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서해 연평도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박성우: 한국 사람들 상당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위원님, 북한이 왜이랬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에 있는 청취자들을 위해서 제가 잠시 사건의 개요를 말씀드릴게요. 23일 오후 2시34분부터 3시30분경까지 서해 상의 남한 쪽 섬인 연평도에 북측이 122mm 방사포와 76mm 평사포로 170발을 쐈어요. 연평도에는 어로공(어민)이 많이 사는데, 어로공 2명, 그러니까 북한말로 사민 (일반인) 2명이 죽고 군인 2명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진료소, 우편국, 상점, 여관, 동사무소, 그리고 수십 채의 민간 가옥이 파괴됐는데요.
북한 청취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황해남도) 과일군 앞에 ‘초도’라는 큰 섬이 있거든요. 이곳에 남한군이 수백 발의 포를 쏴서 거기 있는 농민과 어로공을 죽인 걸로 비유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1953년 7월27일 정전 이후 처음으로 남한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한 겁니다. 이날 만약 한국군이 자제하지 않고 정말 몇 배의 보복을 했으면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도 있었던, 정말 정전 이래 가장 큰 군사적 도발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걸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지금 북한은 권력 이양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은 여러 합병증 때문에 심하게 앓고 있고, 김정은은 26세밖에 안 된 젊은이입니다. 권력을 승계하는 시점은 항상 권력이 취약한 시점이거든요. 게다가 이 권력 이양이 3대 세습이다 보니 전 세계의 비판을 받고 있고, 또 북한 주민들도 속으로 비웃고 있고. 그러니까 이것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니까, 이때 군사적 도발을 일으켜서 내부적으로 불만을 잠재우려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는 김정은이 지도자로서의 업적이 없으니까, 업적을 쌓아주기 위해서, 그러니까 한국군을 한 방 먹였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이런 일을 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말끝마다 ‘우리민족끼리’를 외쳐왔습니다. 그런데 군인도 아닌 어로공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집을 파괴하면서 무슨 한민족입니까? 이런 정권은 정말 전 세계의 공분을 사기에 마땅한 정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남한에 있는 민간인까지 죽이는 게 김정은의 업적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은 교전규칙을 전면 손질하려고 하고 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교전규칙은 정전협정을 맺을 때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만든 겁니다. 이건 남북한 사이에서 묵시적으로 지켜져 왔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한 발을 쏘면 남한이 한 발을 쏘고, 이런 식의 규칙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전쟁 때에도 민간인을 살상하는 건 분명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이번에 북측은 민간인을 공격했거든요. 그러니까 북측이 민간인을 공격할 땐 1953년에 만든 교전규칙을 적용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국이 한 것이죠. 다시 말해서, 이번 사건 같은 게 생기면 동일한 수준의 무기로 2배 이상 보복 타격하지만, 민간인이 공격을 받으면 전투기까지 동원해서 공격 원점을 파괴하는 식으로 교전규칙을 고치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의지입니다. 그래서 다시는 군사적 도발이 일어나지 않고, 그럼으로써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사실 전쟁은 한반도 전체에 재앙이거든요. 이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죠.
박성우: 한미 공조체제가 가동되고 있지요? 특히 중국을 향한 외교 행보가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이 공격받을 당시 미국은 밤이었습니다. 그런데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밤에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규탄했어요. 연평도 포격 사건을 보고받은 오바마 대통령이 굉장히 화를 많이 냈다고 하고요. 한국과의 동맹은 흔들림이 없다는 걸 강조했어요. 그 다음 날인 24일,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한국 서해에 보내서 28일부터 한국군 구축함과 같이 합동 군사훈련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는 이런 군사적 도발이 없도록 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거죠.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호금도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서 북한에 대해 중국이 제대로 영향을 줘서 북한이 저런 짓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식의 말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청취자들은 중국의 반응도 궁금하실 텐데요. 23일 당일 중국에서 제일 큰 신화통신과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은 ‘지금 북한이 한국의 섬을 포격하고 있다’면서 시시각각 보도했고요. 또 24일 서울 주재 중국 대사가 한국 외교부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있고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때에 이런 사태가 일어난 걸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중국 외교부의 대변인도 남과 북의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 예의 주시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 언론이 끓고 있어요. ‘중국이 역할을 하라’ ‘왜 중국이 역할을 하지 않고 북한이 저렇게 망나니처럼 행동하는 걸 그냥 놔두느냐’는 식의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성우: 중국 말고도, 다른 나라들의 반응도 주목할 만 하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주도한 자들은 분명히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경한 발언을 했어요. 그리고 독일의 외무장관은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를 불러서 ‘이런 일 하지 말라’는 강력한 항의를 했고요. 프랑스, 영국, 일본, 브라질, 멕시코 등 온 세계가 북한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국제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주민들도 보도나 소문을 통해서 이번 소식을 접했을 텐데요. 당이나 군의 간부들이 갖는 생각과 일반 주민이 갖는 생각이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아마 일반 주민들은 외부 소식을 접하지 못하니까,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군이 먼저 북한 영해에 포를 쐈고, 그래서 북한군이 남한 섬에 포를 쐈다고 생각하게 될 텐데요. 그런데 아무래도 요즘은 외국 라디오도 많이 듣고, 또 외국 출장자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진면모를 알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당과 군의 간부들, 특히 참고통신이나 자료통신을 읽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북한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잘 알 겁니다. ‘병으로 앓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과 이제 26세인 젊은 지도자가 나라를 정말 전쟁으로 이끌고 있구나, 또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우리나라가 정말 결딴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를 많이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 사람들이 하고있을 생각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사람들도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일은 북한 지도부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