 있지요?

고영환:

정확히 말하면,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핵을 북한처럼 몰래 만들어서 성공했다가 폐기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실례가 있고요. 구소련에 속해 있다가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따로 떨어져 나와 독립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백러시아는 핵을 만든 나라가 아니고, 구소련이 갖고 있던 핵을 떠안게 된 나라들인데요. 핵을 떠안았다가 국제사회와의 협상을 통해서 폐기한 게 두 번째 그룹이고요. 세 번째는 리비아의 경우입니다. 리비아는 핵을 만들려고 했고, 핵 시설을 만들었다가, 자발적으로 2003년에 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을 스스로 폐기해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나라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배경 설명을 조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제일 재미있는 게 리비아의 경우입니다. 리비아는 북한처럼 굉장히 반미적인 나라였고, ‘미제의 침략자들을 타도하라, 핵무기를 가져야 미국의 침략에도 맞설 수 있고,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했는데요. 리비아의 지도자 카다피. 북한 사람들도 잘 아는 인물이죠. 카다피 원수가 ‘아니다, 핵을 가지고 있으면 더 위험해진다, 그러니까 핵을 포기하겠다’고 하면서 미국과 협상해서 핵을 깨끗이 포기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도 받고, 외교관계를 맺고, 정상적인 국가가 됐고요.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습니다. 구소련이 망한 다음에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던 핵폭탄이 몇 개였는지 아십니까. 1,800개였습니다. 굉장히 위협적인 나라였지요. 그런데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을 벌였습니다. ‘핵을 폐기하라, 핵을 가지고 있어봐야 뭘 하겠나, 그러면 경제 원조를 주겠다’ 그래서 결국은 미국, 영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벌여서 우크라이나가 핵을 폐기했습니다. 핵폭탄을 몽땅 해체해 버리고 대규모의 경제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지금 유럽동맹에도 들어가고, 경제도 발전하는, 그런 실례가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북한처럼 자체적으로 몰래몰래 핵을 만들었습니다. 핵실험도 성공하고, 핵무기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계속 규탄했지요. ‘폐기하라’는 것이었고, 지금 유엔의 대북제재처럼 계속 (남아공을 상대로) 제재를 가했습니다. 그러니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것이 해가 됐으면 됐지, 이로운 것이 하나도 없구나, 그래 폐기할 테니 전문가들 다 들어와라’고 해서 국제 전문가들이 보는 가운데서 핵을 다 폐기하고, 경제 제재가 풀리고, 미국이나 영국 등 주변 나라에서 지원을 받고, 그래서 올해 6월이면 월드컵까지 개최하는, 그런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나라가 된 겁니다.


박성우:

핵을 포기한 국가들의 공통점과 시사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고영환: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점은 핵을 포기한 나라들이 핵을 포기했다고 해서 침략을 당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금 핵이 없으면 침략을 당한다고 자꾸 말하는데, 사실 최근 들어서 침략을 당한 나라는 이라크지요. 쿠웨이트를 쳐서 미국에게 한 방 얻어맞지 않았습니까. 유고슬라비아는 보스니아와 코소보 문제에 개입해서 사람들을 많이 죽이고 그러니까 미국으로부터 한 방 얻어맞았지요.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적인 테러를 하지 않았습니까. 나쁜 짓만 안 하면 그 나라에 가서 칠 이유가 없습니다. (치게 되면) 자기 나라의 젊은이들도 죽는데, 그 고귀한 청춘들이 가서 죽을 일을 왜 하겠습니까. 이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나서 모두가 경제적인 부흥을 이뤄내고 있다는 겁니다. 카자흐스탄이나 우크라이나, 리비아 등 모두가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했고, 유엔 제재 결의안이 모두 해체됐죠. 우크라이나의 키에보나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같은 곳에 가 보면 빌딩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정말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공통점을 갖고 있는 거지요.

박성우:

반면에 현재도 핵을 개발하려는 나라들이 있잖습니까? 이들의 공통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고영환: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북한과 이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골치 아파 하는 나라가 바로 이 두 나라인데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반미적인 나라들입니다. 두 번째는 ‘항상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을 달달 볶는 특징이 있고요. 세 번째는 두 나라 다 독재국가라는 점입니다. 마지막 공통점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사회가 제재를 하니까 경제는 발전하지 않고, 사람들은 굶주리고. 최근에 북한에서 가슴 아픈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지요. 신의주에서도 그렇고 회령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 건데, 정말 가슴이 아프거든요.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봐야 뭘 하겠습니까. 만약에 북한이 미국에 핵폭탄을 하나 쐈다고 가정을 합시다. 그러면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100개는 쏠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폭탄을 쏘지 않으면 미국도 안 쏘거든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절대로 침략도 안 합니다. 그러면 리비아처럼 정말 안전한 체제가 보장되고 주민생활이 좋아지는데, 왜 핵을 계속 고집하는지…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북한이 왜 핵을 고집하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이 하신 말씀 중에서 참 인상적인 게 ‘핵을 포기한다고 해서 망하는 게 아니다’는 말이었습니다.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