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서울 G20 보며 격세지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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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G20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마무리됐습니다. 전 세계 20명의 정상과 국제기구의 수장을 포함해서 33명의 정상급 인사가 서울에 모였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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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저녁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G20 정상 특별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헤르만 반롬푀이 EU상임의장, 이 대통령, 김윤옥 여사,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서울에서 11일과 12일 양일간 열린 G20 정상회의를 오늘은 한 번 정리해 봤으면 합니다. 위원님도 관심 있게 지켜보셨을 텐데요. 뭐가 제일 인상적이었습니까?

고영환: 먼저 G20이라는 걸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잠시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터져서 세계를 강타했고, 이 경제 위기를 기존의 G7, 그러니까 선진 7개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 신흥 강대국으로 떠오른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이런 나라들을 묶어서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만든 게 G20, 그러니까 주요 20개국 그루빠 모임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정말 세계의 이목이 11월10일부터 3일동안 한국의 수도 서울에 집중됐는데요. 11일 정상들을 위한 환영 연회가 용산에 있는 중앙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정상회담에 참여한 모든 강대국과 신흥 강국의 수반들, 국제통화기금과 유엔 같은 거대 국제기구의 수장들, 이런 사람들을 이명박 대통령이 여기에서 맞이했는데요. 연회 대기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다리고, 그곳으로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 러시아 대통령과 일본 총리 등 세계 강대국의 수반들이 걸어 들어와서 이명박 대통령과 인사하고, 이 대통령은 이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예전에 영국의 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조선은 희망이 없는 나라다’. 이게 100년 전의 일입니다. 60년 전에는 전쟁이 일어났고, 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됐고. 그리고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한국에서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건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길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평가를 했던 게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그런 나라가 세계 12위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고,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의 수반을 서울에 모아놓고 세계 경제의 기본 문제를 토론하는 것, 이건 정말 우리 나라의 단군 역사 이래로 처음 있는 큰 사변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격세지감이고 감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이번 정상회의 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다양한 양자회담을 가졌는데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는 11일에 회담을 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담과 오찬 회동을 했는데요. 여기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FTA, 그러니까 자유무역협정을 하루빨리 체결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제까지 정치 군사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요. FTA를 통해서 이제는 경제적 동맹 관계까지 맺자는 뜻이거든요. 이렇게 되면 미국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처럼 ‘그 누구도 와서 깨트릴 수 없는 굳건한 동맹관계’가 되는 거고요. 그리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고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만 한다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가 북한에 큰 원조를 제공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잘살게 될 것이다’는 말을 했습니다.

박성우: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이 끝난 후 몇 시간 뒤에는 중국의 후진타오, 그러니까 호금도 주석과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북한 이야기가 나왔지요?

고영환: 그렇죠. 호금도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남북 관계의 개선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는 것이고요. 그러면서 호 주석은 ‘한중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잘 이끌어 나가자’면서 ‘한중 두 나라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발언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호금도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에 발전 경험을 자주 이야기해 주는 데 대해 우리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북한의 발전을 위한 훌륭한 모델이 되는 나라가 옆에 있다는 게 우리로서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는데요. ‘북한이 정말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서 북한 주민들이 잘살게 되면 우리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표현한 걸로 보입니다.

박성우: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과는 10일에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여기서는 주로 어떤 내용이 논의됐습니까?

고영환: 주로 한국이 러시아의 원유, 가스, 광물자원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고, 한국이 러시아의 전력망을 현대화하는 데 참여하기로 했고요.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북한의 핵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돼야 하고, 남북이 대화를 잘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성우: 러시아와 한국의 양자 대화에서는 경제 이야기가 많이 나왔군요. 요즘은 정상회담에서 경제 관계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G20 정상회의를 맞아서도 각국의 120여 개 기업 총수가 서울을 찾았습니다. 위원님께서는 북한에 계실 때 외교관으로 근무하시면서 북한의 정상외교를 많이 보셨는데요. 요즘 들어서 이렇게 바뀌고 있는 정상회의의 양상을 과거와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가장 큰가요?

고영환: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북한은 고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을 때 자신의 발전 경험을 아프리카 나라에 전수하겠다면서 농업을 배워주겠다고 그랬습니다. 김 주석은 ‘아프리카에 소가 많다고 하는데, 소를 길들여서 밭을 갈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북한 전문가들은 이 지시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소가 야생이라서 끝내 길들이지 못했어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구라파 사람들은 트랙터를 가져와서 농사를 배워주는데, 당신들은 뭐하는 것이냐’라고 말했죠. 이렇게 실패한 사례가 있었고, 이걸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했는데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국제 금융기구의 개혁 문제, 환율 문제, 금융 안전망 문제 등을 이야기하면서, ‘서울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여기에는 개발 문제가 많이 논의됐는데요. 한국이 한 세대 만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하였으니, 한국의 발전 경험을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에 보여주고 배워주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남과 북의 차이가 정말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박성우: 위원님 말씀을 듣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는 정상 외교에서 주로 정치 문제가 논의됐는데, 이제는 경제 문제가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서 특히 북한의 경제 일꾼들은 느낀 점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