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포르투갈에 0-7 대패 너무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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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국제축구연맹 2010 월드컵 경기대회'에서 지난 21일 포르투갈과 가진 경기를 생방송으로 중계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요즘에도 밤잠을 설치시는지요?

고영환: 정말 요즘은 축구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고요. 그래서 좀 피곤해도 너무 신나는 일들이 많으니까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박성우: 한국의 경기는 보셨습니까?

고영환: 물론 봤습니다. 한국이 2-2로 나이지리아와 비겨서… 아시아를 대표해서 월드컵에 나간 나라가 4개국이거든요. 남북한,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죠. 그런데 대한민국이 (이들 4개국 중에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거든요. 대한민국이 경제 12위라고 그러잖아요. 축구도 사실 국력을 반영하는 건데요. 축구에도 강팀들이 많은데, 우리나라가 16위 안에 벌써 들어갔다는 게 너무 가슴 뿌듯합니다.

박성우: 축구는 북한도 참 열심히 했는데, 아쉽게도 지난 21일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0-7로 졌습니다. 위원님도 이 경기를 보셨는지요?

고영환: 제가 제일 흥미롭게 보는 게 남북한의 경기이고, 밤잠을 안 자고 보는데요. 그날 정말 보면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났었어요. 1966년 영국 월드컵 때, 그때 (준준결승전에서) 북한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전반전에 세 골을 넣었지만, 후반전에서 에우제비우에게 네 골, 다른 선수에게 한 골을 먹어서 3-5로 졌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제발 복수를 좀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축구를 봤는데, 7-0으로 지니까 정말 화가 나서 그날 밤잠을 자질 못했어요.

박성우: 알겠습니다. 북한이 당시 경기를 생방송으로 중계했습니다. 체육 경기를 북한이 생중계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요?

고영환: 북한이 생중계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생중계했는데요. 그 이유가… 브라질전에서 북한이 잘 싸웠거든요. 북한이 2-1로 비록 지기는 했지만, '아깝게 졌다'고 세계 언론들도 모두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선수들도 굉장히 사기가 올랐고, '다음번 포르투갈은 해볼 만 하다'고 했고요. 또 북한 지도부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포르투갈과 경기를 해서 이기면 화폐개혁으로 뒤숭숭해진 분위기도 좀 다잡을 수 있었을 것이고, 또 북한 당국은 선전의 귀재니까 '김정일 장군님과 김정은 대장의 작전 결실이다'라고 선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요. 그래서 이걸 생중계했는데, 결국은 잘못된 부메랑으로 돌아와서 7-0으로 지는 바람에, 북한 당국이 기대했던 것과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그러더라고요. 북한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화가 나 있다고 하던데요. 어쨌든, 브라질과 했던 경기의 분위기를 좀 더 잘 이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분명히 있습니다.

박성우: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잘하던 북한이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0-7로 진 건 '장군님의 작전 지시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감독과 선수들이 너무 부담을 가진 게 아니냐' 이런 한국 언론의 보도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그런 말이 우연하게 나온 건 아닙니다. 브라질과 2-1로 경기를 마친 날, 북한의 김정훈 감독이 ESPN이라는 스포츠 전문 채널의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김정일 장군님이 보이지 않는 전화로 우리에게 작전 지시를 한다'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끝난 다음에 기자들이 질문했어요. '장군님의 작전 지시 때문에 7-0으로 진 게 아니냐'라는 내용이었고, 그래서 기자회견장이 약간 이상한 분위기가 됐었는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분명히 꼭 이기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김정훈 감독과 선수들도 이기고 싶은 생각이 많았고요. 그래서 공격에 집중하다가 상대편에 공간을 많이 줘서 결국은 7-0이라는 대패한 거지요. 세계 언론들은 지금도 북한이 왜 졌는지를 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다른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탈북자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참 의미 있는 집회가 있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탈북자의 북송에 반대하는 집회가 지난 수요일에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그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매주 수요일이면 북한 인권단체들과 탈북자 단체들이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합니다. 그 목적은 다른 게 아닙니다.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탈북자 문제에, 북한 인권 문제에 좀 나서라, 왜 자꾸 탈북자를 북송하느냐, 그래서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느냐는 거예요. 지금 한국에 와 있는 탈북자의 숫자가 2만 명가량입니다. 그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거든요. 그러니까 중국이 정말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북한 주민의, 탈북자의 인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겁니다. 그게 100회가 됐다는 거지요.

박성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악의 독재자'로 선정됐다는 뉴스가 지난 22일에 보도됐습니다. 보셨는지요?

고영환: 네, 기사를 봤고, 그 잡지를 봤는데요. 포린폴리시(FP)라는 미국의 잡지가 있어요. 이 잡지가 세계에서 제일 나쁜 독재자 23명을 뽑았어요. 거기서 김정일 위원장이 1위를 차지했어요. 북한 사람들이 듣건대, '미국이 원래 우리를 싫어하니까, 북한을 싫어하니까 이렇게 뽑은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포린폴리시라는 잡지는 객관성이 있고 세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잡지이거든요. 거기서 김정일 위원장을 왜 1위로 뽑았느냐면, 20만 명의 사람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가 있고, 얼마 없는 자원을 이용해서 핵무기를 만들고, 그러면서 자기는 프랑스산 코냑을 즐기고, 이런 것들 때문에 1위로 올린 것이에요. 김정일 위원장 말고도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등이 쭉 나오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그래도 1위를 차지했네요.

박성우: 위원님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포린폴리시(FP)가 선정한 다른 독재자들, 그러니까 짐바브웨의 무가베나 버마의 탄슈웬과 김정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고영환: 말씀드린 것처럼 1위가 김정일 위원장이고, 2위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인데요. 무가베 대통령이 취임 후에 처음으로 간 곳이 평양이었고, 북한은 무가베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서 북한군 장교 100명을 파견해서 북한제 무기로 무장한 '폭풍 여단'이라는 걸 만들어서 줬어요.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과 무가베 대통령이 굉장히 인간적으로 가까워요. 그리고 버마, 지금은 미얀마라고 하는데, 버마의 탄슈웬 장군도 김정일 정권과 굉장히 가깝거든요. 북한은 버마에도 땅굴을 파는 거나 핵무기 만드는 걸 도와준다든지, 무기를 판매한다든지, 그러거든요. 더 특이한 건 뭔지 아십니까? 이 나라들이 모두 다 못 사는 나라들이라는 겁니다. 저는 외교관 생활을 할 때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북한과 가까운 나라들은 다 정말 못산다'는 걸 가슴 저리게 느낀 적이 있거든요. '실패한 국가 1위' '독재자 1위' 이런 소리를 안 들어도 되는 때가 제발 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독재자들끼리는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