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지도부 정조준한 ‘맞춤형’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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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 국무부의 아인혼 대북제재 조정관이 이번 주 서울을 찾았습니다. 이달 중으로 새로운 대북 제재방안이 나올 걸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이번 주 북한과 관련해서 가장 큰 사안은 아무래도 아인혼 대북제재 조정관이 한국을 찾은 걸 들 수 있을 텐데요. 먼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아인혼이 한국을 찾은 배경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아인혼은 독재 국가들에게는 좀 무서운 사람이죠. 이 대북제재 조정관이 온 목적이 있습니다. 지난 시기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쏘니까 유엔이 제재를 가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26일 북한 잠수함이 한국 영해에 들어와서 천안함을 격침했어요. 이걸 폭침이라고도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미국이 어떤 식의 제재를, 금융제재를 북한에 가할 것인지를 놓고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박성우: 이달 중으로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제재 방안이 나올 걸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이미 윤곽은 알려졌지요. 어떤 내용입니까?

고영환: 한마디로 말하면 ‘맞춤형 제재’입니다. 북한은 ‘이제껏 제재를 받아왔는데, 제재를 또 받는다고 우리가 힘들 게 있겠느냐’고 말하는데요. 미국은 새롭게 제재를 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이제까지 나온 제재를 모두 정리해서 북한 지도부에게 아픈 제재를 가하는, 다시 말해 지도부를 겨냥한 ‘맞춤형 제재’를 하자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통치를 하는 데 있어서 외화를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외화가 있어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그 가계가 살 수 있어요. 그 외화를 이용해서 측근 간부들에게 고급 승용차와 생활필수품, 식료품을 줘서 충성심을 고취하는데요. 북한이 이 외화를 버는 방법이 다른 나라들과는 다릅니다. 정상적인 대외 활동과 무역 활동을 통해서 버는 게 아니라, 분쟁 지역이나 테러 조직에게 무기를 팔고 위조지폐와 마약을 유통해서 외화를 벌고, 이걸 김정일 위원장과 그 측근들이 쓰는 체계이거든요. 이번에 아인혼 제재 조정관이 온 목적은 북한 지도부가 쓰는 사치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불법 거래와 무기 거래를 못 하게 하고, 위조지폐와 마약의 유통을 금지하겠다는 겁니다. 국제적인 금융기관들의 협조를 얻어내서 북한 지도부가 힘들도록 하겠다는 거지요. 지금 하려는 제재는 북한의 일반 주민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식량이나 일반 생활필수품의 수출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맞춤형’ 제재를 조정하기 위해서 아인혼 조정관이 한국에 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성우: 북한은 지금도 사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워낙 북한이 이른바 ‘닫힌 사회’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가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 미국이 새롭게 내놓을 제재 방안의 효율성에 대해서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저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효과가 센 제재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우리가 제재 속에서 살아왔는데, 제재를 또 한다고 해서 우리가 힘들 게 뭐가 있겠느냐’고 항변합니다. 그런데 ‘방코 델타 아시아’ 사건이라는 게 있습니다. 2005년에 미국이 마카오에 있는 BDA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계좌에 있던 북한 39호실의 자금 2천5백만 달러를 동결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외교부의 간부가 ‘외화는 사람 몸에 흐르는 피와 같은데, 이걸 막아버리면 어떡하느냐’면서 강력히 항의했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진전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면 풀어주겠다’면서 나중에 풀어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걸 보면 북한의 지도부가 외화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이 나라를 통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외화인데요.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외화가 있어야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에게 고급 승용차도 주고 식료품도 주면서 충성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데요. 이런 통치 방법을 못 쓰게 되면 그 체제가 상처를 받지요. 주민들과는 상관없이 김정일 위원장과 지도부가 아픈 겁니다.

박성우: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지금 서해에서 한국군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지요. 지난달 동해에서 한국과 미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한 데 이어서, 지난 5일부터는 한국군이 단독으로 서해에서 닷새짜리 기동훈련을 하고 있는데요. 위원님, 먼저 이번 군사훈련의 배경부터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동해에서 연합 훈련이 끝난 다음 미국 측은 모두 철수했고, 지금 한국군 단독으로 서해의 한국 영해에서 육해공군 합동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훈련은 순전히 방어적 목적을 갖고 있고요. 잠수함이 몰래 들어오는 걸 어떻게 찾아내서 격침하느냐, 그리고 적들이 도발할 때 어떻게 그 도발을 막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에요. 이 훈련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그걸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는데 인정을 안 하고 있으니까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성격도 있다고 봅니다. ‘다시 한 번 당신들이 그런 일을 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무력시위의 성격도 분명히 있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어적 목적도 있습니다.

박성우: 한국의 군사훈련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런 반발은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하는 ‘대외용’이기도 하지만 북한 내부를 겨냥한 ‘대내용’이기도 하다는 해석도 있거든요. 어떤 의미입니까?

고영환: 전선 서부지구 사령관이나 조평통의 발표문,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이런 것의 내용만 놓고 보면 지금 한국이 마치 전쟁을 일으키려고 발광하는 것처럼 북한이 계속 이야기하는데요. 이건 주객이 전도된 겁니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는데 이걸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군사훈련을 하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는 걸 막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방어적 훈련을 하고 있는데, 북한은 마치 공격 훈련을 하는 것처럼 계속 말하고 있거든. 이건 분명 대내적인 긴장을 조성해서 후계체제를 굳히기 위한 목적을 갖고 북한 당국이 선전을 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박성우: 북한이 2일 개막한 ‘아리랑’ 공연에 판다가 등장했습니다. 판다는 중국에만 사는 곰의 종류지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고영환: 아리랑 공연의 ‘중조우의’ 장에서 (연기자들이) 판다 옷을 입고 나와 춤을 추는 건데요. 이건 천안함 사건 이후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의 분위기가 형성되니까 중국을 방패 삼아서 이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의 친선을 강조하는 의미로 판다를 등장시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박성우: ‘CNC’라는 표현도 처음 등장했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CNC는 ‘컴퓨터 숫자 제어’의 약자인데요. 이걸 북한은 최신 과학 기술의 대명사처럼 쓰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걸 아리랑 공연에 넣은 건 김정은 후계자가 미래 과학을 이끌고 있다는 의미에서 후계체제를 선전하고 후계자의 지도력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은 판다나 CNC라는 표현을 이용해서 말씀하신 대로 뭔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겠지요. 하지만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북한의 어린이들이 육체적으로 고통을 당한다는 점을 국제사회는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