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책 중 하나로 북한과의 교류와 교역을 전면 중단한다고 24일 발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이번 한 주는 남북 관계에서 상당히 큰 변화가 있었지요.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묻는다면서, 북한에 대한 일련의 제재 조치를 발표했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이 같은 조치의 배경과 종류, 그리고 목적을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상당히 비장한 어조로 ‘전쟁기념관’ 안에서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모든 사람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그 담화를 들었습니다. 한국 국민 모두가 쉬고 있는 야밤에 북한 측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몰래 한국 측 영해에 들어와서 우리 천안함을 공격했고, 그래서 46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 선박의 남한 측 영해 통행을 금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문제를 회부하기로 하고, 대북 방송을 재개하고, 남북 간 모든 교역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남북 간 모든 교역과 관련해서, 사실은 북한에 현금을 가져다주는 나라는 남한밖에 없었거든요. 모든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1년에 대략 3억 달러의 현금이 북한에 들어갔고, 북한 지도부는 이 현금을 가지고 체제를 유지하는 데 써왔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으로서는 이런 조치들이 몹시 아프겠지요.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건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반도는 정전상태에 있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일정한 룰, 규칙이 있어요. 만약 우리 배가, 우리 군함이 동해의 원산 앞바다에 가서 북한의 해군 함정을 침몰시켰다면, 북한이 가만있었겠습니까? 포 사격을 하고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런 군사적 조치보다는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은 크게 격화시키지 않으면서 북한에게 똑바른 교훈을 주려고 하는 방향의 초치들을 취했는데요.
사실 북한이 이런 행동을 한 건 이미 오래전부터입니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1970년대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를 저격했고, 1980년대에도 (아웅산에서)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는데, 함께 있던 수많은 정부 요인들이 희생됐고. 이런 걸 보면서 한국 사람들은 ‘보복하자’고 많이 그랬는데도, 한국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된다’면서 참았어요. 그런데 북한이 이걸 한국 정부의 나약성으로 인식한 것 같아요.
‘우리는 (이런 도발 행동을) 계속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러다가 이번에 또 한 번 큰일을 저질렀는데요. 한국 정부가 ‘이번에는 정말 똑바른 신호를 보내야 한다, 북한이 계속 도발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강경한 의지를 표명한 걸로 봅니다.
박성우: 개성공단은 유지하지만 남측의 체류 인원을 절반쯤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영유아를 위한 지원 사업은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고영환: 영유아 지원은 어린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고 아픈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니까, 이것은 계속 할 겁니다. 한국 정부가 계속 하겠다고 했고요. 그리고 개성공단은 왜 폐쇄하지 않느냐면, 이게 남북 관계의 상징 같은, 일종의 고리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개성공단에서 4만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거든요. 이 4만여 명이 20만 명의 개성 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어요. 이런 걸 모두 고려한 걸로 보입니다.
박성우: 대북 방송을 재개한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특히 103.1MHz와 107.3MHz로 하루 2-3회 정도 ‘자유의 소리’라는 이름의 FM 방송을 24일부터 시작했고, 조만간 휴전선에서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방송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남한 내 민간단체들이 삐라를 북한에 뿌려왔는데, 이제는 남한의 군 당국도 삐라를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대북 활동이 북한군과 일반 북한 주민에게 미칠 영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2004년 6월 전에는 남과 북이 다 이런 일을 해 왔어요. 그런데 북한에게는 이게 정말 체제를 뒤흔드는 일이니까, ‘제발 좀 그만두자’라고 해서, 남북 합의에 의해서 그만둔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대통령을 ‘역도’라고 부르고 ‘패당’이라고 불렀죠. 남북 간의 신사협정을 북한이 먼저 깨버린 겁니다.
남한은 반격을 안 하고 계속 참아왔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천안함 사건이 생기면서 정말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돼서 방송을 다시 시작했는데요. 이미 ‘자유의 소리’ 방송을 시작했고, 확성기 방송과 삐라 살포도 할 겁니다. 북한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왜곡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방송을 통해서 북한을 공격하자는 게 아니고, 북한 사람들에게 외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려주자는 겁니다. ‘외부 세계는 이렇다, 당신들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아마 이건 사막을 걷는 목마른 사람이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같은 효과가 있을 겁니다.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과 군인들에게 북한을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겁니다.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알 수 있게 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죠. 북한 체제는 이 조치로 인해 많이 아파할 것입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선전과 선동을 위한 방송이 아니고, 객관적인 뉴스,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방송이 될 거라는 말씀이시죠?
고영환: 그렇습니다. 객관적인 사실만 알려주겠다는 겁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는 이번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가져가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제재 결의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대북 결의를 채택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할 걸로 보이는데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한국의 이런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지요?
고영환: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1일부터 동북아를 방문했는데, 24일-25일에는 중국과 전략 대화를 했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명백한 군사적 도발이고, 이를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중국은 남과 북이 좀 자제를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25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히 전화를 걸어왔어요. 이번에는 북한에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내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입니다. 프랑스 정부도 성명을 발표했고, 유럽연합도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이들은 북한을 규탄하면서 중국이 책임을 다할 걸 요구하는 논조를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국으로서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라는 것이죠. 그래서 유엔 안보리에 이 문제를 가지고 가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아마도 중국은 국제사회의 이런 일치한 움직임에 결국은 동참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박성우: 한국의 언론들은 요즘 한반도 분위기를 ‘신냉전’ 시대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탓인지는 말을 안 해도 누구나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