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당 기구 복원 중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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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일성의 3남인 김정은이 노동당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의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이 현재 노동당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요?

고영환: 지난 10일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의 발터 한국사무소 대표가 ‘미국의 소리’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는데요. 발터 대표는 북한을 16번이나 방문했고, 최근에는 지난 4월에도 평양을 방문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왔는데요. 이 사람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김정은이 현재 북한에서 당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고, 젊은 간부들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을 했어요. 이에 덧붙여서, 지난 3일부터 7일동안 18명의 북한 고위 간부들이 독일을 방문했는데, 독일 관리들이 북한 간부들과 회담하면서 느낀 점은 지금 평양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김정일-김정은 후계체제라는 겁니다. 이것도 그 인터뷰에서 나온 말입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는 김정은이 노동당에서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을 뭐라고 추정하십니까?

고영환: 북경이나 조중 국경을 통해서 여러 가지 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에서 고위직을 가지고 있다’, ‘국방위원회에서 일한다’ 아니면 ‘군대에서 일한다’ 이렇게 여러 설들이 있는데요. 확실한 건 어디선가 김정은이 일하고 있고, 후계 작업이 아주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의 한국 사무소 대표가 말한 내용도 일리가 있는 발언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선군정치 이후에 노동당은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거든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원래 사회주의 나라들에서 공산당이나 노동당은 힘이 셉니다. 김일성 주석도 노동계급에 의거한 노동당을 창건해서 북한이라는 국가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런데 김일성 주석이 죽고 김정일 위원장이 정권을 잡으면서 특이한 방법으로 정권을 유지합니다. 그게 바로 선군정치인데요. 노동계급에 의거하지 않고 군대에 의거했어요. 이게 선군정치입니다. 왜 노동계급에 의거하지 않았느냐면, 노동계급에 의거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의 경제, 국가의 배급체계가 다 무너지니까, 그래서 노동계급이 선봉대의 역할을 못하게 되니까, 명령에 의해서 무조건 움직이는 군대에 의거한 선군정치를 해 온 거지요. 나쁜 말로 표현하면 군사독재이지요. 군대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니까요. 이러다 보니 군대가 너무 커져 버린 느낌이 있습니다. 당 중앙위원회 비서나 부장보다 인민군 장령을 더 높이 내세우고 우대하는 건 당내에서도 문제와 불만을 일으켰거든요. 그런데 김정은이 당에서 일한다고 하고, 당 대표자회를 연다고 하는 걸 보면, 너무 커져 버린 군대를 제 위치에 돌려놓고, 당 기구들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북한이 현재 ‘곰즈’라는 이름의 미국인을 지난 1월부터 억류하고 있지요.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곰즈 씨가 최근 자살을 기도했다’고 지난 9일 보도했습니다. 요즘 북한과 미국의 관계 등을 놓고 볼 때 해석할 게 많아 보이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우리 청취자를 위해서 곰즈라는 사람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면요. 이 사람은 북한에 자진해서 들어갔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개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노예처럼 살고 있으니 김정일 위원장에게 요구하겠다, 인권을 향상시켜라, 사람답게 살게 해줘라’는 요구를 하겠다고 말하고 국경을 넘어갔어요. 북한 관리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도자 동지에게 이런 요구를 하겠다는 게 아주 성스러운 모독이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목적으로 들어왔는지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너무 버릇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면서 해당 기관에서 아마 아주 심하게 다룬 게 아닌가 생각되고요. 그래서 건강이 굉장히 나빠졌으리라는 판단을 합니다. 이 사람의 건강 상태가 아주 나빠지고,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이 사람이 자살을 기도했다, 그래서 병원에서 구급 치료를 받았다’라고 9일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걸로 보여요. 그러니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그 사람의 건강이 고문으로 인해서 아주 나빠졌거나, 둘째는 미국과의 대화가 워낙 안 되니까 ‘미국이 이 사람을 데려가려면 우리와 직접 대화를 하고, 우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보낸 걸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다른 질문 드리겠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탈북자 가운데는 북한군 현역 병사들이 있으며, 최근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으로서도 큰 문제일 텐데요. 이건 어떻게 보면 될까요?

고영환: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조중 접경지역을 취재해서 이런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지난 5월만 해도 북한군 병사 5명이 탈출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잡혀갔다고 하는데요. 기사의 내용을 보면, 일반인들의 탈북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군인들의 탈북이 늘어난다는 건 아주 특이한 일이라는 겁니다. 제가 이 기사를 보면서 이런 걸 느꼈습니다. 이제까지 군대는 다른 사람들은 굶어도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 대우를 많이 해 줬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선군정치라는 게 군대에 모든 걸 집중한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탈북한 병사들의 대다수는 배가 고파서 넘어왔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군대에도 배급을 못 주고 공급을 하지 못한다는 건 북한의 경제가 아주 안 좋다는 걸 의미하고요. 북한 체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군대에서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북한 체제에 대한 일종의 경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유럽의회가 대북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인데요. 위원님께서는 그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유럽의회는 북한말로 ‘구라파 연합 의회’인데요. 아주 큰 국제적인 기구이기도 하고 권위 있는 기관입니다. 유럽의회가 지난 9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 결의안에는 ‘왜 사람들을 체포영장 없이 마구 잡아가나, 왜 공개처형을 하나, 왜 15만 명에 달하는 정치범을 구속하고 있나’ 이렇게 여러 가지 내용이 들어 있는데요. 어쨌든 유럽의회가 북한에 요구한 건 ‘정치범 수용소 같은 걸 없애라, 아니면 정치범 수용소를 볼 수 있도록 국제적십자사 전문 요원의 방문을 허용하라, 그리고 재판 없이 사람을 체포하고 가두는 일을 하지 마라’, 그러니까 다른 나라들처럼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인간다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북한 당국에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미국과 일본, 구라파까지도 북한의 인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 북한 인민들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죠.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북한 인민들은 절대 외롭지 않습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고, 인권개선을 촉구하고 있고, 인권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고 있다는 걸 북한 주민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을 후계자로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