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쌀 지원은 분배 투명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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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요즘 남한 정치권은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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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통일쌀 환송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요즘은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북한에 쌀을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쌀을 주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습니까?

고영환: 천안함 사건 이후에 북한에 지원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난 8월22일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안상수 대표가 ‘북한 주민을 위해서 쌀을 주자’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제기했고,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그리고 8월26일과 31일 대한적십자사가 100억 원, 그러니까 미화로 1천만 달러가 조금 못 되는 돈을 대북 수해지원 물자로 지원하겠다고 북측에 제의했어요. 이에 대해서 지난 4일 조선적십자사가 쌀, 시멘트, 굴착기 같은 걸 보내주면 좋겠다고 말했죠. 이런 식으로 쌀 문제가 대두했는데요. 다시 말하자면, 남한에서는 ‘북한이 원래 만성적으로 쌀이 부족한데다 수해까지 겹쳤으니 쌀을 주자’, 그러니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할 건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에 ‘쌀을 줘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남한에서 나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지금 남한에 온 탈북자 수가 2만 명에 달합니다. 이 탈북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진행했는데요. 지난 정권 10년 동안 한국 정부가 북한에 매해 30만 톤에서 50만 톤 정도의 쌀을 지원했어요. 그런데 설문조사에서 ‘남한이 보낸 쌀을 먹어봤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쌀을 먹어봤다’는 일반 주민은 한 명도 없었어요. 그리고 탈북자들은 ‘이 쌀이 모두 군대로 가고, 당 간부들에게 간다’는 증언도 했거든요. 그러니까 분배의 투명성이 문제인 겁니다. ‘북한에 들어가는 쌀이 정말 북한 주민의 입에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된다, 그러면 10만 톤이 아니라 수백만 톤을 줘도 아깝지 않은데, 이 쌀이 보안부에 들어가고, 보위부에 들어가고, 군대에 들어가고, 당 고위 간부에게 전달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대부분 남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분배의 투명성 문제가 핵심인 거죠.

박성우: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먼저 좀 가벼운 내용부터 여쭤보겠습니다.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됐다는 뉴스가 있었지요? 탬버린을 들고 있는 모습이라면서요?

고영환: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1998년 2월17일 찍은 동영상을 입수해서 공개했어요. 당시 김정은은 동생 김여정과 함께 스위스 베른에 있는 헤스구트 공립학교에서 유학하고 있었고, 당시 나이가 15세였습니다. 탬버린이라는 악기는 노래를 부를 때 반주에 맞춰서 방울 소리를 내는 타악기인데요. 김정은이 템버린을 치고 있고, 동생은 뒤에 있고, 다른 스위스 친구들은 신 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동영상에 담겨 있습니다. 저도 스위스를 여러 번 가봤는데요. 스위스는 중립국이고, 아주 잘 사는 나라이고, 깨끗하고, 게다가 치안이 아주 잘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남, 김정철, 김정은, 이렇게 자기 아들을 모두 스위스에 보내서 공부를 시켰어요. 그러니까 이건 놀라운 사실이 아닌데, 김정은이 탬버린을 치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에 남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좀 무거운 내용을 여쭤보겠습니다. 쿠바의 카스트로가 “쿠바식 사회주의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고영환: 최근 쿠바의 국가평의회 전 의장인 피델 카스트로가 미국 시사잡지인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인데요. ‘쿠바식 사회주의, 공산주의 모델이 통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이제 쿠바에서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말을 했어요. 카스트로는 김일성 주석의 오랜 친구이기도 했고, 북한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물인데요. 2006년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났어요. 동생 라울에게 모든 권력을 넘겨주고 지금은 휴식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카스트로가 쿠바와 라틴 아메리카에 주는 영향력은 아직도 크거든요. 카스트로에게 기자가 물어봤어요. ‘쿠바식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다른 나라에 전파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왜 이런 질문이 나왔느냐면, 쿠바는 예전에 중남미의 니카라과 같은 나라에 쿠바식 사회주의를 전파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니카라과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카스트로가 이 질문을 듣고는 ‘쿠바에서도 통하지 않는데, 혁명을 수출하고 말고가 어디 있느냐’ 면서 쿠바식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실패를 인정했어요. 이건 굉장한 의미를 갖는 말이죠. 현재도 사회주의 나라가 몇 개 있습니다. 베트남이나 중국, 라오스가 그렇지요. 그런데 이 나라들은 모두 경제가 자본주의로 넘어갔어요. 그리고 2006년부터 쿠바도 시장 자본주의 경제로 넘어갔어요. 오직 북한만 정통 사회주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카스트로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지난 며칠 동안 남한의 외교통상부가 참 시끄러웠습니다. 유명환 장관의 딸이 지난달 단 한 명을 뽑는 전문 계약직 5급 특별 채용에 다른 후보자를 제치고 합격했고, 그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논란 때문이었는데요. 결국 장관이 이 문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요.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9월2일 어느 언론이 이 사건을 터트렸어요. 특채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 비리가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고, 그래서 북한말로 검열을 하라고 했고, 결국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4일 유명환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제가 4일 어디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보니까 모든 일간지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어요. 한국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게 ‘공정 사회’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기회가 돌아가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게 현 정부의 목표인데요. 그런데 ‘한 명을 뽑는 자리에 딸이 다른 사람을 제치고 들어간 게 아니냐, 장관의 압력이 존재한 게 아니냐’라고 해서 문제가 된 것이죠. 이 사건이 남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그 파장이 외교부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제가 북한 외교부에 오래 있었거든요. 제가 일했던 국에도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아들이 있었고,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사위도 있었습니다. 북한 외교부에는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간부부 부부장의 사위가 굉장히 많아요. 아마 한국 외교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한국에서는 폭동이 일어났을 겁니다. (웃음)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이고, 간부들이 자기 자식을 함부로 좋은 자리에 넣었다가는 이번 사건처럼 파동이 일어나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선 둘러보면 사방에 간부 자식이 많았어요. 이건 정말 공정하지 못한 일이라고 저도 당시에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박성우: 한국의 외교통상부가 인사 문제 때문에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점차 깨끗해지는 것이겠죠.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