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천안함 사건은 선거철 ‘북풍’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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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 선거가 있으면 북한은 도발을 한다’는 걸 뜻하는데요. 사실일까요?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지난 2일엔 한국에서 지방 선거가 열렸습니다. 시장이나 도지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뽑는 선거인데요. 위원님, 투표하셨습니까?

고영환: 네, 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앞서 말씀드린 데로,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선거 철이 되면 북한은 남측을 상대로 도발을 한다’는 건데요. 이걸 상징적으로 한국에서는 ‘북풍’이라고 부릅니다. 위원님은 북에서 외교관 생활도 하셨기 때문에, 이 말의 진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답변을 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북한이 한국의 선거철을 겨냥해서 모종의 도발을 시도해 온 게 사실입니까?

고영환: 우연의 일치 같은 일들이 솔직히 많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북한의 공작원 김현희가 일으킨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이 1987년 11월에 발생한 직후에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북풍을 일으킨다’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믿었는데요. 올해에도 6월2일 지방 선거가 있었는데, 이건 주민들이 직접 도지사, 군수, 도 위원을 뽑는 것인데요. 북한식으로는 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군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뽑는 선거입니다. 이 선거를 앞둔 3월26일 천안함이 격침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일부 사람들이 북풍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북풍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면 1987년 11월에 김현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제가 김영남 현재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 같이 구라파 나라와 아프리카 나라를 돌아다녔거든요. 그때 기본 목적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파탄시키는 것이었어요. 북한이 항상 생각하는 것은 ‘어떤 행동이 체제 유지와 수호에 도움이 되느냐’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때도 ‘88 올림픽’을 파탄시키는 것이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것이지요. 그리고 올해에 일어난 사건도 보면, 지난해 ‘대청해전’이라고 한국 측 수역에서 북한군 경비정이 한국군의 ‘돌아가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그냥 내려왔다가 정말 한 방 얻어맞고 격파돼서 올라간 사건이 있었는데, 이를 보복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죠. 체제 수호를 위해서 군인들의 사기와 주민들의 사기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해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볼 때, 북풍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박성우: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번 주에는 이런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남북한과 동시 수교를 맺은 일부 유럽의 국가는 물론이고,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일부 국가들, 그리고 인도를 포함해서 20여 개국이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는 겁니다. 북한도 외교관들이 나서서 ‘북한이 저지른 사건이 아니다’라고 주재국에서 말하고 다녔을 텐데요.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해외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천안함 사건이) 자기네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대사관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가한 외국 기자들이 질문을 했어요. ‘북한이 외국에 수출하는 어뢰의 카탈로그에 나온 수치와 한국 해군이 서해 밑바닥에서 찾아낸 어뢰 잔해의 수치가 똑같은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내용인데, 이런 건 북한의 무관이나 대사들이 답변을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서구권 나라들은 물론이고,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스웨덴, 그리고 ‘쁠럭 불가담’ 국가들 중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인도까지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굉장히 화를 많이 내고 있거든요.

결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한국 해군이 그렇게 조류가 강하고 깊은 바다에서 어뢰 파견까지 찾아낼 줄은 북한이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5월28일에 한국 대통령과 중국 총리가 회담을 했는데, 이게 끝난 다음에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이야기한 게 있습니다. ‘북한이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는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좀 더 기다려 보겠다’는 논지의 말을 했고, 또 ‘중국은 그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했어요. 그러니까 북한이 지금 당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국방위원회도 5월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는 평양에 주재하는 외신 기자들과 외교관들이 참석했다는데요. 북한 당국이 이런 식의 기자회견을 여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요?

고영환: 그렇죠. 원래는 조선중앙통신사나 외무성에서 기자회견의 형식을 빌려서 입장을 밝히는데, 이번에는 아마 무게를 더하기 위해서 국방위원회라는 최고기구를 이용해서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 같은데요. 이건 북한이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굉장히 다급해졌다는 걸 의미하고요. 이 기자회견에 몇 개 나라의 사람들이 참가했는데,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사, 중국의 신화 통신사, 이렇게 3개 회사의 기자들이 질문한 것으로만 TV 화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는 일본의 교도통신 지국이 있고, 미국의 APTN이라는 통신사 지국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질문하는 건 안 나왔어요.

저도 평양에 외교관 생활을 해 봤지만, 북한에서 기자회견이라는 건 사실 ‘이 사람에겐 이런 질문을 해 주십시오’ 이런 식으로 다 각본에 따라서 합니다. 한국이나 외국에서 하는 기자회견과는 전혀 다르고요. 그리고 북한에서는 기자들이 취재가 굉장히 제한돼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모든 곳에서 통제합니다. 북한은 보여주려고 하는 곳만 보여주고, 보여주지 않으려는 곳은 보여주지 않거든요. 저는 평양에 있을 때 러시아와 중국, 아프리카의 외교관들을 만나봤는데, 이들과 만날 때 저는 승인받은 발언 외에는 못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은 더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거든요. 국방위원회의 이번 기자회견도 북한이 미리 각본을 짜 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 5월30일 평양에서는 북한 주민 10만여 명이 참여하는 군중대회가 열렸는데요. 이런 대규모 집회를 통해서 북한 당국이 얻고자 하는 건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 해군이 그런 증거물들을 찾아낼 줄 몰랐고, 그래서 신형 무기로 한 방 쏴서 한국 함정이 침몰한 것처럼 소문을 퍼트렸다가, 증거가 나타나고 우방국들까지 규탄하니까 당황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기네가 안 한 것으로 이야기 하는 거지요. 또 한 편으로는 ‘한국이 전쟁 준비를 한다’ 이런 식으로 내부 긴장을 조성해서 통제를 하기 쉽게 하고 있어요. 통제가 쉬워지면 김정일에게서 김정은에게로 권력이 넘어가는 것도 쉬워지겠지요. 아마 이런 걸 노리고 군중대회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군중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 나간 걸로 나오던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북한의 누구든지 웃을 소리입니다. 그건 아닙니다.

박성우: 북한의 바깥세상에서는 국민의 여론을 중시하지요. 일본에서는 지난 2일 국민의 여론을 받아들여서 총리가 사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민의 뜻대로 정치 지도자를 뽑는 지방선거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여전히 정권이 국민을 선동하는 정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게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 <시사진단 한반도>는 여기까지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