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영국의 한 언론사가 ‘세계에서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미치는 나라’를 최근에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이 나쁜 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성우: 영국의 BBC 방송이 2005년부터 ‘세계에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미치는 나라’를 골라 보라는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올해도 세계 28개국의 시민을 상대로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나쁜 영향을 주는 나라’로 이란(56%)이 1위, 파키스탄(51%)이 2위, 이스라엘(50%)이 3위, 그리고 북한(48%)이 4위를 했습니다. 이들 4개국의 공통점이 있는 듯합니다. 위원님, 그게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제가 잠깐 여론조사라는 것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인민들의 의견이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봅니다. 이걸 여론조사라고 하는데요. 여론조사 결과를 정책에 많이 반영합니다. 이번에 BBC 방송이 세계 28개국의 2만 9천 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말씀하신 4개 나라의 공통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역시 핵과 관련돼 있습니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거나, 핵무기를 가지려 하거나, 테러 조직 등에 핵무기를 유출시킬 가능성이 있거나, 이런 나라들이 다 관련돼 있는데요. 세계는 지금 핵확산을 막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이나 이란은 계속 핵을 가지려고 하거나 핵실험을 하면서 세계 사람들에게서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데요. 이게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고요.
둘째는 역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나라라는 겁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테러와 관련돼 있거나, 계속해서 분쟁을 일으키고, 아니면 국제조약이나 규범을 어기고, 이런 ‘나쁜 나라’라는 인식이 세계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북한의 경우만 봐도, 50년대에 6.25 전쟁을 했지요, 60년대에 청와대 습격 사건이 있었고, 70년대에 판문점에서 두 명의 미군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80년대에 아웅산 테러 사건과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90년대에 잠수함 침투 사건 등 계속 문제가 있으니까 ‘북한은 정말 문제가 많은 나라구나’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이 나라들은 독재를 하고 있거나 군사 부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란이나 북한은 독재 국가라는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고요.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 북한 등 4개 나라가 군수 공업에 힘을 쏟아서 ‘군사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들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 4개 나라에 대해 사람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 지금까지 말씀해 주신 건 ‘나쁜 영향을 주는 나라들’이었습니다. 반면에 ‘좋은 영향을 주는 국가’로는 독일(59%), 일본(53%), 영국(52%), 캐나다(5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나요?
고영환: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경제적 강국이라는 겁니다. 독일, 일본, 영국, 캐나다의 뒤를 이어서 프랑스, 미국 등이 있는데요. 모두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요. 둘째는, 이 나라들에는 인권과 민주주의가 잘 보장돼 있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습니다. 사람들이 살기 좋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이 나라들에 대해서 좋은 인식을 갖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위원님, 아무래도 우리 청취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할까’라는 점일 텐데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사람들에게 ‘북한은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권력세습, 그러니까 아버지가 아들에게로, 또 그 아들에서 손자에게로 권력을 대대로 넘겨준다는 점, 그리고 독재, 인권유린, 가난, 굶주림, 이런 걸 이야기하거든요. 사람들의 인식 속에 ‘북한은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나라구나,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구나’ 이런 게 많은데요.
올해 여론조사 대상 국가 28개 국가 중에서 23개 국가의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아주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는데요. 작년에도 똑같은 여론 조사를 했어요. 그걸 보면, 21개 국가에서 14개 국가 인민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거지요.
그 이유는 아마 지난해 5월의 핵실험 소식, 그리고 지난해 1월에 전세계에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에게서 김정은에게로의 권력세습, 이런 두 가지가 세계 사람들의 인식을 아주 나쁘게,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북한과 이른바 혈맹관계인 중국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시각은 어떠한지도 궁금합니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해에도 BBC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지난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시각은 긍정과 부정이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여론조사를 보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지난해의 42%에서 24%로 떨어졌어요. 부정적인 시각은 20%대에서 40%대로 높아졌거든요.
이건 북한 사람들이 핵실험을 했지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했지요, 또 권력세습을 한다고 전 세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요… 중국은 또 북한과 국경을 가까이하고 있으니까 북한에 대해서 관심도 많고 북한에서 진행되는 일을 지켜보고 있거든요. 탈북자가 많아지고, 가난해지고, 굶어 죽는다고 그러니까, 중국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북한은 정말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나라구나, 북한이라는 나라는 왜 이러나, 북한이라는 나라가 정말 싫다’ 이런 식으로 중국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화를 내고 있는 게 이런 결과를 나오게 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저도 BBC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저도 한 번 읽어봤습니다만, 중국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가 ‘굉장히 특기할만하다’라고 표현했던 게 기억납니다. 위원님, 러시아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견해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나왔습니까?
고영환: 지난해에는 긍정, 부정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거든요. 그런데 올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19%, 부정적 시각이 35%입니다. 지난해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20%였거든요. 그러니까 부정적인 시각이 15% 높아진 겁니다.
아무래도 북한이라는 나라가 사회주의 나라이고, 러시아도 사회주의를 했고, 또 김일성 주석이 여러 번 오갔기 때문에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서 관심이 좀 있는 나라인데요. 역시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작년에 워낙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사건이 많았고, 화폐개혁까지 하면서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데다가 ‘박남기 재정 부장을 총살까지 했다’는 소식이 자꾸 전해지니까, ‘정말 싫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너무나 문제가 많고, 국제 규범도 지키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해서 복잡하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더 나아가서 ‘북한이라는 나라가 동북아시아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켜서 동북아시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점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지는 걸로 보입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위원님 말씀을 듣다 보니,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자꾸 나를 성가시게 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멀어지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