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출로 고민 김정일, 술• 담배 재개한 듯

2010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안북도에 새로 건설된 축구장을 현지지도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안북도에 새로 건설된 축구장을 현지지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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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시 음주와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요즘에도 밤에 축구 경기를 보시는지요?

고영환: 네, 계속 보는데요. 한국이 8강에 못 가서 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박성우: 남아공에서 지난 11일 월드컵 축구 개막식이 열릴 때, 남한과 북한의 대사가 ‘천안함 사건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는 소식이 30일 보도됐습니다. 위원님도 북한에 계실 땐 외교관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그 내막을 어느 정도 추정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제가 80년대와 90년대에 외교관 생활을 할 때도 본부의, 평양의 지시를 받아서 한국 대사관의 외교관들을 만나면 ‘똑바로 살아라, 통일된 다음에 잘 못 되지 않으려면’ 이런 식의 협박을 하곤 했어요. 11일 월드컵 개막식 날 안희정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북한 대사가 한국 대사를 만나서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재미없다’는 식으로 협박했어요. 외교관들이 하는 발언은 그 나라의 정부, 국가를 대표해서 하는 겁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외교관들에게 하는 발언은 최고 지도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는 못하거든요. 북한 외교관이 ‘천안함 사건을 놓고 자꾸 그러면 재미없다’는 식으로 한국 외교관에게 사실 협박한 건데요.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저질러 놓고 국제적인 제재와 비난이 심화되니까 많이 화가 난 것 같고요. 그래서 ‘너희가 가만있으면 좀 조용해지겠는데’ 이런 식의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일은 있으면 안 되겠지요.

박성우: 북한과 관련해서 지난주에 들어온 소식들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게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관한 건데요. 앞에서 잠시 말씀드렸지만, 한국 국가정보원의 원세훈 원장이 지난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 후유증을 여전히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음주와 흡연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고민이 많기 때문이라고 봐야 되겠지요?

고영환: 원세훈 원장의 발언 중에서 주목되는 게 ‘(김 위원장이) 중풍 후유증으로 왼쪽 팔이 아직 부자연스럽고, 왼쪽 다리를 절고 있고, 평안도와 함경도, 자강도를 현지 지도할 때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서 ‘농민들이 감자를 먹고 있다고 말하니까, (김 위원장이) 감자만 먹고 어떻게 사느냐, 입쌀을 먹어야지, 입쌀을 보내줘라’는 소리를 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현지에 있던 지방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매우 놀랐다는 소식도 들리거든요. 서유럽 의사들의 이야기로는 김정일 위원장이 당뇨병도 앓고 있고, 뇌졸중 후유증이 있고, 신장병을 앓고 있고, 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도 술과 담배를 한다는 건 굉장히 나쁘거든요. 이건 아무래도 위기는 계속 심화되고, 출로는 없고, 또 후계를 하려고 하는데 주민들에게 별로 환영을 못 받는 것 같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술과 담배를 다시 시작한 것 같은데요. 김 위원장의 건강이 계속 악화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박성우: 지난 25일 밤에는 회령에서 김정일을 비난하는 삐라가 살포됐다는 소식도 30일에 보도됐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그 삐라가 뿌려진 장소가 ‘오산덕’이라는 마을인데요. 그곳은 김정일 위원장의 어머니인 김정숙이 태어난 마을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 회령의 오산덕은 만경대만큼 중요한 위상을 갖는 아주 신성시되는 곳이거든요. 거기에 ‘민족 반역자 김정일 타도’라고 적힌 삐라가 100여 장이 뿌려지고, 보위부와 보안부가 발칵 뒤집어져서 수색하고 했다는데요. 이전에는 한두 장씩 뿌리는 건 있었지만, 김정일의 어머니 생가가 있는 곳까지 가서 이러는 건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를 생각해보면, 일단은 북한 주민들이 좀 각성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자신들이 품고 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어쨌든 중요한 변화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지난해 말 남북이 개성공단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공동으로 해외 공단을 시찰한 적이 있었지요. 한국 언론의 29일 자 보도인데요. 당시 북측 대표단이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공장을 방문했는데, 회의실에 걸린 이명박 대통령의 공장 방문 기념사진을 보고는 입실을 거부한 일이 있었다는 겁니다.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 측 인원 10명, 남한 측 인원 10명이 중국과 베트남에 있는, 외자가 들어와서 움직이는 공단들을 참관했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의 초상화가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이 공장을 참관할 때 베트남 사람들과 같이 찍은 사진이 회의장에 걸려 있었는데, 그걸 보고는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그랬답니다. 그리고 베트남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안내 통역이 ‘현대 자동차가 많이 들어와서 다니고 있다’고 그러니까 굉장히 짜증을 냈다고 하는데요. 이건 북한이 외국의 협조를 받으려고 하면서도 마음의 벽은 그대로 닫아놓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개혁과 개방을 해서 주민의 생활을 향상시켜야 되겠는데, 이렇게 마음의 문을 단단히 잠그고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그 회의실에 들어갔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도 아무 소리도 안 했다가는 북한에 돌아가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것이고. 그러니까 철저히 북한식 교육을 받은 데서부터 나오는 후과라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마음의 벽입니다. 이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북한 경제가 다시 일어서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중국의 관영 언론 매체가 6.25 한국전쟁은 ‘남침’이었다는 기사를 썼는데, 이게 중국 당국에 의해 삭제됐다는 보도가 지난주에 있었습니다.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중국의 교수들과 학자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6.25 전쟁은 북침이 아니고 남침이었다는 걸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해 왔어요. 그런데 지난 24일 중국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선구도보’가) 뭘 보도했느냐면, 6월25일 새벽 북조선인민군이 38선을 일제히 넘어 남조선을 공격했고,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는 겁니다. 신화통신은 중국의 당과 정부를 대변하는 공식 매체입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건 중국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지요. 아무리 뭘 감추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진리는 세상에 나오게 돼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국도 6.25때 북한과 같이 싸우지 않았습니까. 그런 중국의 당과 정부를 대표하는 신화통신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건 굉장히 의미가 큰 거지요.

박성우: 중국 당국이 지시해서 그 기사를 내리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자꾸 바뀌고 있으니까, 김정일 위원장의 고민도 깊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