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양자 대화를 갖기로 했지요. 이 와중에 10일엔 서해 상에서 남북 해군 간의 짧은 교전이 있었습니다. 서해교전이 미북 대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이런 이야기들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성우:
수석연구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미국 행정부가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을 10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방북 시기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북한이 보즈워스를 초청한 지 3개월 만에 미국이 공식적으로 초청을 받아들인 셈인데요. 시점상으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발표 시점을 보면, 오는 18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부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또 연말이 가기 전에, 미국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서로의 의중을 타진해 보는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매해 12월이면 다음 해 외교 공세 계획의 근간을 짭니다. 아무래도 미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에 따라서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어떻게 설정할지, 이걸 봐야 하니까, 아마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대화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타진해 보려고 할 것이고, 또 미국도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이걸 서로 타진해 보려고 할 겁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보즈워스의 방북 일정이) 공식 발표는 안 되고 있는데, 아마 12월15일 전에 평양 방문이 이뤄질 걸로 보입니다. 미국은 12월25일에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잖습니까. 그러니까 다녀와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려면 12월15일 전이라고 확신하고요. 또 북한 측으로서도 너무 늦으면 자기네들의 내년 외교 공세 계획을 짜는 데 무리가 있으니까, 12월15일 전에 보즈워스 대사가 (평양에) 갈 거라고 예상합니다.
박성우:
이번 양자 대화에서 미국과 북한이 원하는 바가 다르지요?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북한의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면, 북한은 핵 문제, 한반도 문제, 평화협정, 미군 주둔 등의 모든 문제를 미국과 양자 회담에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번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보즈워스 특사가 평양에 들어가서 핵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6자회담에 (북한이) 들어오게 하는 문제를 토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마 보즈워스 대사가 북한에 들어가서 ‘6자회담에 나와서 핵 문제 등을 이야기하자’라고 말할 것이고, 북한은 ‘양자 회담에서 하자’고 할 것이고, 이런 차이점이 있습니다.
박성우:
보즈워스 특사가 평양에서 만날 사람은 강석주로 추정되는데요. 외무성 제1부상이지요. 연구위원님도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는데요. 강석주는 어떤 인물인가요?
고영환:
강석주 제1부상은 강석승 당 역사연구소장의 친동생입니다. 좀 가볍게 설명을 드리면, (과거에) 김영남 외교부장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1부상이 공석인데 어찌하면 좋겠냐’라고 물으니 ‘당신이 찾아서 쓰라’고 해서 강석주를 제1부상으로 천거했는데, ‘누구냐’고 물어서 ‘강석승 연구소장의 동생입니다’라고 했더니 ‘아, 그러면 쓰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고요. (강석주는) 똑똑하고, 임기응변에 강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막대한 신임을 받고 있는 유능한 외교관이죠.
박성우:
연관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6자회담을 보면, 북측 외교관들은 의제에 대한 ‘협상권’을 갖고 있지 않은 걸로 보이거든요. 그냥 북측 지도부의 방침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강석주는 회담장에서 협상권을 갖고 있는 인물로 봐도 되는 건가요?
고영환:
북한 외교관들은 (평양 외교부) 안에 들어와서 하건, 밖에서 협상이나 회담을 할 때, 사전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의서를 올립니다. ‘이번에 이 정도 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면 김정일 위원장이 재가를 한 선에서만 분명하게 협상을 합니다. 그러니까 협상권이 제한돼 있다는 기자님 말씀에 동의하고요. 그렇지만 강석주 제1부상은 북한 외교의 핵입니다. (강석주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의서를 올릴 땐 좀 더 유연성을 가지고 좀 더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다른 외교관들과 협상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북한 외무성에는 외형상으로는 박의춘 외무상이 제일 고위급이잖아요. 박의춘의 역할은 뭔가요?
고영환:
역할 분담이 분명히 돼 있습니다. 박의춘 외무상은 전반적인 행정업무, 비동맹 (관련 업무) 같은 걸 하고요. 강석주 제1부상은 핵 문제, 대미 관계 문제, 평화협정 문제, 주변 4강 문제, 이런 북한 외교의 핵심,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을 다 처리합니다. 강석주가 제1부상이라고 해서 외무상보다 (직급이) 낮은 건 아닙니다. 강석주 제1부상이 김정일 위원장과 대화하고, 토론하고, 전화하는 건 훨씬 더 많습니다.
박성우:
다시 미북 회담으로 주제를 돌려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보즈워스의 방북 이후엔 6자회담이 재개될 걸로 전망하시는지요? 아니면 또 다른 미국의 고위급 관리가 평양을 다시 찾게 될 걸로 보십니까?
고영환:
이번에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들어가서 강석주 제1부상과 성과를 낸다면, 그러니까 ‘6자회담에 돌아가서 북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자’ 이렇게 합의한다면 (미북 대화가) 단기로 끝날 텐데, 저는 그렇게 끝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고위급’이라는 게, 북한은 사실 강석주 제1부상과 힐러리 국무장관의 회담을 원했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있는 것이, 힐러리 국무장관은 총리급입니다. 반면에 북한에서는 총리급에서 외교 문제를 강석주처럼 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인물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강석주 사이의 회담이 내년 초에 있을 수 있고요. 억지로 좀 더 추측을 해 본다면, 힐러리 장관과 김영춘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라든가, 이런 식으로 짝을 지을 순 있겠죠. 어쨌든 그렇게 되더라도 기본 콘트롤(control)을 하는 건 강석주 제1부상이겠죠. 그런데 지금으로 봐서는 강석주와 보즈워스가 내년 초에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생각해 봅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북측이 10일 서해 상 북방한계선을 침범해와서 남북 간 짧은 교전이 있었는데요. 이번 일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앞둔 시점에 발생했습니다.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보시는지요? 이번 일이 미북 대화에 영향을 주게 될까요?
고영환:
북한에서 어떤 함선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지나서 내려왔다는 건, 절대로 우발적인 게 아닙니다. 북한군이 총을 한 방을 쏘려고 해도 최고 사령관의 명령 없이는 쏠 수 없는 게 북한의 체계입니다. 도발은 분명히 한 건데요. 그런데 한 척만 내려왔다는 거지요. 이건 저강도 도발, 그러니까 강도가 좀 낮으면서도 미국이나 한국, 세계가 신경을 쓰게 하는 효과는 분명히 가지는 겁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18일 (한국에) 오잖아요. 아마 이런 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당신네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한반도가 더 중요하다, 이거는 하나의 화약고다, 그러니까 한반도 문제의 해결 순위를 아프가니스탄만큼 올려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걸로 보고요. 미북 회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그렇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박성우:
네, 알겠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이번 주에는 다가오는 미북 대화에 대해서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고 위원님, 다음 주에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