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탈북자는 남북 통합의 리트머스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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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고 통일부가 발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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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거주 탈북자들의 체육행사 모습. (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지난 11일로 2만 명을 넘어섰다고 통일부가 15일 밝혔습니다. ‘2만 명 시대’라는 말은 예전부터 해왔지만, 정부 당국이 이렇게 확인을 해 주니까 느낌이 또 다릅니다. 어떠십니까?

고영환: 통일부가 지난 11일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가 2만 50명이 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가 1999년에 1천 명, 2007년에 1만 명을 돌파했고, 3년 만에 2만 명을 돌파한 건데요. 북한의 주민 수가 2천2백만~2천3백만 명정도라고 하지요. 탈북자 수가 2만 명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주민 1천 명 중 한 명은 한국에 온 겁니다. 굉장히 많은 숫자지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탈북자 2만 명 시대를 맞아서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인 ‘여명 학교’를 찾아갔는데요. 여기서 ‘꿈을 크게 꾸고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 달라,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한마음이 돼서 탈북자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게 있는데요. 하나원이라는 교육기관을 거쳐서 나오면 6천 달러 정도의 정착 지원금과 1만 3천 달러 정도의 주거 지원금이 지원되는데요.

탈북자 수가 이렇게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건 주민들의 의식주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체제에 대한 혐오감, 좌절감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아오는 걸 텐데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까지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던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북한에서는 모든 걸 통제하고, 모든 걸 허락받아야 하는데, 남한에서는 모든 것에 자유가 있고, 승인받을 일이 하나도 없으니 너무 허전하다’는 겁니다. 이런 걸 보면 탈북자들이 정착을 잘하는 게 참 중요한 문제인 듯합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는 남한 사람들의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어떠하다고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크게 두 가지죠. 긍정적인 인식과 부정적인 인식입니다. 긍정적인 인식은 이런 겁니다. ‘독재나 탄압, 배고픔, 추위를 피해온 북한 사람들을 우리 남한 사람들이 따뜻하게 맞아주고 돌봐줘야 한다, 우리는 한 동포다’라는 것이고요. 또 ‘얼마나 힘들었으면 가족과 친구들을 버리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로 왔을까,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 따뜻한 이밥 한 그릇과 고깃국 한 그릇을 대접하고 싶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정부가 힘들게 온 사람들이 잘 정착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줘야 한다’ 이런 게 대다수 국민이 갖고 있는 생각인데요.

부정적인 시각도 물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정부에 기대려고만 하고, 일은 하지 않고 놀고먹으려 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에는 북한에는 없는 최저 생활비 지원이라는 게 있습니다. 가장 못사는 사람들을 정부가 무료로 지원해 주는 건데요.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 최저 생활비가 미화로 1,100~1,200달러 정도 됩니다. 그리고 돈을 거의 안 내고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도 줍니다. 그런데 직장에 들어가면 이런 권리가 없어지니까 ‘일을 안 하고도 치료받고 먹고살 수 있는데 왜 힘들게 직장에서 일을 하나’ 이런 생각을 하는 탈북자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걸 남한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죠. 아무래도 부자가 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탈북자들이 빨리 이런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는 게 좋겠지요.

박성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위원님은 북한에서 한국으로 언제 오셨습니까?

고영환: 저는 1991년 5월에 왔습니다.

박성우: 탈북자는 ‘먼저 온 미래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탈북자의 역할에 대한 말 같은데요.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하는 큰일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북한의 독재 정권은 유례가 없을 정도거든요.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생활하면서 그 험하다는 루마니아, 알바니아, 쿠바 같은 나라를 다 가봤지만, 거기서도 북한처럼 사람을 험하게 다루지 않고,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를 보장해 주고, 사람을 잡아갈 때도 영장을 제시하는 걸 봤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는 걸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많이 알리고 있어요. 탈북자들은 자기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아 있는 친척과 친구, 북한 주민의 삶이 더 윤택하고 풍부해지고 더 자유로워지도록 많이 투쟁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탈북자들이 통일의 선봉대 역할을 해야 하고, 또 그 역할이 앞으로 점점 더 커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독일이나 베트남의 통일 과정을 보면 한 사회로 통합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통일 이후 남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화합하는가’의 문제는 지금 온 탈북자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따라서 리트머스, 그러니까 시험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남과 북이 화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먼저 온 미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덧붙여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다음으로 큰 나라가 독일이지요. 경제 4강 중 하나인 독일의 총리가 여자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인데요. 이 분은 동독에서 태어났고, 동독에서 대학을 다녔고, 동독에서 연구사로 일하다가, 통일 독일의 총리가 된 겁니다. 독일은 내각 책임제이기 때문에 총리가 가장 센 사람이거든요. 이걸 보면서, 북한 사람들도 앞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겠으며, 또 북한에 남아 있는 사람들보다 한 발 먼저 남한에 온 사람들의 할 일은 정말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에 대해서 14일 다시 한 번 언급했지요?

고영환: 일본 아사히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는데요. 비핵화만 하면 언제든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말했고요. 그리고 비핵화만 이룬다면 한국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과 함께 통 크게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말을 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 보도된 또 다른 뉴스가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 전이라도 대북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고 경기도의 김문수 도지사가 15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남한은 쌀이 많이 남는데 북한은 굶주린다고 하니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미 지금 이뤄지고 있거든요. 10월 말 신의주 수해지역에 컵라면 3백만 개가 들어갔고, 쌀 5천 톤과 시멘트 1만 톤이 지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핵입니다. 핵만 없애면 대량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게 한국과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사실 핵을 뜯어먹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어느 나라와 핵전쟁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북한도 빨리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해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한 번 누리게 했으면 합니다. 북한 지도부가 정말 한 번 심사숙고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정상회담과 대북지원 둘 다 북한 하기에 달려있다는 점, 이게 탈북자 2만 명 시대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시각입니다. 오늘 ‘시사진단 한반도’는 여기까지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