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로운 통일 방안을 내놨지요. 지난주에 ‘통일세’ 문제를 살펴본 데 이어서 오늘은 통일 방안을 주제로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통일세가 워낙 큰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같은 날에 제시한 통일 방안에 대한 관심은 좀 덜했던 것 같습니다. 위원님, 이명박 대통령이 8월15일에 제시한 통일 방안은 세 단계로 나뉘어 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니까 통일세를 걷는 방안을 논의해 보자’는 말을 했고요. 그리고 통일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통일 방안은 3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평화 공동체’를 만들고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서 ‘민족 공동체’로 넘어가자는 건데요.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는 사실상 대결과 반목이 계속 반복됐거든요. 이걸 관리하는 의미에서 남북관계가 이어져 왔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화통일이 정말 이뤄지도록 미래 비전을 한번 제시해보자는 배경에서 이런 통일 방안을 밝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차근차근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먼저 ‘평화 공동체’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첫 번째 단계인 ‘평화 공동체’는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통해서 평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실행하고,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필요한 안전을 담보해 주고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두 번째 단계로 제시한 ‘경제 공동체’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경제 공동체’는 개성공단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개성공단 같은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 발전시키고, ‘비핵.개방.3000’ 그러니까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를 되살리고 발전시켜서 현재 북한 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 달러 수준까지 올려서 남과 북의 경제적 차이를 줄이고, 이 과정을 통해 경제 통합을 이뤄나가는 걸 뜻합니다.
박성우: 마지막 단계인 ‘민족 공동체’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민족 공동체’는 말 그대로 통일 단계인데요. 통일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남과 북이 다 같이 잘 사는 상생과 공영의 남북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죠. 이 단계에서는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 자유와 복지를 보장하는 정말 선진적인 통일 국가를 만들자는 겁니다.
박성우: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통일 방안은 1994년에 나온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습니까?
고영환: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8월15일에 제시한 게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인데요. 그전에 노태우 대통령이 내놨던 ‘한민족공동체통일 방안’이라는 게 있었어요. 이걸 좀 더 발전시켜서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내놓은 건데요. 이건 3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1단계는 ‘화해 협력’, 2단계는 ‘남북 연합’, 3단계가 ‘남북 통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새로운 통일 방안에서는 1994년에 나온 민족공동체 방안의 1단계인 ‘화해 협력’ 단계를 좀 더 세분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민족 공동체’ 단계는 1994년에 나온 ‘남북 연합’ 단계와 ‘남북통일’ 단계를 통합해서 상정한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박성우: 북한은 ‘고려 연방제’를 제시했잖습니까? 이건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제시했던 ‘남북 연합’과 어떻게 다른가요?
고영환: 저는 북한에 있을 때 ‘고려 연방제’ 통일 방안을 열심히 외웠고, 지금도 잊히지 않는데요. 6차 당 대회 때 김일성 주석이 ‘고려 민주연방공화국’ 통일 방안을 내놨습니다. 제가 외국 대사관에 나가 있을 때도 외국인들과 면담을 할 때 계속 이걸 해설하고 선전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려 연방제’ 방안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남북 두 개의 정부를 그대로 두고, 자치도 그대로 두고, 외교와 국방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연방 정부를 만들자는 겁니다. 외국의 연방제는 대체로 연방 정부가 외교와 국방을 갖고, 그 아래의 지역 정부는 자치와 경제 같은 주민의 생활과 관련한 걸 다루거든요. 이게 가장 합리적이고,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가 많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하자는 연방 정부는 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그럼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고려 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과 같은 소리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양쪽이 체제와 이념을 그대로 인정하고, 두 개의 정부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연방 정부를 만들자는 건데요. 그런데 연방 정부가 하는 일을 특별하게 명시한 게 없어요. 하지만 남한 쪽에서 제시한 통일 방안은 ‘화해 협력’ 단계를 거치고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서 그 위에 통일을 이루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1 국가 1 민족 1 정부를 하자는 거지요. 그런데 북한은 민족은 하나이고, 국가는 하나이지만, 체제가 둘이고, 정부가 둘이죠.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차이점을 구분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에서도 ‘연방제 통일 방안’ 같은 걸 학교에서 배워줄 텐데요. 어떤 식으로 가르칩니까?
고영환: 북한에서 제가 대학생 때,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외교부에서 일할 때, 이걸 (당국에서) 계속 공부시켰는데요. 이른바 가장 “기념비적”이라고 말하는 게 바로 김일성 주석이 내놓은 ‘고려 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입니다. 정말 모든 사람들이 다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고, ‘3대 원칙’이나 ‘10대 강령’ 같은 건 웬만한 대학생들은 줄줄 외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에 와서 느낀 건 한국의 대학생들이나 국민들이 통일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지요. 공부도 안 하고, 또 정부도 공부를 시키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전문가들만 이걸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양쪽에서 다 살아봤지 않습니까. 사실은 민족이 마음과 마음을 합치면 그것에 통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기에 무슨 이념과 체제, 체계가 필요합니까. 그렇게 복잡한 말은 하지 말고, 우리 민족이 지난 5천 년 동안 단일 민족으로 쭉 살아왔으니, 남과 북의 마음이 서로 합쳐지면 복잡할 게 없을 것 같은데, 아주 복잡하거든요. (웃음)
박성우: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이후로 다양한 통일 방안이 나왔습니다만, 여전히 현실은 변화하지 않고 있지요.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계기로 통일세 문제와 더불어서 통일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