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통일세는 세금이 아니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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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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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중 가장 긴 구간(1.3㎞)은 1990년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로 변신했다. 베를린 시가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통해 재개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통일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위원님, 이번 제안은 어떤 배경하에서 나왔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통일은 반드시 온다, 그런데 그 통일은 평화적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통일에는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니 통일세를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통일이 반드시 온다는 건 남과 북의 누구든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남과 북에서 ‘통일’ ‘자주’ ‘민족 대단결’ 이런 거창한 담론은 있는데, 실제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된 게 거의 없어요. 그리고 독일의 경험을 보면 가장 필요한 게 자금입니다. 자금이 있어야 통일이 되고, 통일이 된 다음에 남과 북의 모든 사람들이 배부르게 따뜻한 집에서 잘 살 수 있거든요.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에서 대통령의 이런 제안이 나왔다고 봅니다.

박성우: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이 나오고 나서 남한 사회에서는 현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위원님, 그 논란의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그리고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정당 관계를 하나 말씀드릴 수 있고, 일반 주민들의 생각을 또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통일은 반드시 올 것이니 자금을 준비하자는 대통령의 제안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 여당과 야당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잖습니까. 한나라당의 반대편에 있는 야당인 민주당은 ‘무슨 소리냐, 대북 지원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일반 주민들과 이야기해 보면, ‘통일이라는 거창한 말만 할 게 아니고, 준비해야 할 것 아니냐’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경제가 지금 힘든데, 이 상황에서 통일세를 걷으면 경제가 더 위축될 수 있으니, 통일된 다음에 걷자’는 거지요.

이런 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통일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통일이 이뤄진 다음에 20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2조 유로의 돈이 들었습니다. 이걸 100달러짜리로 쌓으면 아마 백두산보다 더 높게 올라갈 겁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분석한 걸 보면, 당장 통일이 되면 2조에서 5조 달러가 필요할 거라고 합니다. 한국의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가장 작게 잡아도 540억 달러가 필요할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통일세에 대해서 논의해 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놓고 북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저도 그걸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아마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참고통신이나 자료통신, 그리고 남한의 TV나 라디오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고위 간부들은 아마도 ‘그래, 통일에는 자금이 필요할 거다’라는데 대체로 공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먹으려고 자금을 만드는 것 아니냐’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평통도 ‘급변사태’를 언급하면서 ‘불순한 의도가 있으니 단호히 배격한다’고 말했지요.

급변사태에 대해서 잠깐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처럼 법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가 아니고 사람에 의해서 통치되는,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 한 명에 의해서 통치되는 제도를 갖고 있는데요. 김 위원장이 아프고, 아픈 사람은 사망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될 경우 발생할 문제에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남한 사람 그 누구도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다고 해도 북한 체제나 북한이라는 국가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일 사후의) 혼란에 대비하자는 것을 ‘급변사태’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건데, 북한은 ‘급변사태’를 북한이라는 나라가 무너지고 없어지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어요. 이건 옳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북한 당국의 선전만 믿고 아무런 소식도 접하지 못하는 내륙에 사는 사람들은 아마 당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믿을 겁니다. ‘남한이 급변사태에 대비해서 돈을 모으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조중 국경지역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쪽에 있고, 중국과 남한의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통일을 위해서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니, 통일이 되면 우리가 결국은 잘살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게 핵심이고 골자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남한과 북한의 ‘통일’에 대한 개념이 좀 다르지요?

고영환: 많이 다르죠. 북한의 통일 개념은 한마디로 공화국기를 한라산 정상에 꼽는 겁니다. 그러니까 무력을 이용해 통일을 해서 전 조선반도를 주체사상화하겠다는 거지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까, 한국 사람들은 전쟁에 대해서 너무 끔찍하게 생각해요. 전쟁을 하자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만나봤어요. 평화적 방법으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통일 방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 사람들의 정서입니다.

박성우: 위원님도 북한 출신이신데요. 통일세에 대한 논의가 한국 사회에서 이제 시작되는 걸 지켜보시면서,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어떠십니까?

고영환: 우리가 독일의 경험을 봤잖습니까. 그전에는 베트남의 통일 과정을 봤고요. 독일에서 통일 10돌, 20돌 행사를 하면서 학술회의를 많이 했는데, 여기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돈이 많이 든다’는 겁니다. 돈이 많이 든다고 그러니까 일부 젊은 대학생들은 ‘통일하면 안 되겠네, 돈을 우리가 계속 내야 된다니’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자’는 의미에서 통일세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앞으로 통일이 이뤄지면 고속도로, 철도, 항만, 병원, 아파트 등 건설할 게 정말 많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통일세를 세금이라는 의미보다는 통일을 위해 남한이, 혹은 다른 나라들과 힘을 합쳐서, 북한의 경제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투자 자금을 마련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이런 논의가 좀 더 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이라고 논의의 불이 댕겨졌으니 다행이고요. 저는 국가에서 통일세를 내라고 하면 기꺼이 내겠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오늘은 통일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중요한 발언을 한 가지 더 했었지요. 바로 남북 통일방안입니다. 이건 다음 주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