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G20 주최는 반만년 역사의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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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이 주최하는 G20,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다음 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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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D-6)를 앞두고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동문에 RFID(전파식별,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게이트 설치가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11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위원님, 먼저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G20이 뭔지부터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G20을 설명하려면 좀 거슬러 올라가서 G7부터 설명해야 하는데요. 1976년 G7이라는 모임이 결성됩니다. 당시 G는 ‘그레이트’, 그러니까 7대 강대국, 아니면 선진 7개국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는데요. 여기에는 미국, 영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캐나다가 들어갑니다. 그러다가 1997년에 러시아가 추가돼서 G8으로 변형됩니다. 세계 정치나 경제, 외교를 주도하는 강대국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모임이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에 미국 발 금융 위기가 생겨서 전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았는데요. 당시 G8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세계 무대에서 목소리가 커진 중국, 인도, 한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같은 나라들이 다 모여서 G20을 만듭니다. 여기서 G는 ‘그레이트’, 강대국의 의미가 아니고, ‘그룹’을 뜻합니다. 북한말로 ‘그루빠’지요. 이걸 한 마디로 풀어서 말씀 드리면, 세계의 정치 경제 외교를 주도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20개국의 모임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현재 유엔 회원국이 190여 개입니다. G20은 유엔 회원국의 10%가 채 안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들이 전 세계 총 생산량의 85%를 생산합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G20이 굉장히 중요한 회의이고, 이걸 한국이 11일부터 이틀 동안 연다는 것이죠.

박성우: 한국이 의장국이 돼서 G20을 주최한다는 게 의미가 크지요?

고영환: 올해는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고, 동족상잔의 전쟁인 6.25가 발발한 지 꼭 60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그래서 고종 황제가 이준 열사에게 ‘만국 평화회의에 가서 일제 침략의 부당성을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자살하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거든요. 나라는 빼앗겼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지, 거기다가 전쟁까지 겪어서 온 나라가 폐허가 되고, 둘로 갈라졌던, 이런 가슴 아픈 나라였던 한국이 G20 모임을 서울에서 주최한다는 건 우리 반만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나라의 수반들, 그러니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독일의 메르켈 총리 같은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세계의 경제와 정치, 외교적 문제를 토론한다는 건 정말 의미가 큽니다.

박성우: 이번에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의제는 무엇인가요?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고영환: 세계의 여러 현안을 토론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세계 경제의 불균형 문제, 환율 문제, 그리고 국제 금융 안전망의 구축 문제, 국제통화기금의 개혁 문제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다 토론한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이 의제들을 G20 의장국인 한국 정부가 만들고, 이걸 각국이 토론하도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은 북한에 계실 때 외교관 생활을 하셨는데요. 그래서 이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정상회담은 의전이 복잡한 행사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만큼 중요한 행사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고영환: 그렇죠. 북한에서 가장 크게 했던 행사가 1989년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거든요. 그때 북한은 거의 1만 명이라고 했는데, 약 8천 명 정도가 세계에서 왔어요. 제가 북한을 굳이 깎아 내리자는 건 아니지만, 당시 참가자 중에는 기차 역전에서 음악 하던 친구들도 오고, 대학생들도 왔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준비하는데 국가가 힘을 굉장히 많이 들였어요. 그런데 G20 서울 회의에 오는 국가 원수만 20명입니다. 11일과 12일 양일간 진행하는데, 그전인 10일에는 ‘비즈니스 서밋’이라는 걸 합니다. 여기엔 국가수반도 일부 참가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같은 회사, 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회사들, 독일 도이체방크의 회장 같은 유명한 사람들이 와서 회의를 하는데요. 대통령 전용기를 포함해서 특별기 42대가 들어온다고 해요. 대표단 전체 인원은 1만 5천 명 가량이라고 합니다. 일반인 1만 5천 명이 아니고, 국가원수와 장관, 회사 대표와 정부 대표단원이 1만 5천여 명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솔직히 이 사람들 먹이는 것도 일이에요. (웃음) 여기서 의전 문제는 보통 어려운 게 아니죠.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등에서 국가수반이 다 오는데, 어느 순서로 대통령들의 좌석을 배치할 건지도 문제이고요. (웃음) 아무튼 굉장한 행사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지도부는 한국이 이번 G20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걸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고영환: 북한은 1982년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70주년을 맞아서, 그리고 1987년 김일성 주석의 생일 75주년을 맞아서 아주 크게 행사를 열었거든요. 그때 왔던 사람 중 제일 중요한 사람은 중국의 주석이었고요. 마다가스카르와 부르키나파소 같은 아프리카 나라의 대통령이 3명, 이렇게 4~5명 정도가 온 게 가장 큰 행사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전 세계의 유명한 사람들이 서울로 다 오는 것이죠. 이걸 보면서 북한 지도부는, 특히 최고 지도부는 좌절을 느끼겠지요. 한국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자기네는 아직 1960년대 사회에 정체돼 있으니까요. 일부에서는 또 (G20 행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유혹도 느낄 겁니다. 이제까지 방해하기도 했고요. 한국에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할 때 비행기를 떨어트리는 등 한마디로 못된 짓을 했었거든요. 그런 유혹을 이번에도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수반 20명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에서 북한이 초를 친다면, 그건 정말 세계적으로 큰 규탄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북한이 그런 유혹을 느끼기보다는, 남과 북은 한민족이니까, 그리고 같은 한국 사람이 외국 사람들에게서 인정을 받는 것이니, 같은 민족적 경사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말씀을 듣다 보니 ‘한국은 이제 국격을 생각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로 오늘 방송의 내용을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