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박성우 기자를 대신해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한국 정부가 쌀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서 묵은 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오중석: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오중석: 오늘도 축구 이야기를 먼저 해 봤으면 합니다. 요즘에도 월드컵 축구, 즐겨 보시는지요?
고영환: 새벽에 경기를 하니까 보는 데 문제가 좀 있긴 합니다만, 7일 열린 4강전과 8일 열린 4강전을 모두 생방송으로 봤습니다.
오중석: 이명박 대통령이 6일 한국의 축구 대표팀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오찬을 함께했습니다. 여기서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북한이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7대 0으로 져서 마음 아팠다”는 겁니다. 위원님께서는 이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그 이야기는 아마 대통령의 마음뿐 아니라 5천만 남한 전체 주민의 한결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말 북한이 잘 싸워서 1966년에 (북한이) 포르투칼에게 5-3으로 졌던 걸 이번에 복수해 주길 바랬고, 남한의 축구 해설자도 북한 선수들에게 힘을 좀 내라고 방송에서 말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심정으로 봤거든요. 아마 이명박 대통령의 그 발언도 축구를 통해 북한 국민들의 사기가 좀 올라서 삶의 시름에서 한순간이라도 좀 벗어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중석: 알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한국 정부가 묵은 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위원님께서는 쌀을 가축에게 먹이겠다는 게 이해가 되시는지요?
고영환: 제가 잠깐 설명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해 적정 재고량이 72만t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140만t의 재고가 있다고 하거든요. 쌀을 썩지 않게 잘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만 1년에 3억 4,400만 달러가 든다고 합니다. 또 쌀이 많으니까 쌀값이 떨어지고, 쌀값이 떨어지면 농민들의 소득이 적어지고, 그렇게 되면 농민들이 시름에 빠지게 되지요. 이게 참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이걸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쌀을 가축에게 먹이자는 안을 내놓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방에서는 빵 한 조각이 신성한 것이고, 우리에게는 흰 쌀밥 한 그릇이 신성한 것이잖아요. 이런 쌀을 가축에게 먹인다는 건, 제가 한국에 온 지 이제 20년이 됩니다만, 저도 아직 개인적으로 이게 잘 용납되지 않습니다.
오중석: ‘쌀을 동물에게 사료로 주느니,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제공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북한에 쌀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반된 의견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쌀을 북한 동포들에게 주면, 저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 원칙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남북 관계가 굉장히 강경하게 대치하고 있고요. 모두 아시다시피 남한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사살된 사건도 있었고, 올해는 북한의 잠수함이 남한 영해로 밤에 몰래 숨어들어와서 천안함을 폭파시켜서 46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사과 한마디 없고,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잖아요. 한국은 정말 북한이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만 보인다면, 쌀만 주겠습니까? 생필품을 포함해 모든 걸 다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하잖아요. 저는 북한이 정말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한 의지를 좀 확실하게 보여주고,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면, 쌀이 40만t뿐만 아니라, 50만t, 60만t, 70만t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일본의 교도 통신과 한국의 일부 매체들은 “러시아가 최근 북한 접경 지역인 하산 지구에서 북한 붕괴에 대비한 기동 훈련을 실시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어떤 배경에서 이런 훈련이 실시됐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7월3일과 4일 양일간에 걸쳐서 극동 지역에서 ‘보스토크 2010’, 그러니까 극동 2010이라는 군사 훈련이 있었습니다. 그 군사 훈련은 일상적 훈련이 아니고 이웃 나라, 그러니까 북한에서 난민이 생겼을 때, 그 난민을 어떤 지역에 어떻게 받아들이고, 천막은 어떻게 치고, 의료 제공은 어떻게 할 건지 등을 점검하는 훈련이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소련은 1945년에 북한 정권을 세우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한, 북한과 상당히 가까운 관계에 있는 나라인데요. 이런 러시아가 극동 지역의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한다는 건, 그만큼 북한의 내부 상황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언제든지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시각을 반영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중석: 알겠습니다. ‘북한의 권력 실세인 장성택과 오극렬이 외자 유치를 둘러싸고 심각한 권력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한국 언론에 5일 자로 보도됐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중앙일보 5일 자에 나온 흥미로운 기사인데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외자 유치를 하려고 하고 있고, 또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외자 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오극렬 부위원장이 지난해 이미 조선국제총회사라는 걸 만들어서 외자 유치를 하기 위해 많이 뛰어다녔거든요. 그런데 올해 1월20일 김양건 통전부장과 장성택 행정부장이 조선대풍그룹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외자 100억 달러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이걸 보고 오극렬 부위원장이 화를 많이 냈다고 해요. ‘우리가 하고 있는데 당신들이 왜 중간에 끼어들었냐’는 식의 권력 다툼이 있다는 거고요. 또 국가안전보위부는 ‘대풍그룹 뒤에 중국이 있고, 중국이 대풍그룹을 통해 북한 경제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렇게 보면서도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장성택 부위원장이 권력을 다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이렇게 눈치를 보느라고 보고를 못하고 있으니까 오극렬 부위원장은 더 화가 나고. 그래서 아마 쌍방간의 권력 다툼이 상당한 걸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오중석: 알겠습니다. ‘올 상반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은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김정일의 건강 상태와 관련이 있겠지요?
고영환: 김경희 부장은 예전에 당 경제정책검열부장도 했고, 국제부에도 있었고, 경공업부장도 했죠.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김경희가 북한 정권의 실세이고 2인자라는 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중풍으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김경희가 전면에 나선 적이 없습니다. 그냥 뒤에서 조용히 보좌했던 거지요. 또 김경희 부장이 아팠다는 유럽 언론의 보도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김경희 부장이 전면에 전혀 나서지 않았는데,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중풍으로 쓰러지고, 당뇨병과 고혈압, 심부전증 등 여러 가지 병을 김 위원장이 앓고 있어서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이 나오기 시작한 때부터 김경희 부장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가장 많이 수행했는데요. 이건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고 아플 때는 역시 혈육밖에 없다는 거지요. 자기 혈육에게 많이 의지하는 걸로 볼 수 있고요. 다른 측면으로는 김경희 부장과 그의 남편인 장성택 행정부장을 통해서 3남 김정은의 후계체제를 잘 뒷받침하려는 조치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장성택이나 김경희 부장이 김정은의 뒤에 있다는 걸 북한 주민과 간부, 당원들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오중석: 잘 알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가족에게 의지하거나 측근들 사이에 권력 암투가 발생하는 현상은 모두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