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80세 북 총리 현대경제 관리 잘할까?

지난 1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의 밀가루 가공공장 시찰에 수행한 최영림(오른쪽 끝).
지난 1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의 밀가루 가공공장 시찰에 수행한 최영림(오른쪽 끝).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그리고 새 내각 총리에는 최영림을 임명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7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는 주목할 만한 사항이 많아 보입니다. 위원님께서는 뭐가 가장 눈에 띄던가요?

고영환: 최고인민회의를 한 배경 자체가 좀 의아합니다. 1년에 두 번 하는 경우가 드문데요. 몇 달 전에 하고 또 최고인민회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뭘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지난해 있었던 화폐개혁의 실패로 박남기 전 노동당 부장을 총살했고, 김영일 총리를 이번에 해직했습니다. 그러니까 화폐개혁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고 민심이 좋지 않으니까, 우선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에서 좀 힘있는 사람들로 내각을 꾸린 겁니다.

최영림 총리는 김일성의 책임 서기였죠. 책임 서기는 주로 경제 문제를 다루는데요. 저도 최영림을 여러 번 봤습니다. 평양에서 같이 행사도 하고 그랬는데요. 최영림은 숫자에 밝고 경제 문제에 밝은 사람입니다. 그런 힘이 있는 사람을 총리로 임명했고, 부총리로도 강능수처럼 당에서 부장을 하던 사람, 그리고 김락희처럼 황해남도의 농촌경리위원장을 했다가 나중엔 책임비서까지 한 노장들을 부총리로 전진 배치한 건데요. 결국은 힘있는 사람들이 당직을 내놓고 부총리로 왔다는 건 내각에 힘을 실어줘서 ‘경제 문제를 한 번 풀어보라’는 뜻이 있을 겁니다.

두 번째로는 장성택 부장의 획기적인 승진인데요. 장성택 부장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1990년대에 걸쳐서 ‘숨은 2인자’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에 급속히 부상해서 이젠 공식적인 2인자가 된 셈입니다. 김정일이 국방위원회의 위원장이고, 장성택이 부위원장이 된 건데요. 이게 의미하는 바를 알기 위해서는 그 대목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명한 지도자이신 김정일 동지의 제의에 따라 장성택 동지가 부위원장이 됐다’는 건 김정일 위원장이 장성택 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도 있겠지만, ‘나에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김정은 후계체제를 당신이 책임지고 해 달라’는 뜻이 아주 강하게 담긴 것으로 봅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조선노동당 ‘정치국’의 이름으로, 정치국의 건의에 따라 최영림 동지를 총리로 임명하였다는 건데요. 그런데 정치국이라는 게 없어진 지가 아주 까마득하거든요. 김일성 주석 때는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정치국이 갑자기 왜 튀어나왔는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혹시 북한에서 있을 수 있는 김 위원장의 유고나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 때, 과도체계로 후계체제를 이끌어 나가려는 의미가 있지 않으냐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최고인민회의 12기 3차 회의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정리를 하면, 장성택이 공식적인 2인자가 됐고, 이건 김정일에게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을 장성택이 좀 더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는 복심이 있다는 거지요?

고영환: 네. 거기에 한 가지 더하면, 화폐개혁의 책임자를 모두 몰아내고, 당의 능력 있는 간부들을 내각에 보내서 경제를 회복하라는 의미가 있는데요. 저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80세가 넘은 사람들이 현대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인지는 합니다만, 한 번 두고 보기로 하지요.

박성우: 알겠습니다. 내각 총리로 임명된 최영림을 만나본 적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우리 청취자들도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어떤 인물입니까?

고영환: 최영림은 부총리도 하고, 국가계획위원회의 위원장도 하고, 김일성의 책임서기를 세 번 했습니다. 연거푸 세 번 한 게 아니라, 부총리로 나왔다가 김일성 주석이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되겠다’고 해서 또 들어갔을 정도로, 제가 보기에도 숫자에 아주 밝고 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요. 정말 김일성 주석의 신임을 많이 받았던 인물이지요. 하지만 김정일 시대가 열리면서 조금 소외됐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 (김정일이) 김일성 주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김일성 주석 때 사람들을 다시 쓰는 걸 보면,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를, 영상을 빌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 듭니다. 최영림 신임 총리는 그의 딸도 (제가 있었던) 외교부에 같이 있었고, 저도 행사 때 여러 번 같이 만났던 사람인데요. 사람 자체는 굉장히 좋고요. 그런데 현대 경제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최영림은 올해 나이가 80세입니다.

박성우: 잠시 말씀하셨는데요. 최영림의 딸, 최선희 씨가 북한 외무성에서 근무하지요. 위원님도 외무성에서 근무하셨잖습니까. 최선희 씨는 어떤 인물입니까?

고영환: 최선희 씨는 6자회담 때도 계속 통역으로 나왔고, 국방위원회 대표단이 미국에 갔을 때도 통역으로 나왔죠. 인재입니다. 사실은 양딸입니다. 최영림 위원장이 자녀가 없어서 양딸로 들였는데요. 굉장히 똑똑하고, 영어를 잘하고요. 저에게는 많이 후배입니다. 제가 북한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처녀였는데, 이제는 아주 능력 있는 외교관이 된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다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북한 경비대의 총격으로 최근 중국인 3명이 사망했다는 걸 중국 정부가 8일 공식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이 사건을 매우 중시하며, 북한 측에 즉시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중국 외교부의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북한의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어떤 사건입니까? 그리고 어떤 파장이 일 걸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4일 조중 국경지역에서 무역 사업을 하던 요녕성 단동시 출신 무역상들이 조선인민군 국경경비대의 총에 맞아서 세 명이 죽고 한 명이 부상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어조로 ‘항의한다, 지켜볼 것이다’는 뜻으로 이야기했는데요. 이건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중국이 각국의 외신들이 있는 곳에서 이렇게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상당히 보기 드문 현상이거든요. 이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아니면 좀 더 뒤로 가서 핵실험 이후에 중국과 북한 지도부 사이에 좋지 못한 기류가 흐르고 있고, 중국 사람들이 굉장히 격앙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최근에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도 있었는데,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북한 입장에서도 좀 당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고영환: 그렇죠. 5월 초 김정일 위원장이 북경에 갔었는데요. ‘홍루몽’을 공연하는 가극단을 데리고 갔었어요. 원래는 이걸 후진타오 주석과 같이 구경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게 다 취소되고 김 위원장이 하루 먼저 북한으로 떠났어요. 그러면 그때도 뭔가 북한 지도부와 중국 지도부 사이에 뭔가 좋지 않은 말들이 오가지 않았는가, 그리고 실제로 중국도 북한이 자기네를 싫어하는 걸 알고, 북한도 중국이 자기네를 싫어하는 걸 서로 다 알고 있거든요. 아마 이런 조중 지도부 사이의 좋지 않은 기류를 반영한 것이 이번 강력 항의의 의미에 포함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북중 관계도 관심을 갖고 볼 사항이지만,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서 후계체제만 강화할 게 아니라, 북측 지도부의 희망대로 인민들의 생활도 좀 개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사진단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