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인민일보 인터넷 "북한은 김씨 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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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의 인민일보가 인터넷판 기사에서 북한 지도부를 “김씨 왕조”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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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위원장(오른쪽)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중국 인민일보 장연농 사장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죠. 이 신문이 북한을 “김씨 왕조”라고 부르는 기사를 10일 인터넷에 게재했습니다. 위원님, 먼저 그 의미를 좀 풀이해 주시죠.

고영환: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김씨 왕조 가족”이라고 표현했어요. 지난 10일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에 나왔는데요. 상당히 이례적이죠. 말 그대로 풀어 보면, 북한은 이미 100년, 200년 전에 없어진 봉건왕조 국가들처럼 3대째 세습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고요. 이런 표현은 상당히 드문 겁니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북한을 ‘독재 국가’나 ‘김씨 국가’라고는 표현하지만, ‘김씨 왕조 가족’이라고 표현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이런 표현이 나왔다는 건 중국 지도부가 북한 지도부에 대해 내리는 평가가 이전과 분명히 다르고, 또 북중 관계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건 아니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인터넷판에 10일 게재된 이 기사의 제목이 “세계의 10대 금지된 구역”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영국 왕실의 공군 기지와 일본의 신사(神社) 등과 함께 북한 노동당의 39호실을 외부인의 접근이 철저하게 금지된 구역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고영환: 이 기사는 39호실을 이상스럽고 비밀스러운 곳으로 포함시키고, 이 39호실이 김정일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거의 다 알고 있을 겁니다. 39호실은 북한 노동당의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와 함께 가장 핵심적인 부서 중 하나이고요. 이전에는 충성 자금을 관리하는 곳, 지금은 혁명 자금을 관리하는 곳으로 북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요. 김정일 위원장과 그 가족들이 쓰는 외화를 관리하는 곳이 바로 39호실이고요. 이 39호실에 대한 기사가 특히 강조한 것은 이곳이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스위스와 중국에 있는 10개 내지 20개의 비밀스러운 외화 계좌를 이곳에서 관리하고 있고, 더 나아가서 이 39호실이 마약 거래를 비롯한 불법 거래를 자행하고 있는 곳이라고 썼습니다. 북한의 가장 아픈 부분들을 건드린 것이죠. 어떻게 보면 중국 지도부가 (북한 지도부를) 약간 경멸하는 듯한 인상도 풍기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게 아니냐는 평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인민일보가 인터넷에 그 기사를 싣기는 했습니다만, 정작 신문에는 그 기사를 싣지 않았거든요.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인민일보 신문이 북한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간부들이 보거든요. 이 방송을 듣고 ‘아니 지면에는 그런 기사가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말씀을 하실 것 같아서 설명을 드리는데요. 인터넷판에는 분명 그 기사가 게재됐고, 신화통신도 이 기사를 게재했다가 삭제했습니다. 인민일보 신문은 북한에 들어가지만, 북한 간부들이 인민일보의 인터넷은 잘 볼 수 없거든요. 그러니까 중국이 북한 간부들의 눈치를 좀 본 것 같고요. 또 인민일보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신문이니까 지면에는 그 기사를 싣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 주에는 북중 관계와 관련해서 눈에 띄는 기사가 또 하나 있었습니다. 중국의 왕자루이(王家瑞, 왕가서) 대외연락부장이 “한중 관계가 북중 관계보다 덜 중요하다는 인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11일 말했습니다. 어떤 배경하에서 나온 발언인가요?

고영환: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과 자칭린(賈慶林, 가경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의장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국회의원 대표단을 만나서 한 말입니다. 한중 관계, 그러니까 남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 ‘덜 중요하다’는 식의 표현은 옳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똑같이 본다는 의미로 말한 겁니다. 자칭린은 권력 서열이 4위인데요. 이 사람은 ‘한국과 중국은 지난 기간에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해 왔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여기서 ‘전략적’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시킨다는 의미가 있지요. 최근 중국에서 나오는 여러 소식과 이런 발언을 보면, 중국 지도부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유엔 안보리에서 의장성명이 나올 때 양쪽 편을 다 드는 듯한 인상을 줬는데, 이에 대해서 (한국에) 미안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 마음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북한과의 관계도 있으니 그런 식으로 표현했지만, 우리가 남한과의 관계를 절대 무시하는 게 아니다, 남한과의 관계를 굉장히 중시하며 앞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런 뉴스도 있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시내의 병원에서 보름정도 통원 치료를 받았다는 건데요. 이건 일본의 ‘도쿄 신문’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이번 보도의 내용에 대해서도 좀 짚어 주시지요.

고영환: 도쿄 신문이 12일 서울발 기사로 보도한 건데요. 저희들이 지난 5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다리를 저는 모습을 일본의 어느 방송이 찍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드렸는데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안 좋다는 건 전 세계의 분석가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고요. 이번 보도는 이런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증거의 하나라고 봅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난 6월12일 남한의 한상렬 목사가 북한에 들어갔지요. 15일에 남한으로 돌아올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위원님께서는 북한에 계실 때 외교부에서도 일하셨고, 그래서 북한 내 관료들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잘 아시잖습니까? 그래서 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 목사의 이번 방북에 대한 북한 당국자들의 실제 평가는 어떠할까요?

고영환: 당국자들은 분명히 ‘우리 체제를 강화하는 데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속으로는 ‘(한 목사가 남한으로) 돌아가서 1-2년 정도 감옥에서 살고, 임수경 학생처럼 (감옥에서) 나와서 다시 활동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할 겁니다. 임수경 학생이 방북했을 때 제가 평양에 있었는데요. 한국 쪽에서 볼 때 임수경 학생이 ‘반 남한적, 친 북한적’ 활동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굉장히 흥분했었는데요. (북한 사람들은) 임수경 학생이 남한에 돌아간 다음에 죽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남한에서 감옥에 몇 년 있다가 나와서 박사 학위도 받고 하는 걸 보고 ‘북한에서는 3대가 멸족했겠는데,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이번에도 지금은 북한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고 ‘한 목사가 이야기하는 걸 보니 우리가 괜찮은 상황인가보다’ 이런 생각을 하겠지요. 한 목사는 몰래 북한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니까 현행법을 어긴 것이어서 일단 구금되겠지만, 그래도 1년여 후에는 또 나와서 다시 활동할 겁니다. 이걸 보면 북한 사람들은 ‘역시 한국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구나’ 이런 생각을 분명히 하게 되겠지요.

박성우: 그런 해석도 가능하군요.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